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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인정시장의 '희망정류소'는 희망통닭 사장님이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도록 구청에 무료로 내어준 공간이다.
▲ 마을방송국 동래FM이 자리잡은 희망정류소 수안인정시장의 "희망정류소"는 희망통닭 사장님이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도록 구청에 무료로 내어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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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라고?
마을의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이렇게 즐길 것이 많은 시대에 사람들이 들어줄까?

어려서부터 해외생활을 동경하고 외국 여행을 즐겨온 나였다. 늘 익숙한 지역을 벗어나길 원했고 새로운 풍경과 이야기를 찾으며 자극을 추구했다. 미디어 강좌에서 '마을방송국'을 소개하며 눈을 반짝이는 강사님의 열정이 신기하고 색다르게 다가온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한동안 안개 같은 궁금증이 마음속에 끼어 있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마을'에 있구나. 내가 중요한 걸 놓치며 살아온 건 아닐까? 나는 결국 강사님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마을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미디어공동체 '수민동락'은 2017년에 부산 동래구에 부산의 첫 마을방송국 '동래FM'을 개국했다. 동래시장의 한 통닭집 사장님이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도록 내 준 지하공간이 방송국이 되었다.

우리 동네 60대 언니들의 허심탄회한 수다 코너('들어봅수다'), 여성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코너('지영이네 라디오'), 전국적 이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마을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프로그램 이름 미정) 등은 이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 '동래FM'의 고정 프로그램이다.

한편 부산 평화방송 라디오에도 고정으로 출연하여 지역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으며(코너명 '내 친구 송국이네') 제작진의 제안을 받아 특집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지역행사가 있을 때는 부스를 만들어 공개방송을 한다. 마을미디어가 지역 사회의 미디어로서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29일, 수민동락 남인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인숙 대표는 서울과 부산의 마을미디어 지도를 비교해 보여주며, 부산도 다양한 마을미디어로 지도가 빽빽히 차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부산에는 3개의 마을방송국(강서구, 수영구, 동래구)이 있다. 남인숙 대표는 서울과 부산의 마을미디어 지도를 비교해 보여주며, 부산도 다양한 마을미디어로 지도가 빽빽히 차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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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개국한 첫 마을 방송국인데요, 마을방송국을 시작하신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시민으로서 라디오 제작활동에 참여하는 참여방송 활동을 오랫동안 했어요. 그러다 보니 라디오라는 매체에 매력을 느꼈고, 팟캐스트도 알게 된 거죠. 팟캐스트는 3년 정도 운영해 봤어요. '여성공감TalkTalk'이라고 경력단절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형식 그대로 마을에서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디에 임대를 해서라도 마을방송국을 하려고 생각하던 차에 2016년도에 이 공간이 생기면서, 동래구의 문화예술공간으로 이용할 공모단체에 지원해서 입주를 하게 된 거예요."

- 주로 어떤 활동을 하세요?

"매년 하는 활동은 마을방송 제작교육이에요. 주민들을 모아서 기획, 대본 쓰기, 녹음, 편집 과정을 교육하는 건데, 우리 목표는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드는 거예요. 교육을 하고 나면 그 중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기거든요. 지금은 마을방송국을 함께 꾸려갈 기획팀이 4명, 콘텐츠 제작에 고정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4명 정도 되고, 콘텐츠에 일회성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이야기나 자기의 이야기를 팟캐스트를 통해서 직접 한다는 거예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교육이 있는데, 저는 'Talktalk 라디오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되게 좋아해요. 2명이든 3명이든 마을방송국 문을 열고 편안하게 들어와서 라디오방송을 체험한다는 개념이에요. 어떤 때는 연인들이, 어떤 때는 모녀간에 오기도 하고, 초등학생부터 실버 세대까지 다양한 계층들이 와요. 설명 듣고 간단하게 체험을 해 보고 돌아가는데, 굉장히 진지하게 참여하더라고요. 마이크 앞에 가면 모든 사람들이 떨리잖아요, 이게 뭐라고. 그런데 직접 녹음해서 듣고 나면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자부심을 느껴요. 방송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에요."

목소리 작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 마을방송국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같이 활동하는 60대 언니가 계신데 스마트폰이나 방송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던 평범한 전업주부였어요. 자존감이 높지 않던 분인데, 처음 올 때는 '내가 여기 와야 되나, 왜 오고 있지?' 했던 것이 2년이 되니까 자기도 모르게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게 마을방송국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60대 이상인 분들은 보통 미디어에 소외되어 있잖아요. 전업주부이면 가정에서 존재감도 떨어지고요. 그런 분들이 '나도 내 얘기를 할 수 있고,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 바랐는데, 경험하신 분이 직접 그렇게 얘기해 주시는 거예요.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들어줄 사람이 있고, 그 과정을 통해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장이 바로 마을방송국이고 마을미디어인 것 같아요."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은 허름하지만, 희망정류소의 문을 열면 노란색의 라디오 부스와 넓은 로비 겸 강의실이 시야를 확 틔워준다. 부스 안에 들어가니 마치 공중파 라디오를 녹음하는 듯 현장감이 절로 들었다.
▲ 라디오방송 체험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은 허름하지만, 희망정류소의 문을 열면 노란색의 라디오 부스와 넓은 로비 겸 강의실이 시야를 확 틔워준다. 부스 안에 들어가니 마치 공중파 라디오를 녹음하는 듯 현장감이 절로 들었다.
ⓒ 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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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시대에 마을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거예요. 지금은 대부분의 활동이 비대면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의외로 노년층도 비대면 앱을 사용하면서 비대면 상황으로 만나보기를 원해요. 그분들도 시대 흐름에 합류하고 소외되고 싶지 않은데,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60대분은 우리 수업 중 비대면 앱으로 하는 수업에 들어오는 게 잘 안 돼서 이틀간 엄청나게 애를 쓰시다가 겨우 접속을 하셨어요. 그런데 올해 제일 좋았던 게 비대면 상황에서 수업에 참여하게 된 거래요.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리가 멈추지 않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온라인으로 만나보니까 오프라인 못지않게 느낌이 좋더라고요. 비대면으로라도 만나면서 관계를 이어가고 활동에 참여하는 것 역시도 마을주민의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방송의 개념이 확장된 만큼 관심을 가질 매체도 내용도 참 다양한데요, 이런 시대에 '마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을 관련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개인적인 삶에 머물던 시선이 자연스레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돼요. 직접적으로 공동체나 마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그 가치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거예요. 대본을 한 편 쓰려고 해도 대본에 쓰기 위해 이 길을 한 번 더 가 보게 되고, 그러면 내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되거든요. 뉴스 볼 때는 부정적인 소식만 나오니까 우리 사는 마을들이 다 범죄 현장이고 정치 문제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곳이었구나 하고 느끼는 통로가 되는 거죠. 주변을 돌아보면서 내가 마을에 연결된 구성원이고 우리 마을에 이런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느끼는 것은 세상을 보는 시선의 변화예요. 그게 정말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 동래FM만의 콘텐츠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계신지 궁금해요.

"방송콘텐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를 생각해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거기에 시대가 반영되어 있어요. 평소에 조명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 언어도 그 시대의 산물이고, 이것을 쭉 모아놓고 보면 그게 역사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의 생각과 언어가 조명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해요. 최대한 다양한 '지역 사람들'의 다양한 '지역 이야기'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녹아 들어가면 좋겠고, 사람, 공간, 해결해야 될 이슈들을 다 같이 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한 해 한 해."

동네 속에 세상이 있다

남인숙 대표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이걸 어떻게 좀 담아낼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이 사람에게 적합한 미디어로 만들면 좋겠다는 고민을 통해 영상, 마을 잡지, 독립출판, 마을사진관, 마을박물관 등 여러 가지 기획이 나온다. 미디어의 가치에 종사하기 위해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더 나은 삶의 길을 공유하는 수단으로서 다양한 미디어가 존재한다는 점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수민동락은 2021년 마을TV 운영을 기획 중이다. 영상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분위기에 발맞추어 팟캐스트 기반의 '동래FM'을 유튜브 기반의 '동래TV'라는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마을 단위의 행사가 시시하다는 것은 편견.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재미와 뿌듯함,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력을 얻는다.
▲ 수민동락의 행사 포스터 마을 단위의 행사가 시시하다는 것은 편견.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재미와 뿌듯함,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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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역의 다른 단체들과 형성해온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는 취지의 마을교육공동체 일원으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음악, 미술, 상담심리 등 각자가 가진 콘텐츠를 융합하여 아이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혼자 고민하는 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같이 고민하니까 시너지가 생기고 콘텐츠가 풍부해진다"는 설명을 통해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동체의 가치가 중요한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더 넓은 곳, 먼 곳으로만 눈을 돌리던 나는 무엇을 놓치며 살아왔을까? 인터뷰 전 가졌던 의문에 대해 내가 얻은 답은 이러했다. 공감, 지지, 연민, 이해. 우리를 일어서게 하고 매일의 삶을 지탱하는 이러한 가치들은 바로 우리 주변의 삶 속에 있다는 사실. 동네 속에 세상이 있는 것이다. 미디어공동체 수민동락은 사회 속에서 개인을 발견하고, 개인 속에서 사회를 발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힘든 시기, 수민동락의 활동을 통해 자극과 행복을 얻는 개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글쓴이의 브런치 페이지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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