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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주최한 <2020 유권자 정치 페스티벌> 안내 표지
▲ 제3 세미나실 입구에 안내된 <2020 유권자 정치 페스티벌> 행사 표지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주최한 <2020 유권자 정치 페스티벌> 안내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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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시민과목 추진연대(아래 추진연대)는 지난 6월 출범한 단체로 '민주시민' 교과를 개설해 국어처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추진연대는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 선거연수원 제3세미나실에서 '민주시민 과목 개설의 필요성과 개설 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왜 절실한지, 학교 교과목으로 개설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개설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주제로 2시간 동안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학교 민주시민과목 추진연대' 공동대표를 맡은 정하용 교수(경희대)의 사회로 진행됐다.

국어 과목처럼 '민주시민' 가르치자
 
<2020 유권자 정치페스티벌> 행사 걸개 그림이 내걸린 선거연수원 본관
▲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본관(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소재) <2020 유권자 정치페스티벌> 행사 걸개 그림이 내걸린 선거연수원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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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제자로 나선 홍승구 소장(흥사단 시민사회연구소)은 지난 4‧15 총선 당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과정에서 위성정당, '떴다방' 정당 사례를 비판하면서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취약한 요소가 상존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있을 때 민주주의는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초대 대통령 에베르트의 말 "민주주의자(민주시민)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를 인용했다.

홍승구 소장은 민주시민 교육을 수행할 실체를 확고하게 다지자고 강조했다. 2022 교육과정 개정에 발맞춰 '민주시민' 과목을 개설해야 하고 이 과목을 책임 있게 전담할 수 있는 교사와 기준 수업시수 확보, 교과서 개발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학교만큼 민주시민 교육을 공식적으로 실천할 좋은 공간은 없다. '민주시민' 과목을 국어 과목처럼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그러한 노력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과정이자 학교 교육이 교육목적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홍승구 소장은 '민주시민' 과목을 초중고 전 기간에 걸쳐 필수 의무 교과로 가르칠 때 한국 사회 민주주의는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승구 소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두 개의 국적을 가져야 한다"라며 "하나는 한국인이라는 대한민국 국적이고 또 하나는 민주시민이라는 민주공화국의 국적"이라고 역설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하성환 교사(상암고)는 학교 민주시민 교육 관련 법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고 민주시민 교육을 실천할 교육환경이 정비돼 가는 현실을 고무적인 상황으로 진단했다. 특히 북서유럽 선진국처럼 '민주시민' 과목이 개설돼 민주시민 교육을 법적으로 제도화돼가는 상황을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30~40년 앞서 '민주시민' 과목을 개설해 민주시민 교육을 실천한 영국, 프랑스, 독일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의 경우, 중학교 3년 동안 노동법을 배우며 정치적 판단능력과 정치적 행동능력을 함양해 노동자가 시민으로서 주체가 되는 근본적으로 사회 민주화를 지향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주시민 과목을 개설할 경우, 영국처럼 민주시민 교과를 독립 교과로서 신설하는 방안이 이상적이지만 교과목이 1개 더해져 시수 확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프랑스 사례처럼 일반사회와 도덕(윤리) 교과를 통합한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두 교과는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교육과정에도 부합하는 교과로서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민주시민' 과목 개설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두 개 교과 통합이 이루어지더라도 정치학(사회학)과 윤리학이라는 두 개 분과학문 중심으로 영역 다툼이나 갈등으로 비화되기보다 학생들의 삶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재구조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시민 교육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논술형 절대평가 체제로의 전환과 민주적인 학교 생태계 조성을 제언했다.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상존하는 한, 교실 내 민주시민 교육은 불완전한 교육 형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사는 '민주주의'의 정원사
 
선거연수원 별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온라인 토론회가 라운드 테이블 방식으로 진행되는 모습
▲ <민주시민> 과목 개설의 필요성과 개설 방안 정책토론회 장면 선거연수원 별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온라인 토론회가 라운드 테이블 방식으로 진행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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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선 김혜자 교사(전국사회교사모임 대표)는 "민주시민 교육이 자동차 오일처럼 모든 교육과정의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동시에 "민주시민 교육이 자동차 핸들이 되어 모든 과목의 시민교육 원리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주시민' 과목이 주제 중심, 실생활 중심, 바로 학생 중심 교육과정 설계에 적합한 과목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래 시민이 아니라 학생들을 '현재 시민'으로 바라보는 민주시민 교육이 절실하고 시급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를 민주주의 정원으로 바라보고 교사를 민주주의를 가꾸어 가는 정원사에 비유했다.

그다음 토론자로 나선 김지영 교사(민주시민교육 교원노조위원장)는 플라톤의 <국가론>과 루소의 <에밀>을 상기시키면서 민주시민교육을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김 교사는 "정의로운 인간과 정의로운 삶이 가장 가치 있고 인간적인 삶"이라며 오늘날 민주시민 교육은 '교육의 본질'이자 학교 교육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적'임을 역설했다.

7~8살 초등학교 어린 시절부터 민주시민으로서 생활하도록 배움과 삶이 통합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교수-학습 과정에서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민주시민 교육을 담당할 주체인 교사에게 최소한의 시민적 기본권인 정당 가입 등 정치기본권을 줘야함을 피력했다. 후진적인 일본 정치 현실에서도 초보적 정치기본권인 정당 가입을 모든 교사에게 허용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학생 대표로 나온 방혜주 대표(혁신학교 졸업생 연대 '까지')는 "남성은 여성의 인권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고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인권 문제를 공감하지 못한다"라며 민주시민 교육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공감 능력과 연대와 협력, 그리고 책임 의식을 갖게 하여 공동체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급변하는 오늘날, 기존의 가치와 해결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나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절실함을 강조했다. 혁신학교 생활을 통해 민주시민 교육을 체득한 혁신학교 출신 졸업생답게 교과서를 벗어나 사회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권리와 책임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민주시민 교육은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민정 위원장(학교자치실현 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민주시민이 있어야 주민자치도 가능하다"라고 역설했다. 최근 공공 의대 설립으로 촉발된 의료계 파업 사태를 보면서 "전국 상위 1%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한 청년들이 유치원 시절부터 초중고 시절에 걸쳐 제대로 된 민주시민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동안 제도권 학교 교육이 보통의 건강한 민주시민 교육을 길러내는 교육이 아니라 엘리트 중심 교육을 실천해 왔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삶이 분리돼 한국 사회 민주시민교육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전통적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비정치적 사고를 하는 수동적 시민상이 아니라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며 주권자 의식으로 무장된 능동적 시민상을 학교 교육을 통해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등 북서유럽 선진국을 비롯해 OECD 가입국가 가운데 22개 국가에선 이미 30~40년 전부터 민주시민 교육을 독립된 필수 교과로 가르쳐오고 있다. 18개 국가에선 민주시민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평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1980년대 선진국처럼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의 증가, 그리고 다문화 심화에 따른 혐오 문제,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제 우리도 '학생을 시민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과정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교육계를 비롯해 시민사회계 여기저기서 '민주시민' 교과를 국어 과목처럼 초중고 필수과목으로 제도화해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북서유럽 선진국들은 1990년대 이후 '민주시민 교육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교육부 '민주시민 교육 지도자료'에는 이미 1993년도에 민주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2022 교육과정 전면 개정을 앞두고 깊이 새겨들을 일이다.

"만일 교육은 잘 되었는데 민주시민 교육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교육의 개념을 오도하고 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민주시민 자질의 함양에 있다. 모든 것에 성공하고 이 점에 실패했다면 그것은 교육 전체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즉, "학교 교육의 성패 여부는 궁극적으로 민주시민 교육의 성패 여부와 직결된다." (교육부(1993), <민주시민교육 지도자료> 교육부 장학자료 제96호 16-17쪽)

태그:#민주시민교육, #민주시민 교과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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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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