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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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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용산참사 발언'에 대해 "그가 '제2의 용산참사'를 벼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그 유족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하고, 오세훈은 즉각 후보직을 사퇴함이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정의구현사제단은 2일 성명을 통해 "공동선의 수호와 실현을 위한 공적권력이 도리어 시민들의 정당한 생존권 행사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 이 끔찍한 사건은 십여 년이 지났어도 희생자들에게는 천추의 한으로, 유가족들에게는 아물지 않는 상처다"라며 "그런데 며칠 전 다섯 희생자들과 남은 가족들, 그리고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또 다른 폭력행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세훈 후보는 비록 송구하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사실상 참사의 원인을 철거민들의 과도한 폭력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 당시 서울시와 정부가 영세상인들인 상가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던 점에 대하여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경악할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 2009년 3월부터 이듬해인 2010년 1월까지 장장 284일 동안 남일당 참사현장에서 매일 저녁마다 희생자 추모미사를 봉헌하면서 유가족들을 동행하였던 우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오세훈 후보의 이와 같은 어긋난 현실인식과 신념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며 "공약에 따르면 2009년판 재개발 사업이 강행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바, 만일 벼랑에 몰린 또 다른 시민들이 당시 용산 철거민들이 그랬듯이 이의제기를 할 경우 어떻게 할 셈인가. 여전히 '도심테러로', 그리고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참사가 벌어져도 '공권력 집행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용산참사는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사건이다. 2010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경찰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참사 후 정의구현사제단은 추모미사를 여는 등 피해자들과 연대해왔다.

오 후보는 지난 3월 3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임차인이 중심이 돼서 시민단체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이 가세해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며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긴 참사다. 이 사고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투입으로 생겼고 그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공권력 투입 과정에서 좀 더 신중하게 했다면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아래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 전문이다.
 
용산철거민참사가 발생한지 337일째를 맞이한 2009년 12월 22일 저녁 서울 한강로 남일당 빌딩앞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생명평화미사가 열리고 있다.
 용산철거민참사가 발생한지 337일째를 맞이한 2009년 12월 22일 저녁 서울 한강로 남일당 빌딩앞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생명평화미사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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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용산참사' 발언에 관하여

1.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 화염이 솟구쳤다. 오늘까지 '용산참사'라고 불리는 이 끔찍한 사고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비극적인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2. 어떻게 생겨난 참사였던가?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던 사람들은 서울시의 도시정비사업으로 생계수단을 잃게 된 세입자들이었다. 결국 사람들만 내쫓고 땅값만 끌어올린 재개발 사업이었다. 그곳의 희생자들은 하루하루 평범하지만 세상을 지탱하던 성실한 시민들이었다.

3. 당시 청와대와 서울시 그리고 경찰청은 세입자들의 "여기도 사람이 있다"는 지극히 인간다운 호소를 '도심 테러'로 규정하고, 그날 새벽 경찰특공대를 투입함으로써 참사를 자초하였다. 명백히 국가권력이 저지른 폭력이었다. 공동선의 수호와 실현을 위한 공적권력이 도리어 시민들의 정당한 생존권 행사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 이 끔찍한 사건은 십여 년이 지났어도 희생자들에게는 천추의 한으로, 유가족들에게는 아물지 않는 상처다.

4. 그런데 며칠 전 다섯 희생자들과 남은 가족들, 그리고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또 다른 폭력행사'가 일어났다. 지난 31일 관훈토론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후보가 한 발언은 실로 우리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민간주도의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보면서 2009년에 발생했던 용산참사가 생각났습니다. 용산참사에 대한 오 후보님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라는 질문에 오세훈 후보는 자신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 벌어진 참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매우 솔직하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용산참사,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이 본질"이라고 했던 것이다.

"사실 용산참사는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서 전철연이라고 시민단체가 가세한 매우 폭력적인 형태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쇠구슬인가요? 돌멩인가요? 이런 거를 쓰면서 저항하고 건물을 점거하고, 거기에 경찰 진입하다가 생긴 참사입니다. 이 사고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부터 생겼던 사건입니다."

오세훈 후보는 비록 송구하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사실상 참사의 원인을 철거민들의 과도한 폭력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당시 서울시와 정부가 영세상인들인 상가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던 점에 대하여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경악할 일이다.

5. 2009년 3월부터 이듬해인 2010년 1월까지 장장 284일 동안 남일당 참사현장에서 매일 저녁마다 희생자 추모미사를 봉헌하면서 유가족들을 동행하였던 우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오세훈 후보의 이와 같은 어긋난 현실인식과 신념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묻는다. 공약에 따르면 2009년판 재개발 사업이 강행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바, 만일 벼랑에 몰린 또 다른 시민들이 당시 용산 철거민들이 그랬듯이 이의제기를 할 경우 어떻게 할 셈인가? 여전히 "도심테러로", 그리고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참사가 벌어져도 "공권력 집행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할 것인가? 그가 '제2의 용산참사'를 벼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6. 일말의 참회도 없이 비극의 원인을 또 다시 철거민들에게 돌리는 그의 파렴치에 우리는 놀란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장 자리를 노리는 그의 후안무치에 우리는 절망한다. 국민의힘은 용산참사 희생자들과 그 유족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하고, 오세훈은 즉각 후보직을 사퇴함이 마땅하다.

2021년 4월 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태그:#오세훈,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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