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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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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야측 단일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되었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짧게 선언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보수‧야권 단일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것.

이날 실무협상단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여론조사는 22일 한국리서치와 글로벌리서치 두 개 여론조사 기관에서 100% 무선전화 안심번호를 통해 각 기관 1600명 총 3200명을 대상으로 각 후보의 경쟁력과 적합도 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의 입장에서는 단일화 협상 마지막까지 걸림돌이었던 '유·무선 혼합'을 포기하고 '무선전화 100%'로 양보하고도 얻은 승리였다. 이로써 오세훈 후보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에서 결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1차 승리] 나경원의 '짜장면'에 맞선 오세훈의 '볶음밥'

오세훈 후보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범보수·야권의 단일후보가 되는 과정 곳곳이 암초투성이였다. 당장 레이스 스타트부터 늦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입당'을 제안하며, 안철수 후보가 입당할 경우 본인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안 후보 측으로부터의 답변을 기다리느라 그는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이때 입당을 거부했던 안 후보는 정작 단일화 국면이 펼쳐지자 뒤늦게 조건부 입당을 내세우며 보수 표심을 공략하려 했다.

오 후보의 출발이 늦어지는 사이 나경원 예비후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선점하며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었다. 당원들의 '당심' 역시 '정통 보수'를 표방한 나 후보 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오 후보는 '합리적 보수' 혹은 '개혁 보수'로의 노선을 확고히 하며 나 후보와 경쟁했다.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경선인만큼 섣부른 우향우 대신 본인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기로 한 것.

나 후보가 소위 '짜장면 vs. 짬뽕'을 내세우며 '보수는 짜장면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할 때, 오 후보는 '볶음밥'을 표방하며 맞붙었다. 중도층 공략을 본인의 장기로 내세우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토론 평가단은 번번이 나경원 후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국민의힘 내 경선 토론이 진행될 때마다 오 후보는 분명히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오 후보는 한때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문건이 터지자 "'V'는 'VIP'의 약자"라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상은 심하지 않았다. 오 후보는 이후 게임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통해 자신이 구상한 서울시를 가상으로 구현하며 'V서울'이라 명명했다. "여기서 V는 VIP가 아니라 버추얼(Virtual) 서울"이라고 말하는 등 오히려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활용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렇게 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에서 힘겨운 역전승을 거두게 된다.

[2차 승리] '양보경쟁' 딛고 역전 드라마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오른쪽)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선출됐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오른쪽)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선출됐다고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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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와의 경쟁은 산 너머 산이었다. 나경원 후보와의 경쟁 때는 확장성을 비교 우위로 활용했으나, 안 후보는 오 후보보다 바로 그 확장성에서 상대적으로 더 강점을 지닌 후보였다. 지금까지 써먹은 무기를 버리고 새로운 무기를 찾아야 상황.

여기에 '내곡동 땅 셀프특혜' 의혹이라는 최대 리스크가 터졌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 측으로부터 집요하게 추궁 당했다. 오 후보에게 집중 포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해당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단일화 줄다리기' 정국은 정책 경쟁 대신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지난 9일에 시작한 실무협상단 간 협의는 재개와 파행을 반복했다. 1차 데드라인이었던 후보 등록일 시한도 지키지 못했다. 21일에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됐다. 지지율 등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였던 안 후보 측은 쉽사리 양보하지 않았다. TV토론 횟수는 몇 회냐 하느냐, 경쟁력을 물을 것인가 적합도를 물을 것인가, 유·무선 혼합으로 실시하느냐 무선 100%냐 등을 두고 싸우게 됐다.

정작 당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지도 못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안철수 후보의 편을 들려는 일부 의원들의 움직임이 나오자, 당 지도부가 나서서 내부 단속에 들어갈 정도였다. 결국 오세훈 후보가 직접 나서서 양보를 결단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안철수 후보 측과 사인이 맞지 않아 이른바 '양보 경쟁'을 빚었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 되는 대신, 서로 간의 불협화음만 노출하는 모양새가 되며 비판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최종적으로 도출된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은 오 후보 측이 조금 더 양보하는 형태를 취했다. 당내 경선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안 후보를 바짝 추격하던 오 후보가, 과연 불리함을 안고 뛰어든 단일화 경쟁에서 또 한 번의 역전을 해낼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하지만 결국 드라마를 만들어낸 건 오세훈이었다.

[최종 승리?] 극복해야 할 산적한 과제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3일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3일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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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찬 국민의힘 서울시장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오세훈 후보를 중심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는 원팀의 정신으로 헤쳐나가자"라며 "오세훈 후보를 선택해주신 서울시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 우리 야권은 오세훈 후보를 중심으로 보궐선거 승리라는 고지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이제 막 7부 능선을 넘었을 뿐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라는 고지를 놓고 무도한 문재인 정권과 치열한 대결을 벌여야 한다"라며 "앞으로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는 화학적 결합과 진정한 결속"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하나가 되는 원팀의 정신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한 험난한 대장정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라며 "무너져가는 국정과 서울시정을 하루속히 바로잡아달라는 국민적 열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민의힘은 혼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박영선 후보와의 최종 결전이 남아 있는 상황.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여권의 악재가 많고 보수·야권의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형성된 여론 지형이다. 야권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권이 못해서 이동한 표심인만큼, 오세훈이 확실한 박영선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태 보수 정당'의 한계를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여론조사의 당 지지율에서 우위를 보이기도 하지만, 국민의힘은 오래 전부터 '비호감' 정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 등 여권에 실망해 이탈한 지지층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이 투표장에서 섣불리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후보 쪽에 더 호감을 표했던 중도층 등을 '보수' 오세훈이 과연 다 끌어안을 수 있을지도 문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안철수 후보 쪽 지지층을 어떻게 결합시켜내느냐, 국민의힘 바깥에 있는 중도층을 어떻게 결합해내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단일화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본인의 말실수와 당의 실수가 판을 출렁거리게 만드는 변수"라며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황교안 전 대표 등의 말실수로 인해 당이 이상하게 되어버리지 않았느냐. 희화화가 되고 조롱거리가 되면 정책 능력도 인정받지 못한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10년 전 자신이 내던졌던 바로 그 자리로 오세훈 후보가 돌아갈 수 있을까. 진짜 선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태그:#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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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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