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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 오브 경기(Humans of Gyeonggi)'에서는 특별한 활동을 하거나 삶을 살고 있는 '경기도민'을 만납니다. 그 일곱 번째 주인공은 경기 군포 청아랑공방 보자기프로젝트작가 정아영씨입니다.[편집자말]
경기 군포 금정역 4번 출구 골목에 달달하면서도 청아한 곳이 생겼습니다. 바로 김달하씨의 달달아트연구소와 정아영씨의 청아랑공방인데요.

원래 달하씨와 아영씨는 약 10년 전 대학에서 조교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라고 합니다. 이후 두 분은 조교일을 그만두고 각자 다른 길을 걷다가 공방 대표가 되어 또다시 만나게 돼요. 핸드위빙, 펀치니들, 마크라메를 하는 달하씨의 공방과 보자기 아트를 하는 아영씨의 공방이 지난 2020년 겨울부터 군포에서 공간을 쉐어하게 된 겁니다. 

정아영씨와 김달하씨의 인터뷰를 차례대로 만나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1월, 정아영씨와 나눈 일문일답이에요.
 
달달아트연구소와 청아랑공방. 두 대표의 사이만큼 가깝다. ⓒ좋아지지
 달달아트연구소와 청아랑공방. 두 대표의 사이만큼 가깝다.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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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서 '복지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글귀를 봤습니다.  청아랑 공방이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사회복지사로 8년 정도 활동을 했습니다. 청소년,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복지 분야에서 근무를 했는데 마지막 근무지가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이었어요. 한국엔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가 있는데요. 저희 제품을 소개하면서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반대로 아쉬운 지점이 있었어요. 생산자의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물건 자체가 참 좋거든요. '장애인 제품'이란 타이틀이 없어도 제품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개인 사정으로 사회복지일을 그만두게 됐는데요. 보자기 아트는 해보니까 정말 누구나 할 수 있겠더라고요. 노인,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국한하지 않고 그냥 정말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때 든 생각이, 그럼 내가 보자기 공방을 열어서 단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고용을 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아닌가 싶었죠. 굳이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장애가 있다고 어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 보자기는 명절 선물 포장에 쓰인다고만 생각했는데요. 공방에 와보니, 보자기 아트에 영역이 참 다양한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와도 연결되고요. 
"보자기는 '물건을 감싸는 네모난 천'이거든요. 이 천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시계, 모빌, 와인병 등 다양한 일상 속 소품을 보자기, 천 하나 싸면 달라져요. 천들이 포장지로 쓰인 이후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게 싫어서, 이렇게나 다양한 방법으로 변신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어서,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신랑이 캠핑을 좋아하는데, 집에 쌓아 놓은 캠핑장비에 보자기도 있어요."
 
"보자기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와인잔에 보자기를 두르는 정아영님의 손길.ⓒ좋아지지
 "보자기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와인잔에 보자기를 두르는 정아영님의 손길.ⓒ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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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과 보자기의 조합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보자기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돗자리 있죠. 네모 낳고 크잖아요. 물건을 감싸면 그게 보자기가 돼요. 그래서 저는 캠핑 갈 때는 큰 보자기 하나에다가 물건을 막 담은 뒤, 묶어서 가방처럼 들고 가요. 보자기에서 물건을 다 꺼낸 다음엔 테이블보로 쓰는 거죠. 또 캠핑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땐 테이블 정리가 쉽지 않잖아요. 그럴 땐 보자기 위에 올려놨던 그릇들을 그대로 다시 묶어와서 집에서 설거지 하면 돼요."

- 청아랑의 보자기 프로젝트 스타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보자기라는 게 있구나, 보자기가 참 좋구나, 이런 느낌만 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에 복지시설에서 일할 때 마케팅을 한 달 정도 배웠는데요. 나만의 스타일, 색깔, 콘셉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처음엔 그걸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면보자기도 팔아보고, 스타일리시한 작품도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엔 그냥 아무것도 안 한 자연스러움도 하나의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보자기 아트입니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보자기프로젝트작가 정아영님.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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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달아트연구소 대표님과는 원래 직장 동료였다고요.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대학에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졸업한 대학에 마침 과 조교 자리가 나서 들어갔죠. 당시 달하님은 행정 조교였고요. 대학 일을 그만두고 나선 서로 연락한 적이 없었는데요. 제가 보자기 아트 활동을 하려고 마음먹고 다른 공방에 조언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달하님에게도 연락을 했어요. 달하님도 공방을 연 것 같더라고요. 그때가 마침 제가 성남에서 안양으로 이사를 온 시기인데요. 달하님이 군포 공방을 확장할 건데 공간을 쉐어할 생각이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로 공방을 옮겼습니다."
 
보자기의 끊임 없는 변신을 시도하는 청아랑공방. '예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고민이 담겼다. ⓒ좋아지지
 보자기의 끊임 없는 변신을 시도하는 청아랑공방. "예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한 고민이 담겼다.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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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아랑 공방에선 식용 가능한 밀랍으로 캔들도 만든다고요.
"캔들의 향이 대부분 인공향이잖아요. 안전인증을 받았다 해도, 인공향이 후각을 통해 인체에 지속적으로 들어온다는 게 그렇게 좋을 것 같진 않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그런 캔들을 만들 때 머리가 아팠어요. 그러다 밀랍캔들을 알게 됐는데요. 외국산보단 기왕이면 국내산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국내 양봉장 네다섯군데 밀랍으로 직접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어떤 게 향이 제일 좋은지, 어떤 게 찌꺼기가 제일 덜 남는지 혼자서 계속 시험을 해봤어요. 밀랍캔들은 제 자신이 마음놓고 사용하고, 남들에게 소개도 자신있게 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걸 만들 땐 아무런 향도 첨가하지 않아요. 그리고 소이캔들을 피웠을 때보다 냄새 제거 효과가 확실하고, 빠릅니다. 천천히, 오래 타고요."

- 2021년 소망이 있다면요. 
"중장기적으로 장애인 고용 목표가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성장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제 자신과 청아랑공방이 먼저 커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포장 이후의 쓰임까지 생각하기에 보자기의 소재에 대한 고민도 깊다. ⓒ좋아지지
 포장 이후의 쓰임까지 생각하기에 보자기의 소재에 대한 고민도 깊다. ⓒ좋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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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에서 달하씨의 공방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글. 허은선 (rikujjua)
사진. 오상택(ost1219)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곧 공개할 온라인 매체 '좋아지지(JOAGG, 경기도가 좋다)'에도 실립니다.


태그:#휴먼스오브경기, #경기도민, #좋아지지, #JOAGG, #청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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