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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야생의 세계에서 몸집이 작은 것들이 살아남으려면 적으로부터 보이지 않게 잘 숨던지 아니면 적이 나타난 것을 재빨리 눈치채고 빨리 달아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몸집이 작으면서도 적을 두려워 하지 않는 동물이 있다. 오히려 '난 무서운 놈이니 가까이 오지 마라'는 신호를 맹렬히 보낸다. 중앙 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정글에 사는 독화살 개구리가 대표적이다. 피부 점막을 통해 독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어느 적도 무서워 하지 않고 나 보란 듯이 정글을 누비고 다닌다.
 
독화살 개구리는 자신이 독을 갖고 있음을 강렬한 빨간 색으로 나타낸다.
▲ 풀 잎 위에 앉아 있는 딸기 독화살 개구리  독화살 개구리는 자신이 독을 갖고 있음을 강렬한 빨간 색으로 나타낸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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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정글에서 만났던 딸기 독화살 개구리도 그랬다.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크기지만 머리부터 허리까지는 강렬한 빨간 색, 앞발과 뒷 다리는 검은 색으로 어디서든 눈에 확 띄는 생김새로 '난 독이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마!'란 신호를 보낸다.

옛부터 중앙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개구리의 독을 이용해 독화살을 만들었을 만큼 강력한 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코끼리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강력한 독에 개구리의 천적이라는 뱀들도 이 독화살 개구리는 감히 상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개구리의 천적인 뱀 조차도 맹렬한 독을 가진 독화살 개구리를 만나면 피한다고 한다.
▲ 딸기 독화살 개구리 (좌). 나뭇잎 위를 지나가는 뱀 (우) 개구리의 천적인 뱀 조차도 맹렬한 독을 가진 독화살 개구리를 만나면 피한다고 한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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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로 독화살 개구리를 보면 정말 손톱만한 이 개구리를 뱀이 알아서 피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뱀들은 어떻게 이 개구리가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피할까? 학자들도 개구리가 왜 강렬한 색으로 자신을 나타내는지 여전히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고 많은 가설들만 있다고 한다.

학자들의 연구와는 별개로 독 개구리와 뱀이 최초로 만났을 어느 옛날을 상상해본다. 독 개구리와 뱀이 최초로 길에서 만났을 때. 운 나쁜 뱀은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독 개구리를 삼키고 고통 속에 죽어갔을 것이다. 동료 뱀들은 이 모습을 보고 빨간 색 개구리를 먹으면 안 되겠구나를 학습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간혹 경험없는 어린 뱀이 독화살 개구리를 공격해 삼키는 경우가 있는데 삼키자마자 개구리의 독에 혼비백산하여 개구리를 토해 낸다고 한다. 그러고도 한참을 독기운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는데... 이렇게 개구리의 독에 한번 당한 뱀은 빨간 색만 보아도 피해 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최초가 희생한 댓가로 뒤따라가는 이들은 자유를 얻는다.
▲ 주위를 경계하는 독화살 개구리  최초가 희생한 댓가로 뒤따라가는 이들은 자유를 얻는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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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버섯의 경우도 그러지 않은가? 독버섯인지 모르고 먹고 죽어갔을 옛 인류의 경험들이 오늘날 우리가 화려한 버섯은 독버섯이니 피하라는 교훈을 만들었듯이... 뱀에게 죽어갔던 최초의 독화살 개구리 또한 자신이 희생됨으로써 두번 다시 다른 뱀들이 자기네 종족을 먹지 않도록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독 개구리와 뱀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최초'라는 단어의 무겁고 무서운 의미가 실감난다. 살아가는 동안 맞닥뜨리는 최초의 순간들. 아기가 세상을 만나고, 첫 사랑에 빠지고, 처음으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일들. 

그것이 적과의 싸움이든, 내가 맞이하는 어려운 상황이든, 지금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것과의 대결이든 그것이 무슨 일이든 '최초'라는 단어 뒤에는 '희생'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 것 같다. 그리고 뒤따라가는 이들은 최초가 희생한 대가로 정글을 누비는 자유를 얻는다.

그 최초의 뱀과 최초의 빨간 독 개구리가 만약 당신이라면... 희생할 마음의 준비는 되셨는지요?

태그:#독화살 개구리 , #독 , #뱀 , #최초,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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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있는 산부터 이름없는 들판까지 온갖 나무며 풀이며 새들이며 동물들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것들을 깨닫게 합니다 사진을 찍다가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 슬며시 웃음이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는 순간 등, 항상 보이는 자연이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느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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