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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0일 충북대 수의학과의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 예비연구" 논문을 게재한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는 지난 6일 이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을 논문 첫머리에 추가했다. 그들이 밝힌 우려는 동물실험의 윤리성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20일 충북대 수의학과의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 예비연구" 논문을 게재한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는 지난 6일 이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을 논문 첫머리에 추가했다. 그들이 밝힌 우려는 동물실험의 윤리성에 대한 것이었다.
ⓒ 플로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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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0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개 인공 눈: 예비연구"라는 논문이 실렸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에서 연구한 내용이다. 어떤 실험기관이든 연구 성과는 논문으로 나오게 마련이고 국제 학술지에 실리게 된다면 연구자들에게는 더없는 영광이다. 해외의 많은 연구진이 논문을 찾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연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학술지는 논문게재를 요청하는 연구자가 있으면 이 논문이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연구 윤리를 지켰는지 평가한다. 그런데 <플로스 원> 편집부는 지난 6일 이 논문에 대한 '우려 표명'과 함께 논문 첫머리에 이 내용을 추가했다. 그들이 밝힌 우려는 동물실험의 윤리성에 대한 것이었다.

관련 논문을 찾아 전문을 읽어보았다. 먼저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연구진은 '난치성 안질환으로 안구 제거 수술을 받는 개들의 경우 기존에는 실리콘 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각막이 심하게 손상되었거나, 안구위축이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없었고, 안구 임플란트나 보철물은 동물마다 눈 모양이나 크기가 달라 제작할 때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따라서 3D 프린팅으로 인공안구를 만들어 사용하면 저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결국 비용 문제가 나온다. 그리고 이는 인간의 인공안구를 만드는 연구에 이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실험은 실험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어떤 동물을 사용하느냐이다. 연구진은 일반 개들은 변수가 많아 통제된 실험실에서 실험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험은 두 마리의 비글이 사용되었고, 비글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결국 건강하고 멀쩡한 개의 안구를 적출하고 3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안구를 넣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임상 관찰에는 총 6개월이 소요되었고 실험이 종료된 후 두 마리의 개는 안락사되었다.

"인간을 위한 동물실험은 필요하다. 실험은 통제된 공간에서 변수를 최소화한 후 해야 한다. 실험이 종료된 후 안락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통상적인 동물실험의 절차를 단순화해서 본다면 이 실험은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동물실험을 쉽게 선택하는 이유
 
 논문에 실린 비글의 인공 안구 실험 사진
 논문에 실린 비글의 인공 안구 실험 사진
ⓒ 플로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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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에 관한 윤리적 기준이 법적으로 체계화된 것은 1876년 영국에서였다. 동물실험의 3R원칙(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 즉 되도록 대체법을 사용하고, 많은 수의 동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실험과정에서 동물의 통증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 상식이다.

동물실험은 과학적으로 타당해야 하며,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윤리적 원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과학적, 윤리적이라는 원칙은 모순되어 보이지만 상호 관련성이 있다. 과연 이 연구가 동물의 희생을 정당화할 정도로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큰 도움이 되느냐이다.

자신의 반려견이 치명적인 안질환으로 결국 눈을 적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반려견의 주인은 문제가 없는 보철물이 있다면 인공적으로라도 눈을 만들어주고 싶었을 수 있다. 물론, 이는 백 퍼센트 주인의 마음일 뿐이다. 개는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겪을 뿐, 자신의 거울로 얼굴을 보면서 슬퍼하는 동물이 아니다.

나 또한 눈이 보이지 않는 개와 살아본 경험이 있다. 낯설게 느낄 수는 있지만, 아마도 안구 적출술 이후 개가 겪을 어려움은 집안을 여기저기 다닐 때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뿐이다. 주인은 더욱 조심스러워질 것이고 산책도 더 자주 다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반려견의 주인이 (문제가 없는 보철물이라는 전제하에) 인공안구를 조금 저렴한 가격에 넣어주고 싶었다고 해보자. 가격도 싸고 어떤 임상적 문제점(눈물의 양이 많아지거나, 혈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면에서는 진일보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안구를 적출한 개에게 뭔가를 해봐야 할 텐데 동물은 이를 선택할 수가 없다. 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백번 양보해서 주인이 있는 반려견의 경우 주인의 허락이 필요할 것이며, 수술 전에 동의서와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할 시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변호사와 보험회사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인간으로 치면 임상실험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의 경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승인받아야 하는지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보호자의 승인만 있으면 되는가. 비침습적인 실험이면 되는가. 어차피 유기견이나 경찰견 등을 실험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니, 주인이 허락하지 않는 실험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나 치료제의 경우 법적으로 동물실험을 거치고 이후 임상실험을 거쳐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동물실험은 모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임상실험의 경우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IRB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연구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위하여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생명의과학연구의 윤리적, 과학적 측면을 심의하는 곳이다. IRB는 승인 자체가 매우 까다롭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동물의 경우 말을 못 하고 선택권이 없다는 데 있다.

연구진들이 개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쉽게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전국을 뒤져 안구 적출을 앞둔 개를 찾아내야 하고, 주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등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거치기 싫었을 것이다. 멀쩡한 개의 안구를 적출해 실험하게 된 배경은 이렇게 추정된다. 이 연구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임상의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쉽게 동물실험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기능을 발휘하는가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멀쩡한 비글의 눈을 적출한 뒤 인공 눈을 심는 동물실험을 한 후 비글을 폐기 처분 (안락사) 한 *** **대 수의대 교수팀을 규탄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사흘이 지난 28일 오전 9시 현재 2만 3658명이 참여했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멀쩡한 비글의 눈을 적출한 뒤 인공 눈을 심는 동물실험을 한 후 비글을 폐기 처분 (안락사) 한 *** **대 수의대 교수팀을 규탄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사흘이 지난 28일 오전 9시 현재 2만 3658명이 참여했다.
ⓒ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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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제는 연구의 기간이다. 실험은 총 6개월 소요되었다. 이 기간에 연구진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염증이나 감염이 발생하는지, 눈물이 많이 흐르는 등의 임상적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관찰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보철물을 넣은 후 색상과 대칭성을 평가했다. 그리고 개의 외모를 '우수하다'고 표현했다. 결국 실험의 목적 중 중요한 것이 '미용'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험 기간이 6개월이라는 것은 6개월 후 개들을 안락사했다는 것인데, 만약 이 과정을 안구를 적출한 다른 개들에게 적용한다고 해보자. 즉, 다른 개들을 위해 개 두 마리가 희생될 수 있다고 아무리 합리화한들 그 개들이 6개월만 산다는 보장이 있을까. 그 이상을 살아가는 개들에게 인공안구가 어떤 영향을 결국 남길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플로스 원> 편집자가 '이 연구의 목적에서 임상적 케이스보다 실험용 개를 사용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임상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다'고 평가한 지점이다. 6개월 동안 큰 문제가 없었다고 다른 개들도 괜찮을 것이라는 임상적 보장은 전혀 없다.

세 번째 문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기능이다. 법적으로 모든 실험기관은 동물실험이 과학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평가하는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실험들 모두 이 윤리위원회를 통과한 실험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돌아볼 때이다. 사실상 '그냥 도장이나 찍어주는 곳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진 시민들이 많다. 실험설계 단계에서부터 '왜 멀쩡한 개를 굳이 안구 적출해야 할까? 차라리 안구적출을 해야 하는 동물을 찾아 필요한 개에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이가 없었을까. 있어도 문제 제기가 쉽지 않고 소수의 의견은 묻히기 마련이니, 그냥 넘어갔을 개연성도 크다.

실험계획서는 전문적 용어로 가득 차 있고 일반인들이 보기엔 '외계어'에 가깝다. 되도록 쉬운 단어를 써서 일반인들도 상식선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습관일 수도 있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꺼림직해서일 수도 있다. 한 마디의 단어로 단정할 수는 없다. 소위 전문가의 의견에 쉽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구조임에는 분명하다. 연구책임자의 지시에 누가 반대를 할 수 있을까.

사실 실험기관은 두 명의 위원을 의무적으로 추천받도록 하고 있다. 한 명은 수의사고 다른 한 명은 동물보호단체 추천인이다. 전자는 동물 질병 전문가이고 후자는 윤리적 전문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2008년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될 때 연구자들의 반발이 컸지만 결국 통과되었던 배경에는 연구자들 스스로의 각성도 있었다. 열심히 연구를 해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려고 보니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결국 동물실험이 윤리적, 과학적인 측면에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이고 그 기준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영장류, 개, 고양이는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실험동물이다. 국민적 정서도 있지만,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고 영리한 동물은 실험에 쓰이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자의 마음이 다치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기관에 윤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실험의 종류가 많고 기관이 처한 위치, 예산, 성격 등등이 달라 모든 케이스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기준은 필요하다. 논의도 더욱 확장해야 하고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아직도 몇 만 마리의 동물을 관리하면서 수의사를 채용하지 않는 기관도 많다. 적어도 일정 규모의 기관에는 수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수의사 편만 든다'는 의혹의 눈초리로 돌아왔다.

연구의 윤리성을 지적받은 연구자들도 수의사였다. 모순일 수 있지만, 결국 동물의 질병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것도 수의사다. 수의사들에게도 연구윤리, 동물복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수의사들을 잘 교육하면 동물관리 측면에서 매우 유효하다는 점도 사실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의 과정과 절차도 고민해야 한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할 때이다.

결국 연구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스스로 관행에 젖어드는 것이다. 왜 실험동물윤리위원회가 필요한가. 결국 위원회의 승인은 국민이 상식으로 생각하는 선에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다른 생각을 가진 연구자들에게 상호 점검해 보자는 의미가 크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연구에 문제가 없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영국은 전 세계적으로 실험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한 곳이다. 하나의 실험을 하기 위해 일년간 기다렸다는 연구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기다린다. 그 동안 과연 이 실험설계가 제대로 된 것인지 따져보고 또 따져본다. 그리고 실험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챙긴다. 노동시간도 엄수한다.

감성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라 실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해요소를 발견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제도적 노력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과학계에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긴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냉정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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