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예의에 어긋나고 불쾌한 행동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불쾌감을 표했다. 주 원내대표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 협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기자들에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날 "주 원내대표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대한 양당 원내대표간의 회동 내용을 언론에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김태년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여야 간 합의로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원내대표 회동에 임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검찰 출신 후보에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라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단정했다.

주호영 "여당·대한변협 추천 공수처장 후보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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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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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추천에 협조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아서 부득이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개정되기 이전에도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절차들이 진행됐고 노력이 있었다"라며 "민주당의 개정 주장이 근거 없고, 자신들 마음에 맞는 공수처장을 심어 넣기 위한 수단으로 (개정)한 것뿐이라는 점을 밝히려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까지 여야 협상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아왔다"라며 "첫째, 인사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둘째,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 안 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가면 후보에 오른 사람이 상처가 될 수 있고, 마지막, 협상 타결의 한 가닥 희망이 있는 한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내려꽂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만큼, 이제는 협상 내용 일부를 공개해야 되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라고 이날 기자간담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출범 이후 여야 간 공수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막후협상이 진행되어 왔고, 박병석 국회의장도 국회가 새롭게 만드는 사법기구가 공정하게 출범하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적 중재를 위해 노력해줬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우리는 추천되었던 후보 중에서 두 사람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는 의사 표시까지 했다"라며 "그 중 한 사람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사람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 다음, 이 정권에서 중용되었던 차관급 법조인 두 사람에 대해서도 우리가 동의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 분은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 들었고, 한 분에 대해서는 답을 듣지 못했다"라며 "아마 그 분은 자신들(민주당)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민주당, 법관 출신 원해... 원점에서 후보군 재검토하자"

이어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사 출신 공수처장은 원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여당 측이 제안한 법관 출신 공수처장안을 일단은 수용한다고 하고 논의를 계속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검사 출신에 난색을 표한다. 공수처가 사법개혁의 상징인만큼 공수처장은 법관 출신이 어떻겠느냐'라고 했다"라며 "우리는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고 검사 23명을 지휘할 수 있는 경력과 능력 있는 법관 출신이면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라고도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 외에 법관 출신 인사 여러 명을 제시했고, 그 가운데 몇 명에 대해 그 정도 인물이면 일단 수용할 수 있다'라는 뜻도 밝혔다"라며 "박병석 국회의장도 법관 출신 후보를 여러 명 추천했고, 우리는 많은 숫자에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수처 출범을 저지하기 위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 논의를 봉쇄한 적이 없다"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원하는 인물 중 적당한 인물이 있다면 동의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한, 검사 23명을 지휘할 수 있는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우리가 반대한 건 권력에 예속되고 무능하고 편향적인 공수처의 탄생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금까지의 여야 협상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처음부터 낙점했던 인물 그대로 공수처장에 임명할 태세"라며 "우리는 공수처후보추천위에서 추천되고 투표에 붙여졌던 김진욱·전현정 전 후보는 이미 야당에 대해 비토된 후보임을 명확히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법에 명시된 부동의권을 행사해 이 후보들은 이미 안 된다고 본다"라는 지적이었다.

대신 그는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거론됐던 다양한 후보군, 박병석 의장이 제안한 후보들을 포함해 공수처장 후보군을 원점에서 다시 추천해야 한다"라며 "후보추천위가 이런 노력 없이 청와대 하명으로 이미 부결된 후보를 다시 후보로 고른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공수처장 후보 범위에 대해서 저희들이 미리 울타리를 쳐놓고 있지는 않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