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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2016년이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일하던 지인 A가 점주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는 매일 11시간씩 주 6일을 일했음에도 한 달 월급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노동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임금 205만 원을 체불 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사업주는 체불 임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는 A가 현장실습생이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2011년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주 60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 끝에 쓰러졌다. 그는 지금까지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고 이후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다. "현장실습생이라고 해도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면 노동자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호한다."

우리들은 사업주에게 이것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업주는 임금 지급을 거부했다. 나는 1년 매출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폭행과 임금 체불이 너무나도 중대한 공익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폭로했다. 며칠 후 사업주가 체불 임금의 일부를 주겠다며 A에게 합의를 요구했다. 합의서에는 "회사는 노동자에게 체불임금 64만 원을 지불한다. 노동자는 회사 측에 더 이상의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쓰여있었다.

일주일 후 광주 남부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사업주가 나와 A를 '인터넷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으니,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후 경찰서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도 출석했다. 인터넷 명예훼손죄는 비방의 목적이 증명될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률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 목적이 부인된다. 게다가 내가 SNS에 작성한 사건 내용은 모두 근거가 명확한 사실에 해당했다. 이 경우 우리들은 형법 제307조 1항에 규정되어 있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받는다.

형법 제307조 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는 적시한 사실이 공익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다. '위법성 조각 사유'란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해당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소멸되는 사유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행위자의 동기 내지 목적이 '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진실한 주장을 모두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외조항을 둔 것이다.

그러나 여기 등장하는 '주로'라는 법률적 수사의 애매함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 특정 표현이 공익성을 가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의 발언에 대해 명확한 법률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시민들의 표현은 자연스럽게 억제된다.

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는 벌금 300만 원 정도는 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특정 주장에 공익성이 있는지는 그렇게 쉽게 결론 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날 이후 몇 달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하지만 형사소송은 그 결과와 별개로 인간의 영혼을 아프게 했다. 국가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박탈감에 휩싸였다.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시민사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후에도 몇 번이나 비슷한 상황에 마주했다. 지금까지 명예훼손죄로만 5차례 수사를 받았다. 나는 현재도 광주의 한 사학재단 측에 의해 피소되어 명예훼손죄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14일 나는 광주 명진고 재학생의 요청을 받아 학교 앞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학교 측이 전직 이사장의 비리를 공익제보한 교사를 부당하게 해임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본인을 제외하고도 여러 사회 주체들이 학교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재단을 비판한 시민 12명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피고소인 중에는 해당 고등학교 재학생 3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관련 기사 : 사학재단 비판했다는 이유로 '1억' 민사소송 당했습니다 http://omn.kr/1os6n)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참여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단법인 오픈넷과 사단법인 두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8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단법인 오픈넷과 사단법인 두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10.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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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명예훼손죄'가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악용된 완벽한 예시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고소인이 본인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예훼손죄를 악용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학교법인 측이 고소한 12명 중 단 한 사람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현재까지 수사를 받는 것은 본인을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미투 운동 당시 명예훼손죄를 이용한 전략적 봉쇄소송이 큰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2018년 5월 성폭력 피해사실 공개로 인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적극 검토하도록 일선 검찰청에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 따르면 가해자 측에 의해 고소당한 성폭력 피해자의 40%가량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한국여성의전화는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에는 사단법인 두루와 사단법인 오픈넷 소속 변호사들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형법 제307조 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요구했다. 기자 본인도 이번 헌법소원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기자회견 직후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청구서가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었다.

헌법소원 변호사단은 특정인의 표현이 '주로' 공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 적용의 애매함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다른 사건 판례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다른 표현에 대하여 위축적 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라고 판시하는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변호인단은 또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문제의 핵심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와 관련하여 "이 법률이 폐지되면 사적 영역들에 대한 비난도 자유로워지는 것 아니냐"라는 반론이 나오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애당초 원칙적으로 모든 표현을 허용하고 타인의 사적 영역 등 내밀한 부분에 대한 표현만을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입법을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해외에서는 '명예훼손죄' 대신 '혐오죄'를 제정하여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만을 별도로 처벌하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세계적으로도 극히 일부 국가에만 존재하는 법률이다. 특히 명예훼손죄가 존재하는 국가들도 해당 행위에 대해 '벌금형' 처벌만을 규정할 뿐, '징역형' 규정을 통해 명예훼손죄를 '자유형'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이와 같은 지점을 강조하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가 폐지 혹은 벌금형 단일화에 힘을 실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관련 공개 변론을 열었다. 이제는 형법 제정 당시부터 유지된 낡은 억압을 박물관으로 보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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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 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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