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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 이후 윤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찬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편집자말]
최근 뉴스를 보다 참으로 깜짝 놀랐다. 추미애 법부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직무를 배제, 정지시켰다는 것이다.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서 파열음이 지속적으로 들려왔지만, 추미애 장관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전광석화처럼 칼을 휘둘러 내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칼은 추미애 장관이 휘둘렀지만, 이는 그냥 악역을 맡았을 뿐이라고 본다. 정권의 동조 또는 방조가 없었다면, 혼자서 이런 일을 저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권력에 과감히 맞서 외로운 투쟁을 했던 그 투쟁경력을 문재인 대통령이 높이 평가해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지 채 1년여도 지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전후하여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의 핵심부와 차츰 멀어지기 시작하더니, 여권 전체와 여권 지지층의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검찰은 기소하고 구형만 할 뿐 최종 판단권은 사법부에 있지 않은가.
 
▲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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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민주당의 원수? 이럴 일은 아니다

이에 맞서 윤 검찰총장은 곧바로 직무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되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이는 인용 결정을 해, 윤 총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관련 기사: 윤석열, 검찰총장직 복귀한다). 

재판부는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에 대한 직무 정지가 지속되면 검찰총장 임기 만료 시까지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바,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태와 관련하여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내자마자 시차를 거의 두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용구 변호사를 차관으로 임명한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속히 징계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 담긴 것으로 보아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징계위가 열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게 된다. 징계위 대변인의 추후 논평이 가관이다. 해임이 마땅하나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2개월 정직으로 대신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윤 총장은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하게 된다. 징계위의 징계 사유를 한번 나열해보기로 하자.
*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
*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 정치적 중립 위신 손상


얼마전 언론사 뉴스를 보니, 사회자 양편으로 두 분이 앉아계셨는데 왼쪽 분은 재판부 분석문건이 전대미문의 판사들을 향한 분명한 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른쪽에 앉아계신 분은 검사들이 자기들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위해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놓은 것이지 그게 무슨 사찰이냐는 논조였다.

지목된 당사자의 비위 사실을 캐내는 데 사찰이라는 용어가 쓰인 것으로, 이번 재판부 분석 문건은 문자 그대로 그냥 '판사들의 동향'을 분석해놓은 것인데 이를 두고 더민주 이낙연 당 대표자를 비롯하여 김태년 원내대표 등등 큰 소리로 떠들어대니 사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듯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채널 A 수사와 감찰을 명색이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방해했다니 내 생각엔 '글쎄올시다'다. 

징계처분 집행정지에 대해 법원은 정치적 중립위반 혐의는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나머지는 추가심리가 필요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여부에 대해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 임기 등을 고려하면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라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효력이 정지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였다. 법원은 징계위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채 기피의결을 했고 이런 위법한 절차로 이뤄진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윤 총장은 다시 9일 만에 청사로 돌아오게 된다.

한편, 수주 전 일이었다.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이 난 직후였던 것 같다. 단골로 다니는 식당 한쪽 끝에서 늘 그렇듯이 나 홀로 조용히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40대 중반의 식당 직원과 식당 사장님(할머니)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럼 윤 총장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재판이 곧 열린다니까 기다려봐야지 어쩌겠어."


나는 깜짝 놀랐다. 주방에서 음식만 만드는 줄 알았더니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을 줄이야.

"그러니까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라는 거 아냐 삼십칠 프로. 민주당 그것들이 순 빨갱이들만 모여 가지고."

여기서 내가 끼어들었다.

"그건 아니고요. 추미애 장관이 너무 쎄게 나가는 거 같아요 제 생각엔. 허허허"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다수가 윤 총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고, 민주당의 지지도도 하락 일로에 있다고 본다. 바보가 아닌 이상, 대통령이 징계위 결정을 재가만 했다고 어느 누가 믿겠는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며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는 본격적인 권력 말기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 확연해보인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장관(자료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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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자승자박, 딱하다 

승승장구하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 결과적으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과거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무한정 흘러가던 당시, 당내에서 제일 먼저 제동을 걸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그 공을 문재인 대통령이 잊지 않고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였는데,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법을 사용하다가 본인의 원대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형국이 되었다.

이제 조용히 물러나서 자중하다 보면 능력이 있는 분이니 재기의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이제 추미애 장관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친위부대를 제외하곤 민중의 적이 되었다고 본다. 이 점을 본인이 자인하고 명심하여야 할 터이다.

대개의 사람은 인제야, 권부(權府)와 민주당이 그렇게 떠들고 외쳐대던 검찰개혁이 알고 보니 권력에 굴종하지 않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목을 자르는 것이었군 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김태규 부산지법 현직 부장판사가 12월 25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가 말 안 들으면 검찰개혁, 판사가 말 안 들으면 사법개혁이라고 몰아가는데 그게 바로 겁박이라는 것이라고 썼다. 이럴 거면 삼권분립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보자보자 하니 문재인 대통령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 하는 짓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핵하자고 했다. 탄핵이란 게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하는 것인가. 지금 이들이 하는 짓은 적법하게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을, 직에서 물러나라고 길거리 난리굿판을 벌이는 태극기 부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가서 차기에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어림 없는 얘기다.

민주당 내 차기 대권후보자 몇몇이 준비운동 중이라 듣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눈을 씻고 보아도 그럴듯한 인물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자기 소신을 밝히지 못하고 밤낮으로 주군(主君)의 눈치만 살피는 인사들이 무슨 대권후보 운운한단 말인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이런 인사들이 대통령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이 나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서 되어서도 그래선 안 될 것이다. 그나마 한 사람 눈에 띈다면 이재명 경기도 지사 정도가 될 것이다.

추미애 장관 덕분에 한국 정치판에서 벌어진 '한국편-최신판 영화 < OK 목장의 결투>'를 손에 땀을 쥐고 흥미진진하게 관전하다 보니 어느새 새해가 밝았다. 이번 사태를 목도하며 얼핏 생각나는 것은 조선왕조 시대 벌어진 사화이다.

사화(士禍)는 선비들이 정치적 반대파에게 화를 입는 일을 가리키며, 한국사에서는 특히 조선 중기에 사림 세력이 화를 당한 연산군 때부터 명종 즉위년까지 발생한 5차례의 옥사를 말한다. 이들 사화는 1498년(연산군 4년)의 무오사화, 1504년(연산군 10년)의 갑자사화, 1519년(중종 14년)의 기묘사화, 1545년(명종 즉위년)의 을사사화(4화비숙청사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4대 사화'라고 부른다. 다행히 한국 민주사회에서는 천만다행으로 삼권분립(三權分立)이라는 견제 장치를 통해 이번 사태를 원위치시킬 수 있었다.

하락하는 민주당 지지율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관련기사: 늪이 된 '윤석열 때리기'... 탈출구 모색하는 여권 http://omn.kr/1r66c).

민주당을 떠나는 지지자들 변을 살펴보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고, 현 정권의 행태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향후 정권이 바뀌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불가하지 않는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당시 세도가들이 뇌물수수,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죄목으로 굴비 엮듯 엮어져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는데.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까맣게 잊은 채 좌충우돌하는 민주당에, 새해를 맞이하여 덕담을 했으면 좋겠지만 나는 민주당이 죽어서 새로 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무궁한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윤석열 탄핵, 역풍은 오지 않는다 http://omn.kr/1r5xd
윤석열 총장 탄핵,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http://omn.kr/1r6at
'윤석열 탄핵' 논의보다 '검찰개혁 시즌2' 시급한 이유 http://omn.kr/1r6g3

태그:#윤석열, #민주당,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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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미력하나마 소신을 다할 가 합니다. 몇몇 미디어를 찾아보았지만 저 같은 일반인들이 소신껏 글을 써서 올릴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방황하던 중 오마이뉴스 생각이 나서 마침 방문하엿더니 기자회원이란 열린 공간이 있어 가입케 되었습니다. 전 소설, 수필 분야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비판성 기사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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