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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주근(가명·70대)씨가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은 성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통로를 지나가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고주근(가명·70대)씨가 거주하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은 성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통로를 지나가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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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고주근(가명·70대)씨가 "쪽방촌 방 좀 봐라, 하룻밤도 버티기 힘든 곳"이라면서 그가 사는 곳으로 안내했다.

후암로 85번지. 1층 건물에 6개의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몸만 간신히 눕힐 수 있는 좁은 방에 부엌,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을 사람들은 '쪽방'이라 칭했다. 고씨는 1.5 평도 안 되어 보이는 이 방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그의 방(101호)을 시작으로 간신히 성인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 사이에 총 6개의 방이 모여있다. 통로 바닥에는 20cm에 달하는 누런색 물줄기가 얼어 있다. 고씨가 "봐라, 이게 바로 똥물"이라며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며칠 전에 한 집이 '못 살겠다'며 방을 뺐다"라고 말했다.

누런색 물줄기가 얼어 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정화조에 오물(붉은색 표시)이 벽을 타고 흘러나와서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정화조에 오물(붉은색 표시)이 벽을 타고 흘러나와서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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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정화조에 오물(붉은색 표시)이 벽을 타고 흘러나와서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정화조에 오물(붉은색 표시)이 벽을 타고 흘러나와서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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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 정화조가 20여 일 전에 터졌다. 2층 높이에 있던 정화조 오물은 벽을 타고 1층인 고씨가 사는 방 앞으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해결해주지 않았다. 그의 방이 있는 건물은 불법 건축물로 소유주만 4명이다. 고씨는 "매달 꼬박꼬박 25만 원을 내지만, 집 주인은 방 앞의 오물을 모른 척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청에도 여러 번 연락했는데, 기다리라고만 한다"라고 말했다.

고씨와 같은 건물에 사는 박수길(가명·60대)씨는 "정화조가 터지기 전에 이미 화장실 변기가 얼어 곧 사고가 날 거 같았다"라면서 "구청에 말했는데도 계속 그대로라 주민들이 순번을 정해 변기를 뚫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겨울에 터져 냄새가 덜 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집주인과 지자체가 방치하는 동안 고씨와 박씨는 인근 여관에 부탁해 화장실을 사용했다. 박씨는 "화장실 가는 걸 최대한 참다가 여관에 들러 용변을 보고 겨우 씻으며 살았다"라고 말했다.

서울이 영하였던 이날, 쪽방촌의 바닥은 냉골이었다. 방 안쪽 창틀에 얼음이 맺힌 곳도 있었다. 고씨는 방 안에 있던 500ml 물통을 들어 보였다. 그는 "물이 얼었다, 방의 온도가 이 정도"라면서 "전기장판이 있지만 화재가 무서워 켜지 못하고 있다, 불나서 나만 죽는 게 아니라 옆 방 사람들 다치게 될까 무섭다"라고 말했다.

10여 년째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이미은(가명·40대)씨 역시 6.6㎡(2평)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방을 보이며 "부엌 대신 방 앞에 호스 하나 두고 씻고 음식을 하는데, 물이 언 지 열흘이 넘었다"라고 말했다. 방 안에서도 두터운 장갑에 조끼, 니트 등 4겹의 옷을 껴입은 이씨는 "눈이 오기 시작하니 무섭다"면서 "보증금 없이 매달 21만 원 내고 사는데, (주인에게) 보일러 고쳐달라고 하면 돈 내라고 할까봐 말도 못 꺼냈다"라고 말했다.

참 대단했던 1년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박수길(가명·60대)가 코로나와 기록적인 한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박수길(가명·60대)가 코로나와 기록적인 한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수길씨는 혼자 쓸 수 있는 주방이 없어 옆 집에 사는 주민과 함께 공동으로 주방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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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서 만난 이들은 "지난해는 봄·여름·겨울 모두 그냥 지나간 적이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1월 말에 시작한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가 없어 집 밖을 나오지 못한 봄, 기록적인 폭우에 곰팡이가 방 한켠에 피어오르고 일자리마저 끊긴 여름을 보냈다.

서울시에 따르면 쪽방은 영등포구 영등포동과 종로구 돈의동, 용산구 동자동·갈원동, 중구 남대문로 5가, 종로구 창신동 등 5곳에 밀집돼 있다. 5개 밀집지역 내 쪽방 건물은 314개 동, 3830가구에(2019년 기준) 달한다. 같은해 서울시 실태조사는 쪽방촌 주민 중 20%는 근로활동을 하며, 이들 중 30.8%가 건설노동직 등 일용직 일을 했다고 분석했다.

동자동 쪽방에 거주하는 이씨는 "평소 주 2~3회 나가던 일감도 코로나로 똑 떨어졌다"면서 "2020년 3월부터 연달아 일한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잡부로 일한 그는 "한 달에 90만 원은 벌었는데, 코로나와 한파가 겹쳐 일이 없다"라면서 "당장 다음 달 방값을 어떻게 내야할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녹스는 기분이에요. 매년 우리 동네(쪽방촌)에서 사람들이 죽지만, 지난해(2020년)는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죽은 거 같아. 40대인데도 죽고...얼마 전에 골목 앞에서 담배 피우고 들어간 걸 봤는데, 다음날 죽은 채로 실려 나가더라고. 그 사람이 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지금 아파도 병원가기 쉽지 않아요.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아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계속되자 방 안에 있는 물병이 얼 정도로 냉골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계속되자 방 안에 있는 물병이 얼 정도로 냉골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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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계속되자 수도계량기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항상 틀어놓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고주근(가명·70대)씨가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계속되자 수도계량기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항상 틀어놓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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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주민들의 협동조직인 '동자동사랑방' 앞에서 만난 최홍근(가명·50대)씨가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이 이용해왔던 보라매병원, 서울적십자병원 등 국공립 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신규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기존에 이곳을 이용한 쪽방촌 주민 역시 일부 이용이 제한되며 민간병원으로 가야 한다.

동자동사랑방의 박승민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민간병원은 치료를 받을 때마다 자기부담금 비용이 적잖아서 주민들이 부담을 느낀다, 결국 주민들이 병원을 잘 안 가 몸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고혈압과 당뇨 등을 앓고 있다는 최씨도 "정기적으로 약을 타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원래 가던 곳에 제한이 생겨서 그냥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전숙소가 필요하다"

박승민 활동가는 "코로나 방역이 가장 늦게 도착한 곳도 우리 동네"라면서 쪽방촌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지자체가 방역을 강조한 지난 봄, 쪽방촌에는 방역차가 오지 않았어요. 국민청원을 올리고 나서야 건물 외관에 소독약을 뿌리고 방역을 해줬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봐요. 쪽방은 방이 다 붙어있고 환기할 창문이 없잖아요. 소독약을 뿌리는 동안 주민들보고 나가 있으라는데, 나갈 곳이 없어 소독 안 받는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여기 사는 사람들의 조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펴다보면 이런 문제가 생겨요."

그는 "코로나와 한파가 겹친 요즘, 쪽방촌 주민에게 맞는 긴급대책이 필요하다"라며 '안전숙소'를 이야기했다.

"주민들은 매번 당하고 또 당해요. 매년 여름에는 더위와 장마, 겨울에는 한파를 견뎌왔죠. 그런데 2020년에 코로나까지 겹쳤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최소한 이 겨울, 코로나 시국에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안전숙소'가 필요해요."

박승민 활동가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최소한 쪽방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수요를 파악해서 지역 내 숙박시설 등을 활용한 안전숙소를 제공해야 한다"라면서 "쪽방주민들을 더 이상 버려두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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