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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8도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의 '속헹'씨는 전기가 끊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숨졌다.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를 만나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주거환경으로 인한 문제를 자세히 들으려 1월 14일 낮 12시경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았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처음에 이주노동자에게 영상 제작 교육으로 문을 열었다가, 캄보디아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전해 듣고 그때부터 상담을 하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속헹씨의 부검 결과 간경화와 식도정맥류가 있었다는 경찰 발표를 보도했다. 입국 시 건강했던 속헹씨가 간경화가 발생하게 된 경위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이유, 영하 18도 속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식도정맥류가 파열된 직접적 이유가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 중인지 물었다.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앞줄 오른쪽), 정은주 사무국장(뒷줄 왼쪽)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농촌 사업장의 주거 개선 요구 구호를 들고 있다.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앞줄 오른쪽), 정은주 사무국장(뒷줄 왼쪽)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농촌 사업장의 주거 개선 요구 구호를 들고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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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해서 함께 일한 노동자랑 어렵게 통화가 됐어요. 속헹씨 숙소의 누전차단기가 계속 떨어졌다는 거예요. 누전차단기 스위치가 오래 떨어져 있다가 잠깐 올리면 10분쯤 있다 또 떨어지고. 금요일 밤에는 5명 중 3명이 춥다고 먼저 나가고, 나머지 2명이 남아 잤는데 밤새도록 거의 눕지를 못했대요. 한 사람이 나가서 올리고 돌아오면 떨어져서 또 한 사람이 나가서 올리고 돌아오고. 전기를 너무 많이 쓰면 그럴 것 같아 '냉장고, 세탁기, 다른 전기장치 다 뺐는데 그래도 안 올라갔어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경찰이 타살이나 코로나 여부만 염두에 두고 이런 내용은 조사를 안 했어요. 동료와 금요일 밤새도록 차단기 올리다 밤을 새고 토요일 저녁엔 이 동료도 인근 친구 집에 가면서 속헹씨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괜찮아 여기 있을게' 했대요. 동료노동자는 오후 4시경에 돌아왔는데, 객혈 흔적은 속헹씨랑 둘이 쓰던 방에 있었고, 주검은 동료가 혼자 쓰는 조금 작은 방에서 발견됐대요. 그 방 차단기가 잘 안 떨어지고 우풍도 적어서 좀 더 따뜻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도 사업주는 난방장치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얘기를 해요. 대사관에서는 국가 간 외교적 관계를 핑계 삼아 관행에 따라 빨리 수습해서 보낸 것 같은데 아직 산재유족급여 신청이 안 이루어진 것이 확인되고 있어요.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식도정맥류를 파열시킨 혈압상승의 직접 원인이 강추위 속 고장난 난방시설이라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한데 환경 관련성 조사를 애써 피하는 고용노동부, 캄보디아대사관과 동료의 증언이 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고용주 모두 책임이 있는 집단이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사람을 옥죄고,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고용허가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근본적으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사업주에 종속시키는 제도예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의사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나랑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가 죽었고 시신을 본 사람들이에요. 유골함도 유족에게 보내고 위로의 말도 전해야죠. 또 유가족이 여러 얘기를 물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심신이 매우 피곤하고 트라우마가 있을 텐데 그런 관리는 전혀 안 돼요. 항의를 했더니 고용주는 오히려 저희와 동료들과의 접촉을 막고 있어요. 고용노동부가 24일에 가서 한 일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라는 한글 양식을 써서 서명을 받은 거였어요. 고용허가제는 그렇게 공고하게 운영되고 있어요. 차분하게 동료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고 위로받고 휴식할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죠."

속헹씨를 발견했던 주변 노동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 지원이 되어야 할 텐데 현재 상황이 어떤지, 심층적인 인터뷰가 계속 진행되어야 자세한 정황들이 밝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안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고용주, 노동부, 제도가 막고 있는 걸로 봐야죠. 보도가 나가니 저희는 접근을 차단당했고, 외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까 부천에 있는 트라우마센터에서 한 번 상담하고, 두 번 더 하기로 했어요. 가만히 있었으면 그런 조치들도 없었겠죠."

농촌이주노동자 주거환경의 문제는 2017년 이주노동자 숙소와 대기실 컨테이너 화재로 인한 사건들, 지난해 여름 홍수 시 이재민의 80%가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던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비정상적인 주거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궁금했다.

"주거문제를 주거권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이주 노동자를 불러왔으면 살 곳에 대한 준비를 해야하잖아요. 해마다 6만 명씩 합법적으로 들어오고, 또 그 만큼씩 돌아가거든요. 고용허가제는 국가가 독점적으로 인력을 알선해서 노동자가 다른 데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만일 나가면 미등록 체류자로 만드는 시스템이에요. 그럼 그 안에라도 생명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은 있어야 할 게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없다는 거죠.

2017년에 생긴 '숙식비 징수지침'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 전에는 월급이 110만 원인데 집값이 50만 원인 경우도 많았어요. 근데 그런 집이 농수로 위에 컨테이너인 숙소였어요. 이것을 이주노동자들이 담아온 영상으로 봤고, 노동부에 몇 차례 얘기했어요. 임금에서 숙소비를 떼게 하면 안 된다고 진정했는데 고용감독관이 '이건 근로기준법 관련사항이 아니어서 조사 못 한'대요. 숙소 문제는 노동부가 해결 못 한다면서. 계속 문제기를 하자, 2017년에 노동부가 소위 '외국인 근로자 숙식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이란 것을 내놓았어요. 그리고 그 후에는 근로기준법 제10장에 기숙사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고요.

그런데 위 지침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기숙사인지 아닌지 여부'를 명확하지 않게 숙소 제공에 대한 징수지침으로만 해놓은 거예요. 이번에 비닐하우스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크게 불거지니까 지금에서야, 명확하게 고용주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다시 미루고 처벌을 하겠다고 하는데 시정지시를 내리는 거 말고는 별 대책이 없어요. 여전히 부당한 지침은 그대로 남겨두고요."


이주노동자단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해 면적, 냉난방시설, 소방시설 등 12개 기준을 마련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기숙사 시설개선 명령을 1만 1000곳에서 받았지만, 조치에 나선 비율은 0.3%에 불과했다는 보고가 있다. 시정지시에도 개선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처벌규정이 있다기보다, 농지법 위반은 원상복구명령을 하는 거예요.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권이 있고, 경찰은 속헹씨가 살았던 농막이 6평 이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만 조사했다고 해요. 시당국에서 미등록 건물 관리를 해야 하는데 미루는 형국이에요. 처벌도 과태료 30만원 정도라고 들었어요. 노동자가 생활할 최소한의 주거권은 국가 시행 사업이니 노동부가 기본적으로 책임 있다고 봐요.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고용허가제 노동자 25만 명 중 70%는 온전한 집이 아니라 컨테이너든 샌드위치 패널이든 임시가설숙소에서 살고 있다는 거예요. 고용노동부는, 2017년 처음에는 말 그대로 '비닐하우스'만 막았어요. 전체 숙소의 1%였어요. 속헹씨의 숙소는 숙소 종류의 30%에 해당하는, 안에는 샌드위치패널 조립물이 있고 그 바깥을 까맣게 덮은 비닐하우스거든요. 올해 1월 노동부는 개선안이랍시고 '비닐하우스가 없는 임시가설 숙소는 된다'고 하고 있어요. 이것은, 다시 말하면 비닐하우스만 벗기면 샌드위치패널과 컨테이너는 상관없게 되는 미봉책인 거죠.

이주노동자가 낯선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소개자인 노동부가, 20살 이주노동자가 밭만 있는 농지나 임야에서 어떻게 자고 먹고 씻고, 문화생활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필요한 장치는 무엇인지 안내를 해야하잖아요. 그런 게 없으니 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의존해야 하고, 더욱 예속될 수밖에 없어요. 지난해부터는 건강보험도 지역건강보험료를 내야 해요. 속헹씨도 12만 원씩 냈어요. 월급 130만~150만 원인데 한국 건강보험료 평균액으로 부과를 한 거예요."


근본적으로 고용허가제가 노동허가제로 바뀌려면 노동부, 사업주가 바뀌어야 한다. 당사자나 문제를 인식하는 단위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사회화하는 것이 필요할 텐데 대책위의 향후계획에 대해 들었다.

"속헹씨가 지금의 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을 받고, 정부가 최소한의 이주노동자 주거권에 대한 미봉책이라도 잘 시행하게 해야죠. 70%의 주택문제에 대해서 지자체, 노동부가 노동자 생명권이 위협받지 않게 하려면, 한국 사람들이 야채가 비싸서 덜 먹더라도 농촌이주노동자의 피와 뼈를 갈아 넣지 않게 해야 해요. 노동시간 같은 것들이 전부 감춰져 있는 것도 큰 문제예요. 근로계약서에는 전부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되어 있지만, 한 달에 이틀 쉬고, 10시간 노동이 기본이라는 거예요.

대책위는 속헹씨 사망사건에 대한 대응을 하면서, 고용허가제의 부당함을 다시 짚고, 농촌이주노동자 주거문제에 대해 노동부가 제대로 책임지고 조치할 수 있게 정책감시와 압박을 계속 하는 활동을 진행해야겠죠."


김이찬 대표는 노동자가 힘들더라도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서로 목소리를 모으고, 혼자 말할 수 없는 문제는 나눠서 연대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적어도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일터 독자에게 나누고 싶다고 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온 농촌이주노동자의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지면상 모두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시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이신 정경희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2월호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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