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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지난 3월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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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는 부동산 투기로 이뤄진 사회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부동산시장은 철저한 적자생존 약육강식으로 가진 자들의 천국, 가지지 못한 자들의 지옥이 되고 말았다.

2012년 개인토지의 경우 상위 1%가 55%의 토지를 소유하였고, 상위 10%는 97.4%를 소유하였다. 반면 90%의 국민들은 겨우 2%의 토지를 소유한 상태다. 2008년~2018년까지 10년 간 총 490만 호에 달하는 주택이 공급되었지만, 이중 250만 호는 다주택자의 손으로 돌아갔다. 2018년 현재 전국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는 104.2%이다. 하지만 여전히 42.6%가 무주택자다.

토지 '소유 중심' '소유 만능주의'는 일제 잔재

그런데 오늘의 이 왜곡된 부동산 문제가 일제가 남긴 잔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럽 국가들은 협소한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면서 형성된 사회규범과 18~19세기의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토지 이용의 측면에서 '공동체 이익 우선'의 사고가 정착되었다. 미국 역시 토지에서 '소유 중심'이 아니라 '이용 중심'이다. 토지 이용에서 '소유 중심'인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일본 그리고 일본에 강제된 우리 한국 외에 없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 특히 수도권 집중이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소유 중심'의 토지 제도와 사고는 오늘의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켜온 주요 요인으로 작동되어 왔다.

일본 제국주의는 1910년대 한국의 식민지 토지 소유관계 확립을 위해 토지조사사업을 강행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유 원칙인 조선의 토지제도를 근본적으로 해체시키고 토지를 절대적 사적 소유관계로 만들었다. 이 토지조사사업은 식민지 통치를 위한 토지점탈 정책과 조세수탈 정책으로서 국유지를 창출 조사하여 조선총독부 소유지로 개편하고 일본 상업고리대자본의 토지 점유를 합법화시키며, 일제의 한국 강점 후 더욱 급증하는 일본 이민에게 토지를 불하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일제에 의해 강제된 사권(私權) 우선의 토지제도는 협소한 국토면적에 '공동체 이익 우선'의 사고가 정착되어 '이용 중심'의 토지관이 정립되어온 유럽국가들과 전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다.

토지공개념은 세계의 보편적 원칙

독일 헌법 15조는 "토지, 천연자원 및 생산수단은 사회화를 목적으로 보상의 종류와 정도를 규정하는 법률에 의해 공유재산 또는 공동관리경제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헌법도 토지의 합리적 이용과 공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에 법적인 책임과 제한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헌법 44조는 "토지의 합리적 이용과 공평한 사회적 관계를 보장하기 위해, 토지의 사적 소유에 법적인 책임과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미국은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규정하는 대신 각 지역마다 별도의 세금정책을 통해 토지공개념의 정신을 실현해왔다. 미국은 이미 18세기 말 건국 초기부터 토지공개념을 조세제도에 도입하였고, 그것은 토지보유세로 구체화되었다. 한편 싱가포르 역시 99년 기한의 '영구 임대주택' 형식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한다.

부동산 문제 해결의 열쇠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선진국 수준의 주택 보유세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IMF와 OECD도 선진국의 경우 2% 이상의 주택보유세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로 OECD 국가 평균인 1.12%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특히 부동산 가격과 대비한 보유세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실효세율(보유세액/부동산가액)은 우리나라가 0.1%대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왜곡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토지공개념이 정착되어야 하고, 동시에 '공동체 이익 우선'의 토지주택 정책의 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선진국의 기준처럼 보유세가 강화되어야 한다.

그간 우리 부동산 정책은 토건족의 이익과 가진 자들의 '소유 만능주의'에 의해 좌우되어왔다. 이제 그간 희생을 당해온 무주택자, 가지지 못한 자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진정 공정하다. 우리 사회 전체 공동체의 공동 이익을 위하여 이러한 원칙을 장기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요 가히 만악의 근원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태그:#부동산문제, #소유중심, #일제잔재, #공동체이익 우선, #소유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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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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