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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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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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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276원.

지난 11일 오후 3시 4분.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던 눈이 금세 동그랗게 변했다. 암호화폐 애플리케이션(앱) 속의 잔고란에는 몇 분 간 기다렸던, '정말 올까' 싶었던 바로 그 숫자가 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 손엔 스마트폰을, 다른 한 손엔 사려던 책을 쥐고 바로 계산대를 향해 내달렸다. 잔고는 시시각각 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1만8000원어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계산대에 도착하자 가쁜 숨과 함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잔고가 줄어들기 전에 계산을 마쳐야 해 마음이 급했지만 계산대 앞에는 두어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새 내 차례가 돌아왔다. 바쁜 마음을 모르는 직원은 나긋하게 "교보문고 회원이냐"고 물었다. 회원이었지만 적립금을 따질 시간이 없었다. 고개를 가로 젓고 잔고를 새로고침했다.

오후 3시 6분. 2분만에 잔고는 1만7045원이 돼 있었다. 결국 "조금 이따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계산대를 돌아나와야 했다.

처음 만난 암호화폐

요즘 금융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암호화폐다. 암호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한때 1코인당 7000만 원을 돌파하는 등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뜨거운 암호화폐 투자 열풍만큼 그 가치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논쟁도 뜨겁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으로서 자산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또 화폐로서 교환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관점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암호화폐가 투자의 대상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교환수단이 될 수 있을까' 여부다. 실제 화폐처럼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있어야 암호화폐의 가치와 주목도도 높아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과연 암호화폐는 현금이나 신용카드, 또는 각종 상품권이나 지역화폐처럼 또 하나의 결제 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암호화폐를 실제로 접한 건 지난 2월 말이었다. 지인으로부터 '페이코인(PCI)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페이코인은 종합결제서비스사인 다날의 계열사,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실제 사용이 가능한 암호화폐다. 다날핀테크는 가입 시 '추천인'을 입력하면 5 PCI을 주는 이벤트를 지난 2월 말까지 진행했다. 그렇게 등 떠밀려 페이코인에 가입한 다음 날, 코인 계좌에는 8000원이 넘는 돈이 들어와 있었다. 1코인당 가격은 1750원이었다. 

코인을 받긴 했지만 코인 계좌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실제 사용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0일 우연히 계좌를 확인했다. 코인당 가격은 2000원을 넘긴 상태였다. 빠른 상승 속도였다. 지난 12일 나스닥에 상장한 오픈마켓 쿠팡의 '관련 종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듯했다. 다날핀테크는 쿠팡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전자결제를 대행하고 있다.

페이코인의 가격이 오르고 있었지만 당장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가격이 오른 만큼 하락의 위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불 수단으로서의 페이코인을 체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페이코인을 사는 대신 '채굴'하기로 했다. 다날핀테크는 광고를 보거나, 유튜브를 구독하거나, 특정 사이트에 회원 가입 등 '미션'에 참여할 때마다 일정 액수의 PCI를 나눠줬다. 나 역시 5개의 미션에 참여해 총 6.1 PCI를 모았다. 

결제 직전, 다시 하락
 
 14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개당 7천100만 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가상화폐 시세.
 14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개당 7천100만 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가상화폐 시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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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근처 편의점에서 처음 코인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직전 2800원대까지 오른 코인 가격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가격이 전날보다 1000원 가까이 올라 있었다. 쓰고 싶은 동시에 쓰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코인당 10만원까지 오르는 것은 아닐까. 잠시 단 꿈에 잠겨 몇 분 간 편의점 앞을 서성였다. 

이후 오르내리는 코인 가격에 따라 생각은 수시로 바뀌었다. 몇 분 뒤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자 바로 편의점 문을 열어젖혔다. 더 떨어질까봐 괜히 조바심이 났다. 1500원짜리 초콜릿 하나를 골라 직원에게 페이코인 앱과 함께 내밀었다. 직원은 순식간에 바코드를 스캔해 결제했다. 앱 위로는 영수증이 하나 떠올랐다. 1275원에 해당하는 0.43442706 PCI가 빠져나갔다. 초콜릿 가격과 결제된 금액이 달랐다. 직원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페이코인 결제 시 할인 혜택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후 5분 거리에 있는 교보문고로 발길을 옮겼다. 사야 할 책이 있었다. 알고 보니 페이코인으로도 결제할 수 있었다. 원하는 책을 골라 뒷면 가격표를 봤다. 정가 1만8000원이었다. 초콜릿을 구입한 뒤 남은 코인은 약 5.67 PCI, 오후 3시 기준 당시 가격이 1만6726원이었기 때문에 책을 사기엔 돈이 부족했다. '혹시 오를지도 모른다'는 얄궃은 희망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마음 속으로 '가즈아'를 외치며 기다렸다. 

기대대로 4분 후, 잔고가 1만8000원을 넘겼다. 하지만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페이코인의 가격은 다시 1만8000원 아래로 내려갔다. 10분 더 계산대 근처에서 서성였지만, 한 번 떨어진 가격은 다시 오를 줄을 몰랐다. 704원 상당의 PCI를 준다는 미션에 참여해 총 5.9PCI를 모아보기도 했지만 그 새 코인당 가격은 더 떨어졌다. 다행히 페이코인 앱을 뒤적이다 교보문고 결제 시 10%를 할인해준다는 이벤트 페이지를 보게 됐고 결제에 나섰다. 1만6200원을 내고도 남을 만큼 코인가격이 유지되고 있어, 이번엔 '여유롭게' 포인트도 적립했다. 결제 후 1만6200원에 해당하는 5.5798574 PCI가 빠져나갔다. 

암호화폐는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페이코인의 지난 11일 오후 2~4시 사이 가격 그래프.
 페이코인의 지난 11일 오후 2~4시 사이 가격 그래프.
ⓒ 업비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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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과 달리 수시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암호화폐로 물건까지 사 볼 수 있었던 재미 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활약하게 될지 의문이 들었다. 

결제 직전까지 마음을 졸여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암호화폐 가격은 '초' 단위로 바뀌었다. 분명 5분 전까지만 해도 충분했던 잔고가 순식간에 줄어들기도, 거꾸로 부족했던 잔고가 금세 불어나기도 했다. 후자의 경우라면 좋겠지만 전자라면 구입하려던 물건을 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물건값을 암호화폐로 받은 업체들도 코인 가격 등락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암호화폐 가치가 급상승할 때면 암호화폐로 물건을 결제할 유인도 줄어든다.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암호화폐를 사용하기보다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금처럼 향후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보고 투자한 경우 오히려 실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 관점에선 '할인 혜택'도 관건이었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카드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암호화폐를 사용할 때는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탈중앙화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사의 거래 체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부에서 주는 소득공제 혜택도 없다.

암호화폐는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 등과 같은 결제수단과 다를 바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서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가격의 급등락 등 화폐로서의 단점도 뚜렷했다. 암호화폐가 실생활에 자리잡는 데는 적응하기 힘든 암호화폐의 변동성 해소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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