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CCTV 화면을 보세요. 출동한 해경과 소방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인재입니다. 조금만 먼저 전화라도 줬으면 저희 배는 불 타지 않았을 덴데..."

29일 오전 11시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 여객터미널 주차장에 마련된 '신진항 선박화재 재난사태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한형, 이하 신진항 피해대책위)'에서 만난 한 피해민은 기자에게 태안군으로부터 제공받은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보여주면서 "울화통이 터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안개와 황사가 낀 신진항 사고 현장에는 오일 펜스를 설치하고 전소된 사고 어선들을 유람선 인근으로 모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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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안개속에서 태안해경과 해양 환경공단 등이 신진항 사고 선박 주변에서방제 작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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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공단 직원들은 신진항 설치된 오일펜스 주변에서 부직포 등을 이용 물 위에 흐르는 기름띠와 해양 쓰레기 제거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안전이 염려돼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는 못했다. 

사고 1주일이 됐지만 화재 피해를 입은 선박은 고사하고 최초 화재 발생 추정 선박인 S호의 인양 논의마저 중단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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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항에 타버린 피해 어선들이 항내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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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관계자는 "신속한 인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피해 선주들이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해무가 생기는 시기라 방제나 인양 작업도 속도를 내기 어렵지만 서둘러 인양작업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진항 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신진항 선박화재 첫 발화 시작 후 근 한 시간 정도는 바람이 안 불었다"며 "화재 발생 선박 옆 소형 선박들은 연락만 줬어도 대피할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이는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한 인재로 태안군· 태안해경· 태안소방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피해보상을 즉시 실시하라 △피해어민들 생계보장과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즉시 대책을 세워라 △태안군은 화재현장의 CCTV 카메라 영상을 공개하여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하라"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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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해경 등 관계 기관의 사고 원인 조사가 인양 작업을 시도도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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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도 피해대책위 소속 피해어민들은 격론 끝에 합의에 실패했다. 또 이날로 예정되었던 태안해경과 태안소방서 등 관계 기관에 대한 항의방문도 추후로 연기했다.

앞서 26일 수협중앙회 임준택 회장도 신진도 사고 현장을 방문해 피해대책위와 간담회 자리에서 "어선보험금 지급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등 빠른 피해복구와 생업 복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지난 23일 사고 당일 현장을 방문했던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가세로 태안군수와 피해 어민들의 요구 사항을 담아 이날 영상으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피해 어업인에 대한 특별대책, 인양비 국비 지원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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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화재 당시의 불타버린 어선이 항내로 침몰하면서 닷줄만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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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양 지사는 "이번 사고로 어업인들은 선박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조업을 할 수 없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침몰 어선 기름 유출에 따른 해양 오염 등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태안군 관계자는 "피해 어민들의 피해도 최소화하고 주변의 제 2차 해양오염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당장 사고 발생 추정 어선에 대한 인양 작업이라도 실시해 사고 원인에 대한 감정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 초동 대처 미숙에 따른 인재'라며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신진항 피해대책위와 '사고 발생 추정 선박'이라도 인양해 법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계 기관들의 시각 차가 좁혀져야 추가 조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