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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의 장기화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언젠가부터 '명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긴 줄을 서고 재고품이 없을 정도라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며칠을 계속 매장에 나가봐도 구매에 실패했다는 기사도 볼 수 있을 정도죠.

'명품'이란 말은 상술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명품'이라는 용어에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 그 문제는 작지 않습니다. 누구든 '명품(名品)'이란 말을 듣게 되면, 거의 예외 없이 "대단히 뛰어나거나 훌륭한 물건, 또는 명장(名匠)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이미지나 의미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 '명품'이란 용어 자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압도적으로 우월한 상품 혹은 물건'이라는 확고한 '권위'와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게 하기 때문이죠.

기실 '명품'이란 용어는 상술(商術)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명칭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명품'의 본래 영문은 'luxury goods' 혹은 'luxuries'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번역한다면, 바로 '사치품', '고가품' 혹은 '호화품'이죠. 반면, 원래의 '명품'에 해당하는 정확한 원어는 'masterpiece', 'master-work'입니다.

그런데 초기에 이 'luxury goods' 혹은 'luxuries' 상품들을 본격적으로 수입할 때, '사치품'이나 '호화품'이라는 명칭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하여 일부러 '명품'이라는 명칭을 상술로 붙였습니다.

'luxuries'에 '명품'이라는 너무 좋은 용어를 붙여줄 수 없다

'명칭'이란 우리들의 인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명품'이라는 말은 그 용어 자체에 이미 소비자 등 일반 사람들의 합리적 판단 기준을 압도하는 장치를 부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 결국 '명품'과 같은 용어는 합리적 판단 기준을 파괴하고 과시적 소비와 과잉 소비를 불러일으키며, 나아가 공정한 상품 경쟁을 붕괴시켜 '건전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동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른바 '명품'을 자신들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려는 일부 특권계층의 과시적 소비는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라는 편승 작용을 불러일으켜 '명품' 구매 열풍을 유행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명품 구매'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대다수 사람들을 소외시키면서 여러 사회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명품' 대신 '사치품'이나 '호화품'이라는 원어의 의미에 정확한 용어로 서로 소통하고 사용하게 된다면, 자기 나름대로의 '합리적' 판단 기준에 의하여 이 상품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각자의 취향과 사정에 따라 현실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지금보다는 많아질 것입니다.

'명품'이란 말은 상술에 의해 만들어진 그릇된 명칭입니다. 'luxury goods' 혹은 'luxuries'에 '명품'이라는 너무 좋은 용어를 부여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치품' 혹은 '호화품'으로 불러야 할 것입니다.

태그:#명품, #명칭, #사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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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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