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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복을 촉구하는 <뉴욕포스트> 표지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복을 촉구하는 <뉴욕포스트> 표지 갈무리.
ⓒ 뉴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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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이 끝나고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자신의 대선 불복을 돕지 않는 공화당과 법무부, 대법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뉴욕포스트>가 1면 전면에 트럼프 얼굴 사진과 함께 '미친 짓을 멈추라(stop the insanity)'는 문구를 실어 화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트위터에 "만약 민주당 대선후보가 전례 없는 부정 선거로 승리를 도둑맞았다면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죽을 때까지 싸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이 사태가 지나가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확실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기극인 2020년 대선을 방관하고 있다"라며 "역사는 기억할 것이고,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또한 자신이 보수 우위 구도를 만들었지만 대선 불복 소송을 잇달아 기각한 대법원을 겨냥해 "완전히 무능하고 약했다"라며 "우리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지만, 그들은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대선 불복, 비민주적 쿠데타 독려하는 것"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싸움은 갈수록 외로워지고 있다. 가장 믿었던 아군 중 하나인 <뉴욕포스트>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뉴욕포스트>가 어떤 신문인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보수 성향의 일간지 타블로이드로, 지난 2016년 모두가 비웃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당시 가장 처음으로 지지 선언했던 신문이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지지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으로 지목된 아들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온 바 있다.

그런 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복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28일 편집위원회 명의로 '대통령님, 당신과 나라를 위해 포기하십시오. 이제 광기를 멈추세요'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걸었다. 다음은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님, 이제 어두운 위장을 벗을 때가 왔습니다. 당신은 선거 부정을 조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합시다. 당신의 노력은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위스콘신에서는 재검표 결과 오히려 당신의 득표가 더 줄었고, 조지아에서는 수작업을 포함해 두 차례나 재검표를 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패배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길을 계속 간다면 결국 파멸일 (ruinous)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지지하는 신문으로서 말하는 겁니다. 당신은 공화당이 마음만 먹으면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곧 비민주적 쿠데타를 독려하는 것입니다."

"공화당 상원 확보 돕는 게 바이든 막는 길"

<뉴욕포스트>는 '계엄령 선포'를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도 "(이는) 반역이나 다름 없으며, 부끄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그만두고, 오는 1월 5일 치러질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 투표에서 공화당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이 확실한 상원 다수당이 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6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이 2석을 차지한 가운데 마지막 남은 2석을 정하는 조지아 결선 투표는 상원 주도권이 달려 있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조지아 결선 투표는 상원이 바이든의 거수기가 될지, 아니면 마지막 견제가 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여전히 대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앞으로도 영향력을 강화하고, 정계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면 분노를 좀 더 생산적인 곳에 써야 합니다.

상원을 확보하는 것은 곧 당신의 유산을 지키는 길입니다. 공화당이 승리하면, 바이든과 민주당이 당신의 업적을 뒤엎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이 낡고 실패한 이란 핵 합의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수 있고, 국경을 열지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앞으로 4년간 온갖 청문회와 조사 등으로 당신을 지독하게 괴롭힐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한다면, 당신은 결국 혁명가가 아니라 무정부주의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뉴욕포스트>의 예상치 못한 사설은 다른 신문들도 놀라게 했다. 외신들도 이를 앞다퉈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매체 중 하나인 <뉴욕포스트>는 오랫동안 그의 정치적 야망을 지지해온 신문"이라며 "그런 신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보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설은 보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한 가장 끔찍한 비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측에 이번 사설과 관련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태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뉴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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