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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든 아동학대 예방 포스터.
 정부가 만든 아동학대 예방 포스터.
ⓒ 교육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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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초,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의 학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경남지역 초등교사 A씨. 이 교사는 신고 사실을 알아차린 학부모 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두 달 뒤인 9월 1일부터 장기 휴직에 들어갔다. (관련 기사: '아동학대' 신고한 경남 초등교사, '신상노출' 시달려 http://omn.kr/1oeqh)
 
담임직도 포기한 채 올해 1월 6일 현재까지 병가 등을 내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피신고인인 학부모가 직접 학교에 찾아와 교장 등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고, A교사에게도 "사과하라"고 잇달아 압박하면서 결국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6일 경남교사노조에 따르면 A교사는 병가 등을 낸 뒤 휴대폰 전화번호를 3차례 바꾸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혹시 해당 학부모가 보복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 전화번호 3번 바꾸고... 담임 포기한 채 병원 치료받아
 
이처럼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가 봉변을 당한 교사는 A씨뿐만이 아니다.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지만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한 한 초등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다"면서 "병가를 쓰고 이사를 해도, 학교를 옮겨도, 핸드폰 번호를 바꿔도 안돼서 결국 우울증까지 겪다가 개명을 하고 아주 먼 곳까지 이사를 가야 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학대피해아동보호 현황'을 보면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76.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리 양육자가 15.9%, 친인척 4.5%, 타인과 기타가 2.7%였다.
 
자신이 신고된 사실을 안 학부모들은 제1순위로 학교 교사를 신고자로 의심한다. 다음은 경남교사노조 소통 방에 올라온 글이다.
 
"저도 최근에 아동학대를 신고했는데 부모의 항의에 모른 척했습니다. 하지만 아동과 만나는 사람이 (주로) 부모와 교사만 있는 상황에서 너무 뻔한 걸 잡아떼기는 어렵더군요." (초등교사)
 
"담임은 부모로부터 당연히 의심을 받게 됩니다. 제 경험상 하교 시간이나 등교 시간에 혹시나 교실로 바로 찾아오시지는 않을까 오만 생각이 들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초등교사)

  
심지어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학부모에게 신고한 교사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경기 성남 중원경찰서 소속 학대예방 담당 경찰(APO)은 가해 의심 학부모에게 신고 당사자인 중학교 교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다. (관련 기사: 경찰 '아동학대 신고 교사' 정보 누출... 뒤늦게 "죄송" http://omn.kr/1opyj)
 
논란이 되자 경찰청은 결국 해당 경찰에 대해 경징계 처분하고, APO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경찰에 의해 자신의 전화번호가 노출됐던 B 교사는 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앞으로는 아동학대 신고를 경찰보다는 좀 더 세심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책은?] "학대 예방 위해 신고자 보호 필요"... "익명신고센터 만들어야"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서 5일 오전 정인이와 또래인 아이와 함께 부모가 참배하고 있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서 5일 오전 정인이와 또래인 아이와 함께 부모가 참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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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 교사에 대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은 없을까? 그래야 아동들과 가장 많은 시간 함께하는 교사들이 상황이 의심될 때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아동학대를 조기에 막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김률규 경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서울 강서지역 6세 여아 사망 사건 등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동학대 신고자들이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신고 의무자를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기관장이나 교육장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목소리도 있다.
 
신분 노출 피해 당사자인 B교사는 "신고 의무자를 교장이나 교육청으로 통일했을 경우 교사 신분은 보호되지만, 학대에 대한 개입이 빨리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모두가 감시자와 신고자가 되어야 학대 사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신고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는 "교사라는 신분 자체를 밝히지 않고도 신고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익명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것처럼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익명신고센터를 만들어 신고토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아동학대 신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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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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