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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 번도 노벨과학상을 받지 못했는데요. 젊은 과학자 중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교육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지난 12월 18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자연과학대학으로 찾아가서 최제민 교수를 만났습니다.

최 교수는 자가면역질환 원인 방관자T세포의 역할을 규명해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차세대 회원으로 선정되었고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과학자 6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미래 과학자 양성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은 교육 분야인데,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에 가려져 정작 중요한 교육에 관한 문제에 신경 쓰지 못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 생명과학 분야에 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의 가장 큰 이슈인 코로나19로 인하여 더욱 관심이 증가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문 분야라서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조금 쉽게 접근할 방법이 있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공포와 두려움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백신개발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의 해방을 기대하고 있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바이러스와 면역, 백신과 같은 분야에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관심이 높아진 만큼 관련 분야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해주신 바와 같이 전문분야라 어렵다는 마음에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공포심은 더욱 가중되어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바이러스, 세균과 같은 미생물들도 생명체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어떻게 함께 공생하고, 견제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명과학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최근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다양한 수준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만, 너무 방대한 정보 가운데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접할 확률 또한 높아서 공인된 전문가 기반의 교육 방식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 강연이나 다양한 형태의 과학박물관도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과학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제민 교수
 생명과학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제민 교수
ⓒ 전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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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박물관 체험을 통해서 생명과학을 접한다면 이해가 훨씬 쉬울 것 같네요. 미국의 어떤 박물관에서는 은퇴한 교수님들이 어린이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해준다고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박물관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경험하신 미국의 교육과 우리나라의 교육방법 중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우리나라의 현실은 초중고 교육을 통해서 단기간에 방대한 분야의 내용을 습득해야 합니다. 짧은 시간에 과학 분야, 특히 생물분야의 내용을 흥미롭게 잘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해보다는 암기 위주로 정보를 기억하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생명과학, 생물학은 '나'에 대한 탐구이며,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며, 나는 어떻게 이루어진 존재인지를 알아가는 심오한 철학을 과학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학문분야인데, 너무 단편적인 암기 교과목으로 치부되는 건 아닌지 씁쓸합니다.
 
학교교육의 현실에서 해결이 어렵다면, 사회 보편적 교양 교육을 통해 보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나의 예로 박물관 교육을 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의 과학박물관들이 생기고 있고, 생물학 관련 박물관이 환경과 생태 분야를 중심으로는 잘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DNA, RNA, 단백질 수준을 다루는 분자생물학, 질병과 신약개발과 같은 분야를 다루는 과학박물관이 활성화 될 수 있다면, 생명과학을 보다 가깝게 접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에 많은 과학박물관들이 은퇴하신 교수님들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전문적 내용을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설명해줍니다. 자원봉사 시스템, 전문가 선생님과 그룹토론, 체험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으로 생활가운데 과학의 교양교육이 대중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있는 부분은 참 부러운 부분입니다."
 
-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보면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어느 것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교수님은 암기식 교육이 아닌, 좀 다른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강의를 진행하나요?
 
"저는 PBL(Problem or project-based learning)이라는 교수법을 도입하여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의 특징은 교과서 내용의 일방적 정보전달 방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별 토론, 발표, 직접 문제해결을 통해 배경지식의 습득과 문제해결방안을 스스로 제시해보는 방식입니다. 수동적으로 듣는 방식이 아닌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를 수업에 참여시키기도 하는데요, 한 명의 교수에게 듣는 지루함도 줄일 수 있고 산업계 전문가와 같은 다른 교수자의 참여로 긴장감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를 통해 더욱 흥미를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점입니다. 교수는 앞에서 말을 줄이고, 학생이 직접 이야기하고 질문과 답변을 하며 스스로 내용을 이해하면서 내면화되는 방식이죠. PBL 방식엔 칭찬과 격려, 조교활용 및 실험수업의 접목, 충분한 예산의 투입 등의 부가적인 요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교수님의 강의법을 들어보면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데이터나 숫자로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라고 해도 사람의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 좀 더 충만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취업이 목표가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을 텐데요. 워낙 빠르게 변하는 사회라 대학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고요. 젊은이들이 충만한 삶과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법이 없을까요?
 
"충만한 삶과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 을 할 수 있는 곳에 취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과 일이 전혀 다르게 구별되어진다면, 충만한 삶과 만족스러운 취업의 두 마리 토끼는 아마도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하며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분야를 학창시절에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따라 내 진로를 선택하지 않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여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무조건 의사, 판사, 교수, 공무원 등 전문직, 공직에만 목표로 해서는 충만한 삶과 취업을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선순위의 설정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급여수준 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우선 고려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힘들기 보다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 시스템적으로는 최저급여 수준이 더 올라가서, 어떤 일을 하든지 최소한의 생계유지와 생활이 될 수 있는 수준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건비 수준이 올라가면 보다 다양한 직종에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구조로 더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만족과 일터에서 자아실현의 만족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능동적인 교육방법에 관한 설명을 하는 최제민 교수
 능동적인 교육방법에 관한 설명을 하는 최제민 교수
ⓒ 전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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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교육 분야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의 대화중에 학생을 동료라고 이야기했는데요. 학생을 동료로 대하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혹시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교육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대학원 교육에서는 연구와 교육의 균형이 필요한데,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대학원생은 동료입니다. 물론 연구를 지도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동료로서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종종 대학원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리고 주눅이 든 느낌으로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위축되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마음껏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자기 생각을 묻고,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고, 그것을 조리 있게 설명하게 하도록 교육할 것입니다. 어느 순간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또렷해지며, 표정이 밝아져가면서 자기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새로운 방법은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 세상에 이러한 사람이 많아지면, 과학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고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과학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가 유용한 습관 같은 것이 있을까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잃지 말고, 계속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기 생각을 표현해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과서를 외우기보다는 교과서에 표현된 내용에 대해 '정말?', '음, 정말 그런가?', '난 아닌 것 같은데'와 같은 비판적 사고, 의심해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습관이 훗날 다른 사람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현상을 규명하여 불치병 또는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과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과학자가 될 것입니다.
 
누구의 말을 듣기보다, 따라가기보다, 검색 결과에 의존하기보다, 자기생각을 따라 어떤 행동을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길 독려하고 응원합니다."

태그:#최제민, #최제민 교수, #한양대학교 최제민, #과학공부, #대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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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 글을 쓰는 주말작가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yoodluf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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