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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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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명'

지난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대한민국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재해를 당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 숫자다. 전체 660명의 사망자 대비 35%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8년 말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업체 410만 3172개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327만 4152개에 이른다. 전체에 79.8%에 해당한다. 

하지만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이 제외됐다. 

앞서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소상공인 어려움이 너무 커진다'고 주장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 법사위는 쟁점사안 중 하나였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시점' 역시 3년 유예기간을 부여한 채 중대재해법을 통과시켰다. 법 시행은 법안 공포 후 1년 뒤로 잡혔기 때문에, 50인 미만 사업장은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된다.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 중 50인 미만은 405만 2967개소로 98.8%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6만 8192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이 중 78.7%인 5만 3654명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부상을 당한 산업재해자 중 522명이 사망했고, 전체 사망자 660명 중 79.1%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선 46명의 노동자가,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선 66명이, 300인 이상 1000인 미만 사업장에선 15명이,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선 11명이 중대재해를 당해 일하다 사망했다. 

김용균 동료 "김용균법 통과되던 날의 분노와 울분 기억한다"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7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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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영하 25도의 체감온도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문 앞에는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 중에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동료 김경진씨도 있었다.

김씨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마저 없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공공운수노조 주최의 기자회견에서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되고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용균이 장례식장에서 동료들이 터트렸던 울분과 분노를 잊지 않고 있다"면서 "김용균법이라 외쳤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김용균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사업장에서 사고는 반복됐고, 김용균의 어머니가 혹한에 단식을 하며 제대로된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도대체 민주당은 다수정당으로서 무엇을 하고 있냐"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만 있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 (중대재해)법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날 김씨와 함께 선 이들 역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수년동안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배제하는 권한을, 노동자를 죽일지 살릴지에 대한 권한을 누가 당신들에게 주었냐"면서 정부와 국회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2018년 김용균의 죽음 앞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산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재범률이 93%인 것을 알고 있냐"면서 "아무리 대통령이 산재를 줄인다 말해도 산재는 줄어들지 않았다. 산재사망이 반복된 사업장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오전 민주노총 역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려한 말 잔치의 결과가 고작 이것이었냐"면서 "도대체 정치는 무엇이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촘촘하게 그물코를 짜도 모자랄 판에 숭숭 구멍을 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모자라, 이젠 죽음마저 차별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지금까지의 합의를 폐기하고, 노동자의 생명,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온전한 법 제정을 논의하라"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자금과 인력 등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질적인 불공정 구조를 깨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 생각을 국회에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과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이 다르지 않음에도 죽음에도 차별을 만들어두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5인 미만 사업장 제외를 비롯해 누더기를 쓰레기로 만든 합의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며 "이런 상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한국노총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여야 법사위원들이 통과시킨 중대재해법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제외 이외에도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추정을 통해 경영자와 원청에 책임을 부과하도록 한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삭제됐다. 공무원 처벌 조항도 배제했다. 또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정해 대표이사의 책임 회피 여지 역시 법안에 남겨뒀다. 법사위는 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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