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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콘의 추억 타닥타닥 튀어오르는 팝콘처럼 추억이 튀어나왔다.
ⓒ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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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맥주 한잔하려고 팝콘 튀긴다. 이거 재밌지?"  

집에서 혼술을 할까 하고 팝콘을 튀기면서 오랜 지인인 언니에게 앞뒤 없이 톡을 넣었다.

이 뜬금없이 건네는 말에 "맛있겠다. 꼬소하지. 내 인생 최초의 팝콘이 너네 오마니가 주신 거다. 와~ 벌써 50년도 더 전이다. 아~ 50년 전이라니"라며 너무도 자연스레 답장이 온다.

"용두동 같이 살 때 너네 이모네인지서 팝콘 가져오셔서 양재기 같은 데 기름 잔뜩 넣어서 연탄 아궁이인가? 거기다가 해주면서 신기하다고. 파바바박 뛰면서 한 알 한 알 튀어 오른 거. 신기하게 보고 맛보고 그랬다."

나도 기억하지 못했던 내용이지만 그 한마디에 오래전 생각들이 소환되기 시작한다. 

"맞아 그랬던 거 같다."

언니네랑은 같은 집에서 나란히 세를 얻어 살았다. 두 집 다 3남매에 나이대도 비슷하고 부모님과도 친분이 있어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기저귀 차던 시절부터 50살 중순 때까지 이어지는 인연이라니... 참으로 귀한 인연이다.

팝콘으로 소환된 추억을 소재로 이런저런 톡이 이어진다. 우리가 살던 동네 골목길이며 연탄 아궁이에 밥 해 먹던 것이며 넉넉지 않은 살림에 어린 시절 겪었던 맘고생이며 끝이 없다.

"진짜 긴 세월인데 기억은 또 이렇게 가깝게 떠오른다. 실제론 아름답지도 않은데 아련하게 그리게 되는 게 추억이고 향수인갑다. 아~ 괜히 갑자기 눈물이... 팝콘이 눈물을 준다."

5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선 한 집에 살던 우리는 각자 흩어져 지역을 달리해서 자리를 잡았고,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상태가 많이 달랐다. 우리 부모님은 90을 넘기시며 몸과 마음이 왜소해 지셨고 언니네 부모님은 지병으로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시니, 세월의 흐름을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그동안 생활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 세월을 넘겨왔으니 어린시절처럼 마냥 해맑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팝콘' 한 단어로 어린시절을 함께 떠올리며 낄낄 대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며 추억을 여행할 수 있는 인연과 관계들로 인해 마음은 다시 따스해지고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함께 이 시대를 살아나간다.

태그:#추억, #인연, #어린시절,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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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질풍노도 시기를 넘기고 있다. 이 시간이 '삶'을 이해하는 거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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