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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난 외롭지 않아요. 아주 행복해요"라는 요지의 글을 읽을 때가 있다. 요지뿐만이 아니다. 짤막한 글 안에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는 단어가 두어 번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그 글에다 활짝 (혹은 적당히) 웃고 있는 자기 사진을 붙여놓으면 효과가 좀 더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이 마당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어떤 이들은 일명 '코로나블루'란 우울 증세에 빠져든다던데, 안 외롭다? 그리고 행복하다? 그것이 냉소적 희화화가 아니라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누군가의 소셜 미디어 페이지에서 지극한 행복을 누설(?)하는 글과 사진을 대하면 불평불만, 혐오감, 증오심은 잘 발휘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나와 소셜 미디어로 연결돼 있는 친구(맞팔, 서로이웃 등)가 외로움이 아닌 행복감을 느낀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찬물 끼얹거나 산통 깨거나 심술을 부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헌데, 내 머릿속엔 좀 다른 게 떠오른다. 이런 물음.

'이 사람은 외롭지 않음을 굳이 왜 다른 사람들에게 공지할까?'

어쩌면 나 말고 다른 사람들 중에도 동일한 물음을 (찰나일지언정) 품은 이들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물음을 댓글로 표명하지 않으니, 몇 사람이나 될지 확실친 않다.

나만 해도 내 머릿속에 그 물음이 떠올랐는데도 그걸 꼭 직설적 질문을 통해 해소하려는 의지를 품지도 않고, 실천하지도 않으니! 그럭저럭 나 같은 사람들이 나 말고 두 명 이상은 있을 것 같다.

가만 관찰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롭지 않을 뿐 아니라 행복하다는 사람의 글에 '좋아요(인스타그램이면 ♡)'를 눌러주거나, 긍정적 메시지를 담은 댓글들을 달아주면서, 지.나.간.다. 혹은 그렇구나 하면서 화면을 죽죽 내리며,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Pixabay
▲ solitude Pixabay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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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 경우 대체로는 "정말로 외롭지 않은가 봄?"이라든가 "고독을 초월한 분!"이라든가 "완전 행복해 보여요"라는 우호적 내용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들중엔 '부럽다, 나도 행복하고 싶다' 등의 댓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든 댓글들에 다시금 원글 쓴 사람의 답글이 거의 실시간으로 붙으면, 그 사람의 소셜 미디어 페이지가 한동안 붐빈다. 아니 붐비는 것처럼 보인다.

소셜 미디어, 예컨대 페이스북에 '지금 좀 외롭다, 행복하지 않다'는 류의 글을 올리면 '힘내요'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는 글을 올리면 '좋아요'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힘내요'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좋아요'를 수백 건 받아도, 어차피 온라인 상에서 받은 것이라 실감이 덜하다는 특징이 있다. 허나, 중요한 건 그런 반응을 받지 못할 때보다 확실히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 생각컨대, '외롭지 않다. 행복하다'는 글을 올린 사람은 '좋아요'를 통해 자기의 기분을 좀더 나아지게 하고 싶었을 것 같다. 격려 또는 응원을 받고 싶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그 시각 진짜로 안 외로웠다면, 진짜로 행복했다면, 그래서 별도의 격려나 응원이 없이도 자기자신의 행복으로 충만했다면, 새벽 2시 반쯤에 소셜 미디어 앱을 켜는 수고는 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리고, PC에서 다른 문서작업을 하다 문득 소셜 미디어 초기화면에 접속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추측컨대, 그 사람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혹 이거 아니었을까?

'난 정말 외롭지 않으니까  '좋아요' 꾹 눌러주세요.'
  
아니, 아니, 아니다.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은 이거였을지도 모르겠다.

'난 정말 외롭지 않다고 믿고 싶으니까 '좋아요' 꾹 눌러주셔서 나를 격려해주세요.'

그래서, 나는 '아차' 싶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스크롤바를 다시 올려가며,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외롭지 않아요, 행복해요"라고 쓴 그 사람의 글을 열심히 찾는다.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서다. 그 사람의 글에 '좋아요'를 꾹 누르는 행동은, 외롭지 않다고 믿고 싶은 내게도 똑같이 격려와 응원의 의미가 되니까.

태그:#외로움, #행복,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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