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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0년대 15세 미만에 불과한 나이로 강제 수용되어 상상할 수 없는 인권침해를 겪었던 소년소녀들은 오늘날 어떤 삶을 겪고 있을까?

참혹한 연구 결과

 지난해 말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이사장 함세웅)가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으로 '강제수용 인권침해 피해자 트라우마 현황과 인권증진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에 따르면, 이 사업에 참여한 강제수용 인권피해 생존자의 76.5%가 최근까지 자살을 생각하였으며, 그 가운데 62.9%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알려진 PTSD는 참여자의 55.6%, 우울은 66.7%를 보이며 어린 시절의 강제수용 시설에서의 경험이 40-50년이 지난 현재 정신심리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당시 강제 수용되었던 참여자의 약 80%가 (10세 미만 38.2%, 11세~15세 41.1%) 15세 미만의 아동이었으며, 이들을 강제수용 시설로 인도한 사람들은 대부분 경찰과 공무원(71.1%)이었다. 심층 인터뷰에서 어느 피해 생존자는 당시 시 공무원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찾아와 강제 수용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부모가 있는 아이라 할지라도 어린아이들을 강제 수용시킨 공무원들은 승진에 유리했다고 한다. 

197-80년대 대표적인 강제 수용시설: 서산 개척단, 선감학원, 형제복지원

1970-80년대 한국 정부는 사회의 부랑아들을 교화시킨다는 대외적 목적 하에 수많은 강제 수용시설을 만들었다. 서산 개척단, 선감학원, 형제복지원은 대표적인 강제 수용시설이라 할 수 있다. 서산 개척단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1961년부터 국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간척사업에 청소년들을 대거 강제 동원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사회 명랑화'라는 명분으로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간척지에 무고한 청년들과 부녀자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강제결혼과 강제 노역을 시켰다. 
 
지난 7월 선감학원의 유아 사망자들의 유해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작은 봉분들에 대해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의 김영배 운영위원장이 함세웅 이사장에게 설명하고 있다.
▲ 선감학원 피해자 유해 매장 추정 현장 지난 7월 선감학원의 유아 사망자들의 유해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작은 봉분들에 대해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의 김영배 운영위원장이 함세웅 이사장에게 설명하고 있다.
ⓒ 인권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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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은 대한민국 정부의 미완의 일제청산이 남긴 결과였다. 선감학원은 1941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세워져 당시 태평양 전쟁을 위한 군사 양성소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도 이 선감학원은 사라지지 않고 1982년까지 40년 동안 약 5000여 명에 이르는 아동들의 인권을 짓밟는 장소가 되었다. 이 두 시설에 비해 비교적 알려져 있는 부산의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까지 약 3000여 명을 수용했던 전국에서 가장 큰 강제 수용시설이었다. 형제복지원은 박인근이라는 원장이 이끄는 종교시설의 형태를 띠었으나 권력에 붙어 돈을 챙겼던 한국판 콜로니아였다. 정확히 파악되진 않지만, 약 500여 명이 넘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죽거나 암매장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금은 높은 아파트의 숲이 되어 버린 옛 형제복지원 터. 그 자리에 과거 형제복지원 물탱크와 자물쇠가 남아 있었다.
▲ 형제복지원 옛터에 남아있는 물탱크와 자물쇠 지금은 높은 아파트의 숲이 되어 버린 옛 형제복지원 터. 그 자리에 과거 형제복지원 물탱크와 자물쇠가 남아 있었다.
ⓒ 인권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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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기보다 아동기의 강제수용 경험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의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성인기에 강제 수용되었던 생존자에 비해 15세 미만의 아동기에 강제 수용되어 극심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 생존자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심각하였다. 예를 들어 주로 성인 나이에 강제 수용된 서산 개척단 피해자들은 자살 생각과 시도가 각각 14.2%와 28.6%였지만, 10세 전후로 수용되었던 형제복지원은 44.4%와 70.6%를, 선감학원은 60%, 80%를 보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 PTSD 또한 서산 개척단 피해자가 14.3%를 보인 반면,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의 피해자들은 각각 66.7%와 70%를 기록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보며 두 가지 질문을 꼭 던지고 싶었다. 
 
"국가와 국가의 녹을 먹고사는 공무원들에 의해 어린 시절을 
빼앗긴 피해 생존자들의 일그러진 삶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제는 60-70대가 되어 버린 이들은 47.1%가 월세로 거주하고 있으며, 55.1%가 월수입 100만 원 이하, 38.9%는 기초수급대상자였다. 단순히 정신적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빼앗긴 가족과 교육의 기회는 이들이 수용시설을 떠나서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큰 장벽이 되었다. 이에 강제수용 인권피해 생존자들은 심층 인터뷰에서 트라우마 치유 지원 프로그램의 상시적 지원과 신체적 후유증 치료를 위해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치과진료를 포함한 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가 지차체로는 처음으로 경기의료원에서 진료를 받는 전국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연간 1인당 500만 원 내에서 본인 부담금 100%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같이 이들에 대한 공적 치유 지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과제다. 
 
"왜 이러한 인권침해 피해자의 연구결과를 상세하게 
보도하는 언론은 보이지 않는가?"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의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고서를 발표하고 주요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이를 실어주는 언론은 없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은, 조회수가 높을 것 같은 이슈만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알아야 하는 사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언론의 공적 책임 아닌가. 또한, 서산 개척단, 선감학원, 형제복지원과 관련된 기사들은 인권피해 생존자들의 관점이 아닌 이들의 이야기를 소비하는 소비자층의 관심만을 고려하여 자극적인 인터뷰 기사를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인권피해 생존자들은 다시 한번 지난 과거의 트라우마를 재경험하게 된다. 다시 한번, 언론들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에게 필요한 공적 조치의 필요성을 분석하는 기사를 만들어 주길 요청한다. 
 

태그:#강제수용, #인권피해, #서산개척단, #선감학원, #형제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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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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