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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5일 오전 10시 25분]

언론지면에 돌연 '지지지지'라는 말이 나왔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부터 '지지지지'라는 말이 회자됐다.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의연하고 담백하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 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 기재부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과 고귀한 열정, 그리고 책임감있는 사명감과 사투의지를 믿고 응원합니다." - 2월 2일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페이스북 글

그런데 언론은 이 말의 한자어가 '知止止止'로서 <도덕경> 제44장에 나온다고 소개했다. "그칠 곳을 알고, 그칠 곳에서 그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도덕경>을 저술한 나로서도 처음 듣는 말이라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좀 당황했다. 그래서 다시 <도덕경>을 훑어보니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도덕경>에는 여러 판본(板本)이 있어 혹시 다른 판본에서 비롯된 말일까 조사했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

<도덕경> 제44장 전문은 다음과 같다.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得與亡孰病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지지지지'와 관련된 부분은 바로 '知足不辱, 知止不殆'로 그 의미는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게 된다"이다. 이중 '지지(知止)', '그칠 줄 알다'를 찾을 수 있다. '지지(止止)'는 찾을 수 없다. 

'지지지지'는 억지로 조합해 만든 잘못된 말

문제의 '지지(止止)'를 살펴보자. <장자> '인간세(人間世)' 편에 '길상지지(吉祥止止)'라는 말이 나온다. 본래 장자는 추상적이고 난해하지만, 이 구절도 해석이 분분하다. 대체로 止止 중 뒤의 止는 조사로 해석되며, 일부에서는 之의 오자라고 주장한다.

결국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있는 말이 아니라, <도덕경>과 <장자>에 있는 말을 인위적으로 합친 조어(造語)다. 그리고 "그칠 곳에서 그치다'는 해석도 작위적이다.

참고로, 일각에서는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가 자신의 당호를 지지헌(止止軒)으로 삼았고, 이 '지지(止止)'가 <주역>의 어구(語句)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주역>이 아니고 <주역>을 모방해 기술된 <태현경>이라는 책의 止于止라는 어구에서 따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지지지'는 억지로 조합해 만든 잘못된 말이고 일종의 '언어유희'라고 판단된다.

태그:#지지지지,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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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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