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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가 제일..." 검찰이 데이트폭력 다루는 법 2020년 10월 14일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와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검찰은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하게 권했고, 이후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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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0일 오전 9시 45분] 

위 영상엔 폭행 피해자 A(20대 여성)씨와 서울동부지검 B 검사직무대리의 10월 14일 전화 통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사직무대리는 사법연수생, 검찰서기관, 마약수사서기관, 경력 5년 이상 검찰사무관, 마약수사사무관 등이 맡을 수 있으며 일부 제한되지만 검사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검사직무대리는 서기관 출신이었다.

B 검사직무대리(아래 검) : (동부지방)검찰청입니다.
A 피해자(아래 피) : 네, 전화 주셔서요.

: 네, 사건이 많아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A)이요.

: ○○○, ○○○ 아 네 봤는데, 저기 뭐, 뭐 교통사고 그 피해자 아닌가요. 사건이 뭐가 있었죠?
: 상해 사건이요.

: 아, 참. 그 남자친구하고 상해 사건 그거 아니에요? 맞죠?
: 네?

상처가 된 검찰의 말 "합의가 제일 좋아요"

A씨는 지난 7월 서울의 자택에서 약 1년간 교제했던 남자친구 C(20대)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사이가 나빠져 대화를 나누려던 중 C씨가 나가려고 하자 A씨가 C씨의 손목을 붙잡았고 이에 C씨는 A씨의 양손을 비틀고 목을 졸랐다. A씨에 따르면, C씨는 약 1시간 20분 뒤 다시 A씨를 찾아와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A씨는 전치 3주의 피해를 입었다.

A씨는 C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 전화통화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있을 때 이뤄진 것이다. B 검사직무대리가 A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이후 A씨가 다시 전화를 걸어 통화가 진행됐다. 이어지는 통화 내용이다.

: 남자친구, 남자친구한테 상해 당한 그거 아니에요? 잠깐만, 잠깐만요. 지금 피해자시죠?
: 네.

: 왜냐면 저희들이 피해자 이름으로 (사건) 검색도 안 되고. ○○○씨 이름 봤는데, 잠깐만요. (약 25초 후) 여보세요. 저기 혹시 상대방 이름은 모르죠?
: □□□(C)이요.

: 아 □□□씨. 아 그거 맞는 거 아니에요? 상대방이 남자친구 아니에요?
: 네 맞아요. 전에.

: 아 그니까 전에든 뭐든. 그건 거 같은데. 사건이 하도 많아서 바로 기억을 못 해요. 근데 그 어떻게 됐어요. 저기 합의가 어떻게 됐는지, 저는 처리를 해야겠는데 왜 그러냐면, □□□, 잠깐만 있어 봐요. (약 15초 후) 여보세요. 지금 그럼 사귀는 사이 아닌 거예요?
: 네.

A씨는 B 검사직무대리가 "남자친구에게 상해 당한 사건", "전에든 뭐든 (남자친구 아니냐)"고 말하며 웃는 모습을 보이자, 검찰이 자신의 사건에 경각심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B 검사직무대리는 A씨에게 C씨와의 합의를 강하게 권하기도 했다.

: 아, 과거 연인 사이였고. (사건 관련 기록을 본 듯) 어, 그러네. 그럼 이거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이게 왜냐면 솔직히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싸우고 그러면 저희도 당연히 (바로 처리하고) 그러는데, 이게 아무래도 뭐라고 해야 하나, 사귀던 사이고 하면 저희도 그래요. 본인들끼리 어떻게든 해결했으면 싶어서. 어, 그렇긴 한데. 일단 아직 합의되거나 한 건 없죠?
: 네. 그런 거 없고, 그...

: 이게 또 그러니까 내용을 보면 (남성이 여성에게) 손목을 놓아달라고 그런 과정에서 상해가 일어났다고 하는데, 하, 이거 가지고 저희들이 막 디테일하게. 서로 뭐 제일 좋은 거는 불러서 재연하고 하는 게 제일 좋아요. 근데 너무 그렇잖아요, 솔직히. 본인들이 제일 잘 알 건데. 그렇다고 해서 대충 처리하기도 그렇고. 제일 좋은 건 잘 아는 본인들끼리 서로 얘기해서 하는 게 제일 좋거든요. 다쳤으면 치료비든 뭐든 해서 하는 게. 아니면 위자료 달라고 하는 게 제일 좋지. (안 그러면) 이거 막 불러서 (재연) 해야지. 약간 (사건의) 내용을 보면 그래요. 제가 담당 검사거든요. 검산데. 하라면 하는데, 굳이 무조건 처벌 원한다면 하긴 하겠는데. 어떤가 싶어서 전화를 해봤어요.
: ...

: 여보세요?
: 네, 여보세요.

: 그 친구와 연락은 더 이상 안 되는 거예요?
: 네, 그 고소하고 한 적 없어요.

: 그럼 현재 일단은, 지금까지는 처벌을 원하는 거고요?
: 네.

"서로 알아서 해결? 데이트폭력이 사랑싸움인가"
 
서울동부지검의 데이트폭력 사건 불기소 결정서.
 서울동부지검의 데이트폭력 사건 불기소 결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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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검은 C씨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B 검사직무대리는 불기소결정서를 통해 "피의자의 물리력 행사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의자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한 정당행위"라고 판단했다.

▲현장을 떠나는 것은 피의자의 자유인 점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와 정도에 이른 물리력으로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C씨)를 놓지 않기 위해 힘을 주고 완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A씨)의 상해 정도가 가중된 면이 있는 점 등이 불기소이유서의 요지다.

A씨는 "검찰은 완전히 피의자의 편에 서서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피해자의 주장은 일체 무시하고 왜곡했다. 불기소결정서에는 피의자의 일방적 진술에 따라 제가 실제로 하지 않은 행동들이 기재되어 있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A씨는 항고장을 통해 "경찰 조사 때부터 피의자·피해자의 입장이 상반돼 대질조사 이야기가 나왔으나 검찰 조사 때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검찰은 처음부터 이런 사건을 맡기 껄끄럽다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등의 수사에 신뢰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 첫 번째 폭행은 내가 C씨를 붙잡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두 번째 폭행은 제가 붙잡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벌어졌다"라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친밀한 사이에서 이뤄지는 데이트폭력 사건을 그냥 넘겼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도 많지 않나"면서 "검찰의 통화 내용을 보면 데이트폭력 사건을 사소한 사랑싸움으로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이트폭력을 놓고 많은 이들이 쌍방폭행을 이야기하지만 힘의 차이나 여성 피해자가 당시 느꼈을 공포를 전혀 감안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검찰 측이 합의를 종용하며 알아서 해결하란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관점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피고소인(C씨)이 합의 의사가 있다고 해서 (A씨에게도) 통상적으로 합의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는 과정이었다. 합의를 종용했거나 몰아세운 건 아니다"라며 "(수사 과정에서) 오해나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저희도 평소 조심하고 있으며, 더 많이 고치고 시정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태그:#검찰, #데이트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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