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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지방청년 서울살기'는 청년 미디어 '미디어눈'이 제작한 '서울공화국' 영상 시리즈를 기사화한 것이다. '서울공화국'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청년들의 생생한 일상과 고민을 청년의 시선에서 제작한 영상 콘텐츠다. [기자말]
지방에서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 없다?
ⓒ 미디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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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지방청년 서울살기] 
① 경상도 부모님이 '인 서울' 아들 자취방을 보고 남긴 말(http://omn.kr/1qt9l)
② 아... 부럽다, 부모님 집에 산다는 서울 친구들(http://omn.kr/1r2lw)

집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본격적으로 주거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은 군 전역 이후였다. 군대 가기 전에도 가족과 떨어져 지냈지만 짧은 기간이었고, 정신은 없었지만 기숙사에서 어찌어찌 잘 살았다.

그러나 학업을 마친 후 직장생활도 해야 하는 만큼 서울에서 오랫동안 머물 곳이 필요했다. 문제는 당장 학교 근처 원룸의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할 만큼의 현금이 우리 집에 없었다는 것이다.

무작정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이 한국토지주택공사(아래 LH)의 'LH청년전세임대주택(아래 전세임대)'이었다. LH가 낮은 이자에 전세금을 지원(수도권 기준 최대 1.2억 원)해주는 제도였다. 

'전세임대'라는 한 줄기 빛을 보고서는 서류 준비에 착수했다. 그런데 필요한 서류가 많았다.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재학 및 졸업증명서, 금융정보제공동의서, 자산보유사실확인서 등. 

복잡한 서류 준비
  
전세임대 입주 전 잠깐 지냈던 자취방. 조금 특이한 벽면.
 전세임대 입주 전 잠깐 지냈던 자취방. 조금 특이한 벽면.
ⓒ 김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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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직후인 2018년 4월부터 서류 준비를 시작했다. 그해에 지방선거가 있어 서울에 있는 여론조사기관에서 짧은 인턴 생활을 하게 됐다. 당시 나는 갑작스럽게 일을 하게 되면서 고시원 방을 구해 지내고 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서류를 준비하기에는 증명해야 할 내용이 너무 복잡했다. 자산보유사실확인서 작성을 위해 근무시간 외에 부모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리 가구가 보유한 자산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해야 했다.

또 입주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가구원의 소득을 기재해야 했다. 이를 위해 가족 모두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소득증명서를 받았다. 아빠는 소득증명서를 발급하기 위해 공인인증서도 발급받아야 했다. 일하면서, 복학 준비를 하면서 하다 보니 무려 두 달 정도가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6월에 신청을 완료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LH의 안내에 따르면 심사는 1~2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나 심사는 개강이 얼마 남지 않았던 8월 말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원룸을 급하게 구했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관리비 3만 원이었다. 청약신청 결과는 개강 직후인 9월 5일에 나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청약대상자로 선정된 후 입주하기까지
  
전세임대 입주 전에 잠깐 지내던 자취방. 부엌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전세임대 입주 전에 잠깐 지내던 자취방. 부엌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 김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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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살게 된 집은 학교 주변에서도 싼 매물이어서 그런지 평수가 작았다. 침대가 있는 벽면은 직각이 아니라 비스듬했고, 부엌은 무언가를 하기엔 좁았다. 집 바로 앞에는 주유소와 도로가 있어 차들이 다니면 소리가 났다.

하지만 나름대로 아늑했고, 자동차 소리도 계속 듣다 보니 잔잔하게 귀에 익었다. 건물 관리해주는 분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해줬다.

한 학기를 마친 후 나는 LH 전세임대에 입주하기 위해 남은 6개월의 계약을 양도해야 했다. 학교 커뮤니티에 게시물을 올리니 한 학기를 보내고 교환학생 가는 사람이 나타나 깔끔하게 계약 양도를 했다. 입주할 매물 역시 설 연휴가 끝난 직후에 입주하기로 했다.

2019년 2월, 드디어 서울에서 오래 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했다.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아파트와 상가가 많은 주택가였다. 혼자 살기에 공간은 충분했다. 주변 환경도 좋았다. 계약 기간은 2년에 두 번 연장이 가능했다. 최대 6년간 이곳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
           
전세임대로 입주한 자취방
 전세임대로 입주한 자취방
ⓒ 김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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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집이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집은 그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일 뿐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주말, 창원 본가에 잠깐 내려갔다 왔다. 본가에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있는 자취방과 달리 TV도 있었고, 빨래 건조대를 놓을 수 있는 널찍한 베란다도 있었다. 무엇보다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같이 밥을 먹을 가족들이 있었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하고 편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본가에 가면  그곳에서야 푹 쉰다고 느끼게 된다.
   
군에서의 2년을 제외하고 서울생활을 한 지 4년이 됐다. 나는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이다. 지금 지내는 자취방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지만 본가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올 때, 코로나19 시국에 가족과 집에서 연말을 보내는 서울 친구들의 SNS를 볼 때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왜 나는 서울에 살고 싶은 걸까? 대학교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여론조사기관에서 인턴 생활을 못 해봤을 것이고, 원하는 업종에 종사하기 위한 취업스터디 역시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미스터 스마일>이나 <그린북>처럼 상영관이 적게 할당된 영화는 구경조차 못 했을 것이고, 켄드릭 라마 내한공연도 큰마음 먹고 보러 가야 했을 것이다. 이외에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특별함이 있겠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시간만큼은 성실했던 것 같다. 어느덧 지금 자취방 계약 만료가 다가와 LH로부터 재계약 안내문이 왔다. 이번에는 재계약 서류를 준비해야겠다.  
 
LH로부터 온 재계약 안내문. 또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
 LH로부터 온 재계약 안내문. 또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
ⓒ 김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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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미디어눈은 '모든 목소리에 가치를'이라는 비전으로 활동하는 청년미디어입니다. 유튜브에서 미디어눈을 검색하거나 아래 주소를 통해 '서울공화국' 영상 전 편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com/c/medianoon


태그:#미디어눈, #부동산, #주거문제, #지방청년, #서울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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