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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바이오코리아가 지난 2018년부터 일본으로부터 독점 수입해 종근당에 납품해 온 독감진단키트.
 파마바이오코리아가 지난 2018년부터 일본으로부터 독점 수입해 종근당에 납품해 온 독감진단키트.
ⓒ 파마바이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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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제약업체인 종근당의 독감 진단키트 갑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소 수입업체를 상대로 한 종근당의 허위 납품 약속과 수억원에 달하는 진단키트 무상 요구 등으로 인해 해당 업체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종근당은 최근 해당업체에 향후 협상 조건으로<오마이뉴스>의 기사 삭제와 추가 취재 등에 응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보도] "종근당의 거짓 약속 믿었다가 부도 위기 내몰려")

이에 대해 종근당쪽은 "해당 업체 직원의 사망은 우리 쪽 영업과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그쪽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회사는 "해당 업체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와 당혹스러웠다"면서 "그에 대해 항의성 언급을 했을 뿐 기사를 내려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건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해당 업체 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면서 "우리 역시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종근당의 무리한 요구에 매일 술... 결국 세상 떠나"

지난해부터 독감 진단키트 유통을 두고 종근당과 마찰을 빚고 있는 파마바이오코리아(이하 파마바이오) 방아무개 대표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종근당 쪽과의 진단키트 유통 과정을 담당했던 A씨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면서 "그는 회사 창립 때부터 영업 활동을 맡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던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지난 2018년 종근당쪽에서 당초 (진단키트) 약속했던 물량 30만개 가운데 25만개만 매입하고, 나머지 5만여개는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었다"면서 "이후 재고 물량(2억원 상당)을 홍보용 샘플로 공짜로 넘기라는 요구를 받았고,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그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며, 진단키트 재고에 대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난해 여름, 세상을 등졌다. 

종근당 쪽으로부터 자신들의 무상 샘플 요구를 들어주면 향후 60만개에 달하는 진단키트를 구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게 파마바이오 측의 주장이다. 결국 방씨 회사는 2019년 진단키트 8400개(약 4000여만원 상당)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그 대가로 그해 종근당에 20만개의 키트를 납품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밖에 파마바이오는 종근당에서 전국 병의원을 상대로 개최한 심포지엄의 각종 비용도 떠 안았다고 주장했다.

파마바이오 쪽은 종근당을 상대로 불공정거래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공정거래조정원에 제소했다. 이어 지난 13일과 20일 오후 종근당 관계자 등과 대면 협상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종근당에서 본부장급 임원을 포함해 관계자 2명이 나왔고, 파마바이오에서는 신아무개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협의 과정에서 신 회장 등은 종근당과의 진단키트 납품 과정에서 파마바이오 직원이 숨을 거둔 사실을 공식 언급하면서, 종근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종근당쪽은 "당시 파마바이오쪽에서 일방적으로 직원 사망 이야기를 꺼냈다"면서 "해당 직원은 우리와 영업 협의 때 처음 한번 나왔을 뿐, 이후 우리 쪽과는 관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파마바이오쪽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번 건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기사 삭제 요구" 주장에 종근당 "그런 적 없다" 
  
종근당 홈페이지 캡쳐.
 종근당 홈페이지 캡쳐.
ⓒ 종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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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협상에 앞서 종근당 쪽 임원이 파마바이오에게 향후 협상 조건으로 <오마이뉴스>의 기사 삭제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 대표는 "종근당 쪽 인사가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언급하면서 우리 쪽에 강하게 어필했다고 들었다"면서 "(종근당 쪽에서는) 향후 협상 전제조건으로 해당 기사 삭제와 함께 추가적인 취재와 보도에 응하지 말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해당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기사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며 "(종근당 쪽에) 우리는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근당은 강하게 반박했다. 기사 삭제를 요청한 적이 없으며, 파마바이오 쪽에서 일방적인 피해 주장과 함께 무리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근당 내부에서는 파마 쪽과의 거래로 인해 자신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배대길 홍보 상무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그쪽과 협상과정에서 해당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파마쪽 관계자들에게) 언론 보도 과정에 대한 어필을 한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마바이오가 주장하는 피해 내용과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협의가 진행 중이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당혹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배 상무는 "코로나 19라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일이 터지면서 우리 역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면서 "그럼에도 파마쪽에서 요구하는 내용들이 일방적인데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20만개 재고 처리 놓고 양쪽 입장차 커... 법적 공방 이어질 듯

파마바이오 쪽은 공정거래조정원을 통해 종근당에 3가지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는 당초 구두로 약속을 했던 진단키트 20만개를 매입하거나, 두번째는 진단키트를 매입하지 않을 경우 수입가와 물류비, 각종 세금 등을 포함한 9억4000여만원을 보상하라는 것이다. 나머지 제안은 파마바이오가 갖고 있는 일본산 진단키트 국내 독점사업권을 종근당에서 20억원에 인수하라는 것. 

종근당 관계자는 지난 협상 과정에서 파마바이오에 "이번 진단키트 건으로 우리도 피해자이며, 파마쪽 재고 물건을 모두 가져가라는 것 역시 갑질이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서로 조정을 시도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쪽 입장 차가 너무 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종근당 쪽에선 진단키트 구매건에 대해 제3자의 판단을 들어보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 향후 공정위 차원의 정식 조사와 함께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태그:#종근당 갑질, #코로나 19, #독감 진단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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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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