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택배업체가 선박과 항공 이용료 등을 내세워 도서 지역에 부과하는 ‘특수배송비’를 다리나 제방이 연결돼 사실상 육지와 다를 바 없는 지역에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 조오섭 국회의원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택배업체가 선박과 항공 이용료 등을 내세워 도서 지역에 부과하는 '특수배송비'를 다리나 제방이 연결돼 사실상 육지와 다를 바 없는 지역에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배송비는 도서·산간지역 택배 운송 시 추가되는 비용을 말한다.

16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행정안전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인천광역시 석모도와 전라북도 군산시 선유도 등은 지난 2017년 연륙교가 연결되면서 차량 통행이 가능해진 뒤에도 택배업체는 특수배송비를 부과했다. 다른 육지 지역과 마찬가지로 선박과 항공 이용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추가 운송비를 부과한 것이다.

인천 석모도 지역 주민이 특수 배송비 명목으로 추가 부담한 금액은 평균 1113원이며, 선유도 지역 주민은 평균 2831원을 특수 배송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특수 배송비만 놓고 보면 선유도는 제주도의 평균 특수 배송비(2300원)보다 531원이 많은 금액이다.
  

큰사진보기
▲  16일, 조오섭 의원은 세종시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도서지역의 특수배송비를 문제 삼으며, 추가비용 신고제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조오섭 국회의원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택배업체가 인천 석모도와 군산 선유도에 특수배송비를 부과한 이유는 이들 지역이 현행법상 '도서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도서개발촉진법에 따르면 다리나 제방이 연결된 지 10년 이상이 되어야 도서 지역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인천 석모도와 군산 선유도에 육지와 잇는 연륙교가 개통된 것은 햇수로 3년째다.

행안부가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인도는 총 564개이며, 이중 77개 섬이 육지와 다리나 제방으로 연결돼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다. 이 중 55개는 다리나 제방이 연결된 지 10년 이상이 됐으며, 나머지 25개는 10년 미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77개 도서 지역의 특수배송비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없다.

반대로 도서·산간지역이 아닌데도 제주도는 사실상 선박과 항공 이용료가 발생해 택배업체는 별도 권역으로 구분해 특수배송비를 부과했다.

특수배송비의 적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9년 한국소비자원은 제주지역 특수배송비 실태조사 결과 제주지역이 육지권에 비해 배송비가 5배 비싸며, 그 이유는 특수배송비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또, 지난 7월에도 제주도와 녹색소비자연대는 텔레비전 홈쇼핑과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모두 12개 업체의 915개 제품을 선정해 특수배송비를 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조사 결과, 제주도로 배달되는 물품 배송비는 평균 2596원으로 육지권 527원보다 4.9배가 높았으며, 조사대상 915개 제품 가운데 제주지역 특수 배송비를 청구한 경우는 54.6%(499건)에 달했다.

도서 지역의 평균 배송비는 3057원으로 육지권 527원보다 5.8배 높았으며, 특수배송비로 평균 2754원으로 택배업체별, 제품에 따라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차이를 보였다.

이날 조오섭 의원은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택배업체들은 도서·산간지역에 차량이 아닌 선박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권역별 별도 특수배송비 형태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다리나 제방이 연결되어 차량 배송이 가능한 77개 유인도에도 특수배송비를 부과, 약 72만 9390명이 부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53.8건이며, 전체 택배 물동량 2019년 기준 27억 8900만 건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최소한 전년대비 1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택배 물류산업의 양적 성장 만큼 물류기본권의 정립과 추가비용 신고제 도입 등으로 물류 서비스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