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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안철수 후보가 방금 유선전화 포함 받겠다고 하는데요?"
- 오세훈 "조금 전에요? 허…."

- 기자 "방금 오세훈 후보가 입장문으로 무선전화 100% 받아들인다는데요?"
- 이태규 "…안철수 대표에게 상의를 드려봐야겠네요. (일동 웃음) 진작 하시지, 왜…. 이해가 안 가네요."
 
19일 오후 3시 45분, 비장한 자세로 각자의 공간에서 기자들 앞에 섰던 국민의힘-국민의당 양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양보하겠다고 나서니 오히려 엇갈렸다.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의 범보수‧야권 단일화를 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같은 시각에 서로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언론 앞에서 선언했다. 그러나 서로 소통하지 않은 탓에 혼란이 가중됐다. 양측은 오는 주말(20~21일) 여론조사 실시를 목표로 실무협상단 협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안철수]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 수용하겠다... 이제 만족하나"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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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부터 양측은 핑퐁과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힘 요구 수용' 입장 발표로 얽혔던 단일화 정국이 풀리는 듯했지만,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내용 탓에 더 엉키고 말았다(관련 기사: 오세훈 "안철수는 다 수용하겠다더니... 이태규는 말 달라").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후보 역시 불편한 소회를 밝히자,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를 비판하는 논평까지 내놔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서로가 단일화 명분을 내걸고 상대의 결단만을 압박하는 셈이 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오전에 이어 또 한 번의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안 후보는 "오늘 아침에 국민의힘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고 했더니 해석을 두고 뒷말이 많다"라며 "이런 행동이 제 결심과 진정성을 국민의힘에서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안 후보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태규 사무총장이 설명드린 사항은 오늘 아침에 말한 저의 뜻과 조금도 다른 게 없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지난 수요일(17일) 밤 양측 협상단이 모인 공개석상에서, 국민의힘 협상단은 당의 입장이라며 '경쟁력' 조사에 유선전화 10% 포함을 요구하는 입장을 공개 설명한 바 있다"라며 "저는 그것이 김종인-오세훈 두 분이 합의한 당론으로 이해하고, 그 내용을 수용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가 수정 제안을 하고 오세훈 후보가 역수정 제안을 하며 후보 당사자들 간 오갔던 18일 논의내용이 아니라, 실무협상단 단위에서 17일에 오갔던 안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다. 안 후보는 "협상단 회의에서, 공개석상에서 말한 것이니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해하고 그것을 수용하겠다고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니냐"라며 "그것이 당론이 아니라면 왜 우리 협상단에 별도로 제안하고 공개적으로 설명하셨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본론은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안철수 후보는 "참 이해하기 어렵다"라면서도 "그렇지만 그것도 수용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 하고 한숨을 내쉬며 "이제 만족하시나, 다 수용하겠다"라고 반복했다.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다면, 공식적으로 김종인-오세훈 두 분이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시라"라며 "원하는대로 모두 수용해드리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저는 마음을 비웠다"라며 "제가 다 수용해드린다고 했으니, 취소하신 실무협상단이 다시 즉시 가동되기를 바란다"라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고, 이태규 사무총장이 대신 기자들 앞에 나섰다.

[오세훈] "정치적 손해 감수... 무선조사로 양보하고 전격 수용"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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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시각, 오세훈 후보는 후보 등록을 위해 종로구에 있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등록을 마치고 나온 그는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했다. 오 후보는 "저는 오늘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며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가치 앞에 제가 양보하고 안철수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결정을 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라며 "안철수 후보의 제안을 받아 어제 제가 수정 제시해서, 안철수 후보가 수용했던 안"이라고 부연했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는 "1개 여론조사기관 적합도 조사, 다른 여론조사기관 경쟁력 조사"라고 덧붙여져 있었다.

오세훈 후보는 "이 안에 대하여 유·무선 혼합조사가 걸림돌이었는데, 유선을 제외하고 무선으로 조사하는 것을 제가 양보하고 전격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결정으로 제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하지만 저는 서울시장을 탈환해 정권교체 교두보를 마련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따르겠다"라며 "부디 저의 이번 결단이 정권탈환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라며 입장문을 마쳤다.

그 역시 취재를 위해 모여 있는 기자들 앞에 질문을 받기 위해 나섰다. 현장의 기자들은 오세훈 후보와 이태규 사무총장에게 이 엇갈린 상황에 대해 질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입장을 전해들은 오세훈 후보는 "허" 하고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후보들의 입장 발표로 멈췄던 양측의 단일화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가 모두 양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라, 이날 실무협상단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관련 기사]
안철수 "오세훈 측이 요구한 단일화 방식 수용" http://omn.kr/1si54
오세훈 "안철수는 다 수용하겠다더니... 이태규는 말 달라" http://omn.kr/1sico

태그:#오세훈,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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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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