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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판에서 바라 본 가을산. 단풍이 막 물들어 가고 있다.
 들판에서 바라 본 가을산. 단풍이 막 물들어 가고 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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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한창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감나무에 달린 노란 감은 홍시가 되어간다. 사과나무의 열매도 얼굴이 빨갛다. 어디 익어가는 과일들뿐이랴. 산등성이에서 시작한 단풍은 어느새 산 아래까지 다다랐다.

풍요로운 들녘의 가을
  
 수확의 기쁨이 있는 농촌 들녘
 수확의 기쁨이 있는 농촌 들녘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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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들녘. 풍요로움이 넘친다.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들녘. 풍요로움이 넘친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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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들녘은 이제 막바지 가을걷이로 한창이다. 무르익는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늘은 유난히 맑고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빛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가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공원, 울긋불긋 단풍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 호젓한 바닷가 포구도 좋을 듯싶다.    

아니다. 가까운 데서 가을을 찾아보면 어떨까? 코스모스, 국화가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 만산홍엽의 명산이나 전어 냄새 풍기는 바닷가가 아니어도 가을은 어디에도 있을 것이다. 풍요로움이 넘치는 들길에서 가을을 만끽해보자. 
 
 맑고 깨끗한 가을하늘
 맑고 깨끗한 가을하늘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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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몸을 실어 들길을 달려본다. 들녘은 그야말로 깊어가는 가을이다. 마술 같은 바람이 분다. 추수를 기다리는 바짝 마른 벼이삭은 물결이 되어 출렁인다. 한 톨 한 톨 토실토실 익은 벼이삭은 고개를 숙였다. 한 폭의 수채화가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없다. 상강(23일)이 지나 황금벌판은 차츰차츰 비어간다. 여기저기 콤바인 발길에 벼이삭은 여지없이 쓰러진다.

이만큼 거둔 것만으로도 감사

한참을 자전거를 달리다 논길에서 나이 지긋한 분을 만났다. 콘크리트 논길 바닥에 탈곡한 벼 낱알을 말리고 계신다.

"할아버지, 태양미 만드시나 봐요?"
"볕이 하도 좋아 널어서 말려보는 거야."
"물벼를 미곡종합처리장으로 보내면 편하실 텐데..."
"거기다 넣으면 일이야 쉽지! 건조시켜 정미까지 다 해주니까. 근데 거긴 내가 농사지은 것, 내가 못 먹어. 죄다 섞이거든. 오늘 같은 날, 이렇게 말리면 오죽 좋아!"


할아버지 말씀이 맞는 것 같다. 수고는 좀 들지만 햇볕에 말리면 기계에 억지로 말려먹는 것에 비교가 되겠냐는 것이다. 내 손으로 애써 가꿔온 곡식을 자연건조하여 귀하게 먹고 싶으신 것 같다.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이다.
  
 콘크리트 포장 논길에 벼 알곡을 말리고 있다. 농기구 고무래가 인상적이다.
 콘크리트 포장 논길에 벼 알곡을 말리고 있다. 농기구 고무래가 인상적이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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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곡을 펴널 때 쓰이는 농기구 하나가 할아버지 손에 들려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당그래이다.

"이거, 당그래라 하지 않나요?"
"당그래? 오랫만에 들어보네. 고향이 여기 아닌가 봐?"
"저, 전라도에서 자랐어요."
"그래. 당그래라 부르기도 했지."


내 어렸을 적에는 지금 할아버지가 들고 계신 기구를 당그래라 불렀다. 탈곡한 곡식을 펴서 말릴 때나 부뚜막에 쌓인 재를 퍼낼 때 이걸 사용했다. 고무래가 표준말이다.

할아버지 고무래질 손놀림이 엄청 빠르시다. 고무래가 지난 자리는 알곡들이 골이 파이며 고르게 펴진다. 움직일 때마다 고르르 고르르 소리가 들린다. 펴지며 뒤집어지며 알곡들이 엎치락뒤치락한다. 이렇게 고무래질을 시간 간격을 두어 여러 번 하면 고르게 마를 것이다.

할아버지와 말동무를 이어간다.

"할아버지께서는 추수 다 끝내셨어요?"
"내일이면 끝날 거야!"
"올 소출도 많이 나왔지요?"
"예년만 못하네!"

"들길에선 괜찮아 보이던데요."
"털어놓고 보니까 시원찮아! 벼도 그렇고, 쌀도 좀 덜 나올 것 같아."
"풍작이어야 하는데..."
"긴 장마에다 태풍까지 두어 차례 지났는데, 뭘!"


올 가을 소출이 적은 것은 지난 여름 장마가 길어 아무래도 일조량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한다.

"그래도 이만큼이나 거둘 수 있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태풍에 잘 견디고, 가을볕에 똑똑 여물어 준 것, 고맙지!"

평생 농사를 지으신 우리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다. 농부는 정성을 다해서 가꾸고, 논밭에서 나오는 곡식의 양은 하늘이 결정해주는 거라고! 농사에도 심오한 철학이 있다.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수롯가 논길에는 억새와 갈대가 하늘하늘 춤을 춘다. 거친 느낌의 탐스런 갈대, 보드라운 은빛 억새 물결이 참 아름답다.
 
 들길에서 만난 갈대와 억새. 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들길에서 만난 갈대와 억새. 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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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심었는지 똑똑 여문 키다리 수수는 파란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도 맑고 파랗다. 가을하늘이 참 고맙다.
 
 수숫대 사이로 펼쳐진 가을하늘이 높고 푸르다.
 수숫대 사이로 펼쳐진 가을하늘이 높고 푸르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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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선물 같은 가을하늘이다.

파란 하늘에
절묘한 새털구름으로
동화 같은 가을날이 펼쳐졌다.

눈으로 바라보는 높은 하늘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마음으로 보는 가을하늘
누구나 여유롭다.

두 팔로 보듬어
가을을 받으니
마음은 하늘 끝에 닿는다.

-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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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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