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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1994년 창립부터 내부비리고발자지원센터를 출범하여 현재는 공익제보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공익제보자 보호 및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0년에는 공익제보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공익제보자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기 위해 의인상을 제정하여 현재까지 모두 48건(특별상 3건, 공로상 1건 포함)에 이르는 공익제보 사례를 시상해왔다.
  
올해 제정 10년을 맞아 '의인상'에서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으로 새롭게 명칭을 바꾸며 앞으로 공익제보 보호 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기에 앞서, 지난 10년간 올해의 공익제보자상(구 의인상)은 제보자들에게, 그리고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지난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길담서원에서 류영준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2014년 의인상 수상,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제보)와 전경원 국회의원 보좌관(2015년 의인상 수상, 2015년 하나고 입시비리 제보)과 좌담을 나눴다.
      
'공익제보'의 이름으로 
 
 왼쪽부터 류영준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제보자), 전경원 국회의원 보좌관 (2015년 하나고 입시비리 제보자),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
 왼쪽부터 류영준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제보자), 전경원 국회의원 보좌관 (2015년 하나고 입시비리 제보자),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
ⓒ 박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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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아래 이): "올해 참여연대가 의인상을 제정한 지 10년이 됐는데, 그동안 많은 분이 의인상이라는 이름이 좀 무겁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셔서, 저희가 몇 년 전부터 고민하다가 올해 처음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어떠세요?"
  
류영준(아래 류)"저는 좋은 거 같아요. '의인'이라는 단어가 구약 성경에 나오는 말이기도 해서 약간 종교색이 있다고도 느꼈거든요. 잘 바꾼 것 같아요."
  
전경원(아래 전)"공명칭으로는 좋은 것 같아요. 의인이라는 말이 약간 무겁고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긴 해요. (공익제보의) 문턱이 좀 높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누구나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해 쉽게 문제제기 할 수 있어야 당연한 건데, 그걸 가지고 '의인'이라고 표현하면 뭐랄까, 목숨 걸고 살신성인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저부터도 흠결이 많고 가끔 실수도 하는데 과연 내가 의인이 맞나 싶고. (웃음) 아마 수상하신 분들은 그런 부담감을 다 가졌을 거 같아요."
  
: "저희가 처음 상을 제정할 당시에는 공익제보자들의 의로운 행동을 지지하고 그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드리자는 취지였는데, 매년 의인상을 시상하고 수상 소감을 듣긴 하지만 과연 이 상이 제보자들의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두 분께는 이 상이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 "저는 당시 극도의 고립 상태였어요. 학교 안에서 싸우면서 이사장으로부터 학교를 떠나라며 보복을 시사하는 말까지 듣고, 징계절차가 진행되면서 교사, 학부모, 학생들까지 나서서 그런 태도를 보이니까 '아, 내가 그렇게까지 큰 잘못을 저질렀나' 그동안 가졌던 생각이나 신념이 흔들리고, 깊은 우울과 좌절에 빠져 있을 때 2015년 의인상을 받았거든요.

우리가 뭔가 문제제기를 할 때 명백한 사실이 있고, 그 사실에 대해서 가치 평가를 하면 진실이 된다고 하잖아요. 근데 사실을 왜곡하고 침묵을 강요할 때 저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수용할 수 없어서 잘못됐다고 말한 건데, 그로 인해서 엄청난 고립을 겪으며 힘들던 차에 그 의인상이 신호등의 파란불 같은 역할을 해준 거죠. 그대로 내 신념대로 가도 괜찮다고 신호를 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던 거 같아요."
  
: "류영준 선생님께서는 2005년 제보하신 이후 8년간 제보자 신분을 드러내지 않다가, 거의 10년 만에 이 상을 받았는데, 당시 어떤 계기로 세상 밖에 나오기로 결심하셨나요?"
  
: "저는 당시 보호책이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던 거 같아요. 제가 직접 참여연대, MBC <PD수첩>, 학계 3자를 엮어서 뚫고 나가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었어요. 근데 의사들이 워낙 보수적인 집단이다 보니까 제보 이후 현실이 어떨지 눈에 뻔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절대 세상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고, 무슨 상을 준다고 해도 다 거부하고 일단 먹고살 생각부터 했죠. 전문의도 다시 따고, 그렇게 일반인의 삶을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영화 <제보자>를 찍겠다고 찾아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안 된다, 아직 8년밖에 안 지났다 했지만 일이 또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영화사도 밥 먹고 살아야 하니까. (웃음).

그때 다시 3자 동맹을 다 모아놓고 이야기를 했죠. 이왕 이렇게 된 거 세상 밖으로 나가서 그동안 묻어놓고 덮어놨던 것들 다 얘기하자, 지금부터 10년 동안 국민들 한번 설득해보자. 그렇게 <제보자> 개봉이 결정되고 나서 저는 과학자들부터 설득했어요. 다행히 영화가 175만 명을 넘었고, 또 EBS가 판권을 갖고 있어서 요즘도 계속 틀어주니까 초등학생인 애들도 봐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찍길 잘했다 싶죠."

: "당시 참여연대와 <PD수첩>에 제보한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첩보전을 방불케 했는데, 세상 밖으로 나오기로 결심한 이후 받은 의인상은 선생님께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 "의인상 받은 덕분에 연대가 더 확장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때 최승호 사장, 한학수 PD, 이재명 기자 등이 다 와서 축하해줬어요. 우리끼리 너무 행복했지만, 사실 2010년 제1회 의인상 시상식 갔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한창 사막 같은 골짜기를 지나고 있는 분들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대부분 제보자가 비슷한 경험을 다 하기 때문에 그분들이 당시 어떤 상태라는 게 저는 한눈에 보이죠. 저한테 의인상은 장기적인 투쟁 속에서 연대의 폭을 넓혀주고 제가 걸어왔던 길을,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그런 계기였어요."

공익제보에 '성공'이 있을까
 
 올해의 공익제보자상(구 의인상) 제정 10년 기획 좌담
 올해의 공익제보자상(구 의인상) 제정 10년 기획 좌담
ⓒ 박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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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으론 의인상을 받은 공익제보자분들이 그 상패를 집에 갖다 놨을 때, 혹시 그걸 보면서 계속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진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던 거 같아요. 언젠가 한 수상자께서 집에 의인상을 갖다 놓았더니 아이들과 그걸 보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뿌듯했다는 말씀을 해줘서, 그 후로 제가 걱정을 좀 내려놨습니다만, 두 분께서는 상패를 보면서 과거가 떠올라 힘든 적 없었나요?"
  
: "저도 책장에 놔뒀어요. 물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그 상을 볼 때마다 위로가 많이 돼요. '그래, 내가 그때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싸웠었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이 저한테는 하나의 긍지나 자부심의 상징이 된 것 같아요."

: "어찌 보면 저 같은 '성공한 제보자'가 어떤 분들께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늘 마음의 짐이 있어요. 혹시 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없을까' 그게 항상 미안하고요. 우리가 상을 받았다는 게 벼슬도 아니지만, 혹시 혜택을 못 받은 누군가에게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들죠."
  
: "공익제보자들 가운데 제보한 사건의 진실 규명이나 피신고자들에 법적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한 활동을 하다가 사건 자체에서 못 벗어나고, 활동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 애쓰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이 언제쯤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질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런 분들일수록 우리가 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상을 다 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당신을 인정한다' 스스로도 자신을 좀 인정하고, 우리 자리에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할 기회나 손길이 더 필요하거든요. 누가 보더라도 '공익제보다' 인정할 수 있는 제보만 있는 게 아니라서,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지 못하는 공익제보자들도 마음속 상처는 다 같을 겁니다."

: "저는 성공한 공익제보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사건이 잘 해결돼도 상처는 어마어마하니까요. 공익제보에 성공이라는 표현이 굳이 필요할까, 예를 들어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으면 그건 성공한 공익제보일까요?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고통을 생각해보면 어떤 제보도 성공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거 같아요.

제보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익제보자들도 스스로 받은 상처가 너무 크고 아프니까 인정받고 싶고, 그래야 정신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셨을 텐데, 주변에서라도 격려하고 지지하고 연대해주면 되는데, 그게 안 될 때는 온전한 마음으로 견디기 어렵죠."

: "의인상 시상식 때 가족이나, 지지해주는 분들이 같이 축하해주는데, 저는 그게 참 보기 좋더라고요. 공익제보자상(의인상) 받으신 분들은 대부분 그런 지지 세력이 함께 움직여줬기 때문에 그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의미 있는 제보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제정 10년 기획좌담②] "그들의 마음 속에는 송곳이 있다"(http://omn.kr/1qwbm)에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편집팀에서 정리하고, 사진은 박영록 자원활동가가 촬영했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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