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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대유행.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낙관과 기대로 버텨오던 나도 이젠 무서워진다. 암담해질 때도 많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이 무한 욕망으로 지구를 착취하고 생태계의 조화를 무너뜨린 인간을 각성케 하여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을 가져오게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도 있지만 그러한 대전환이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전쟁을 겪고 그것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음에도 인류는 여전히 전쟁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살상무기가 난무하는 침략전쟁에서 기업 간 전쟁, 개발 전쟁, 취직 전쟁, 입시전쟁에 이르기까지 저 엄연한 전쟁들을 보라.

대전환이든 전쟁종식이든 반드시 요구될 관용, 양보, 희생, 자발적 가난, 나눔, 공존과 같은 오래된 미덕을 우리 인류의 대다수가 어느 날부터 문득 회복하게 되는 대전환이 온다? 꿈같은, 불가능한 상상이고 기대다.

코로나 사태, '대전환'은 가능할까?

그럼에도 삶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해야만 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이 인류를 일깨우는 무서운 경고성 죽비라면 그 죽비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말이다.
 
 김해창 저 <재난의 정치경제학> 표지
 김해창 저 <재난의 정치경제학> 표지
ⓒ 미세움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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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제학자로서 소셜 디자이너이자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온 김해창 교수(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의 <재난의 정치경제학>(미세움, 2021)은 '코로나19 죽비'에 대한 진지하고도 간곡한 응답으로 다가온다.

우선 저자는 묻는다. '왜 지금 재난의 정치경제학인가?' 그의 첫 대답은 이렇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상황에서) 정치기구와 제도 및 정치 환경이 시장 행동 및 양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재난의 일상화에 대비한 정부와 국회, 사법부 그리고 기업과 개인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 9쪽

얼핏 보면 상식적인, 밋밋한 모범 정답 같은 말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보자'는 그의 제안은 '왜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으로, 그의 정치경제학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는 금방 드러난다.

그는 <위험사회>(1986)에서 '부(富)에는 차별이 있지만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다'고 한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도 '놓친 것이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을지 몰라도 부의 차이로 인한 스모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가 더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 8쪽

사회적 약자를 위한 총체적 '대안', 함께 찾아야 할 때

그러므로 책의 부제로서 그의 '코로나 시대 대안 찾기'는, '노동‧고용 안정'(1부), '공공의료 강화'(2부), '불평등 해소'(3부), '기후 위기 대응'(4부)라는 제목 하에 가히 전방위적으로 펼쳐지지만 이를 한 마디로 줄이면 '코로나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안 찾기'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코로나 사태 뿐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미증유의 지구적 재난들에 대응할 비상 대책이자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실천 매뉴얼(개인, 기업, 국가)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것들 대부분이 당장 실천하기가 너무도 어려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재난기본소득'의 제도화, '어려운 사람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는' '사회적 은행'의 설립, 경제발전의 지표를 '삶의 질'이나 '국민행복'에 두는 쪽으로의 전환, '사회안전망의 최전선'으로서 '공공의료체제의 구축', '치료 받을 권리', '과세를 통한 불로소득의 사회 환원', '고소득층 증세', 최저임금제에 더해 '최고 임금제'의 법제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 '탈석유, 탈원전 정책'… 모두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을 것들 아닌가?

저자도 물론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가 굳이 독일 녹색당 창립자인 페트라 켈리의 말을 들려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음 세기를 맞이하는 우리 세대는 불가능한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상상할 수도 없는 재난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엄중한 교훈을 새롭게 첨가시켜야 할 것이다. - 236쪽

켈리가 말하는 '불가능한 일'의 목록은 필시 김해창이 제시한 '실천 매뉴얼'과 다를 바가 없다. 이를 위해 저자도 책의 곳곳에서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하듯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삶'을 향한 우리 모두의 인식의 전환이다. 인간의 존엄성, 공동체성의 회복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라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런데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불가능'해 보이는 '대안' 내지 '실천 메뉴얼'들이 그저 몽상이거나 바람만은 아니라는 거다. 세계 어느 곳에서는 이미 시도되었고 또 실현도 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난한 사람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는 '사회적 은행, 사회적 금융'을 역설하면서 그는 유럽의 사회적 은행(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을 예시해 알려주면서 이렇게도 말한다.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1983년에 설립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극빈자를 대상으로 무담보대출을 했는데 회수율이 99%에 이르렀고, 1993년부터는 흑자로 전환됐다. '마크로크레딧(소액대출)' 운동은 전 세계 7000여 개 기관이 약 1600만 명의 개도국 빈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 68쪽

요컨대,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우리나라도 홍세화씨의 '장발장 은행'이 2015년 문을 열었다).

"'욕망이 더 큰 욕망을 낳는' 탐욕적인 자본주의 시스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세습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기본소득제'를 위한 재원 마련 대책으로 제시하는 '부자 증세', '최고 임금제', 로봇세 (로봇 등 자동화시스템으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것에 대한 세금), '징벌적 과징금' 등은 자본주의적 기득권자들에게는 섬뜩한, 과격한 주장일지는 몰라도 그의 마음은 한결같이 다음과 같을 뿐이다.

'위험사회'를 넘어 '안전·신뢰·행복사회'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뿐만이 아니라 세월호참사에서부터 원전사고, 태풍 홍수 가뭄 지진 쓰나미, 전쟁, 기후변화 재앙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닥칠지 모를 초대형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사회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 지금 국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집단지성을 발휘해 사회적 합의와 대안을 이끌어내야 할 때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사람으로 내 자신이 주체가 돼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런 시대가 왔다. (이 책이)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를 넘어 '안전·신뢰·행복사회'로 가는 공론화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12쪽

그의 소망은 우리 하나하나가 함께, 지금 당장, 그랬으면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말대로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매체 인저리 타임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재난의 정치경제학 - 코로나시대 대안 찾기

김해창 (지은이), 미세움(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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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교사로 오랜동안 일했다.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으로서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필진이기도 하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스무해의 비망록>, <윤지형의 교사탐구 시리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인간의 교사로 살다> 등 몇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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