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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언택트가 유행이자 대세라고 한다. 비대면 수업, 비대면 회의, 비대면 배달에 이어 비대면 회식까지 한다니, 대세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바로 몇 달 전만해도 상상도 못 했을 활동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시대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여러 필수적인 노동에 기대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노동시간에 미친 영향 중 많은 논의가 일자리 감소 관련 직종 아니면 '재택근무', '디지털 업무' 등에 쏠려 있는 지금, 대신할 수 없는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기자말]
인터뷰에 참여한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 고미숙, 전덕규 활동가
 인터뷰에 참여한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 고미숙, 전덕규 활동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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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활동지원사 노동조합의 고미숙 조직국장, 전덕규 사무국장을 만났다. 사실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코로나 이후, 노동시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정부의 포괄적인 통계 자체가 안 나오고 있다고 한다. 

"감염 우려 때문에 방문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긴급 돌봄이나 이용자의 자가격리 등 때문에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1차 유행 시기에는 사실 대비가 안 돼 있었고, 워낙 특정 지역에서 빠르게 감염이 확산되어 조사를 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아직도 포괄적인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은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도 당시 확진자가 많이 나왔던 평택에서 이용이 줄었던 경험이 있었다. 감염 우려 때문이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활동 지원이 중단되면 장애인도 안전하지 않고, 활동지원사는 '일'이 끊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다. 당시에 감염병 유행 시기에, 방문하여 밀접 접촉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 활동지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정부에 대책이 필요하다 요구했었는데, 메르스 유행이 끝나면서 대책 마련 안 된 상태에서 코로나19 유행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장애인 안전 대책은 어디에

메르스 대응에 비해 코로나19 대응은 확진자 동선 추적, 감염과 관련된 정보 제공, 공공의료 영역에서의 준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훨씬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격리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활동 지원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뇌병변장애와 시청각장애 등 중복장애가 있는 한 장애인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을 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활동지원서비스 중단을 통보했다. 활동지원사 2명이 제공하던 월 300시간의 식사와 목욕, 화장실 이용, 통원 치료 등의 지원서비스가 끝나버린 것이다.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고통에 시달린 이 장애인은 이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정부의 장애인 안전 대책이나 감염병 위기 매뉴얼에는 장애인을 고려한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다. 

정부는 장애인이 자가격리 대상일 경우, 시·도별 격리시설을 이용하도록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대구에서 드러났다. 격리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은 격리 시설 내 심각한 인력 부족 때문에 충분한 활동 지원을 받지 못했다. 생활시설이 부족하면 시설 입소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더욱 난감했다. 이는 활동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위험, 고통, 인권 침해를 의미했다. 

"활동지원사의 안전과 장애인의 기본권을 모두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자가격리 대상이 되었을 때, 활동지원 인력을 어떻게 구하라든지, 그 활동지원사의 안전 문제는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다. 대구가 심각단계였을 때, 14일간 생활시설에 입소하거나, 입소가 어려운 경우 사실상 '24시간 서비스를 바우처로 줄 테니 지원사는 스스로 구해오라'는 셈이었다. 이게 너무 어려운 걸 아니, 가족이 할 수도 있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한 것뿐이다. 

대구에서 확진자 급격히 늘어, 장애인 확진자나 자가격리 고민 중인 대상자가 10명이 넘을 때였다. 활동지원사가 부족해 장애인 단체에서 급한 마음에 '자가격리자 활동지원할 사람 오라'고 모집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 공백을 메꾸려 급하게 장애인 인권 단체 활동가들이 투입되기도 했었다. 이후, 장애인 단체에서 '시가 나서 공고하라' 하여, 대구시와 사회서비스원에서 공동으로 인력공고를 내고 나니, 그제야 100여 명이 지원하게 됐다. 활동지원사들도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책임 있는 공공기관이 모집의 주체가 될 때 믿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에서는 이 상황 자체가 장애인 활동지원을 공공에서 운영해야만 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본다. 감염병처럼 개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기관에서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운영하지 않으면 꼭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9년부터 공공부문에서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확산, 확립되는 것이 긴요하다. 감염병 유행이 잦은 게 새로운 일상이 된다면,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모두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여 그 중요한 활동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을 포함한 종합재가서비스를 포함해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와 달리 서울시에서 긴급인력을 투입할 때는 사회서비스원 근무자 중 자원을 받아서 훈련을 받고 들어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기본 인력 확보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기본 인력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은 노동자도 장애인도 위험하게 만든다.

감염병은 오라고 해도 될지, 가도 될지, 이용자나 노동자 양편 모두 개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현재 접촉과 활동이 얼마나 안전한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판단과 보장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원 같은 경우는 인력 훈련도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민간위탁 기관은 이런 역할이 비어 있고, 이 구멍으로 인한 혼란은 개별 노동자들과 장애인 이용자들이 떠안게 된다. 장애인 활동 지원과 같은 필수적인 서비스는 공적 영역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게 코로나19 대응 과정의 중요한 교훈이다."


'장애인도 밤에는 자지 않느냐', 대답이 갖는 의미
 
5월 1일 열린 활동지원사 생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5월 1일 열린 활동지원사 생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 전국활동지원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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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일부 확장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도 주로 노인 장기요양사업이 중심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10여 개 종합재가센터 중에서도 장애인 활동지원을 하는 곳은 아직 두 군데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민간 위탁 기관에 속해서 일하는 활동지원사들은 다양하게 변화된 노동을 수행하게 됐다. 난감한 경우도 많았다. 이용자나 활동지원사가 직접적으로 감염되거나 하는 극적인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래 이용하던 복지관, 운동 강습이나 수업 등의 사회활동이 모두 중단되니 활동지원사의 부담이 매우 높아진다. 

"장애인 중에는 가족조차 돌봄을 맡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 활동지원은 '재가' 서비스였기 때문에 어린이집같이 이용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대신 다양한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복지관을 못 다니게 되어도, 좁은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에 나가서, 일정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밖에 나와도 갈 곳이 없으니, 공원으로 산으로 하천으로 돌아다니느라 힘들다는 조합원들 소식이 많다. 멋쟁이였던 한 조합원은 요즘 자기 꼴이 말이 아니라고 우스개소리 할 정도다. 

심지어 보통 복지관에서 활동을 하면, 거기서 점심도 해결했었는데, 복지관에서 식당 운영을 안 하니, 어떤 경우는 활동지원사가 도시락을 두 개 싸서 자기랑 이용자가 같이 먹으면서 지내고 있다고도 한다. 당연히 도시락까지 싸는 것은 의무가 아니지만, 이용자가 이용을 중단하면 언제든 고용이 중단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알아서 하게 되는 역할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본인에게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이용자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시간들이다.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하는 경우, 정부는 바우처를 24시간 지원한다 했지만, 사실 한 명의 지원사가 14일간,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항의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장애인도 밤에는 자지 않느냐'는 노동권에 무감각한 말뿐이다.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사회적 힘이 크지 않고, 활동지원을 주로 하는 중고령 여성노동자들도 힘이 크지 않아, 정부에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한다.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모두가 안전한 노동/활동지원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코로나19 시대의 연대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가능할까요


태그:#활동보조, #장애인_활동지원, #활동지원사, #코로나_돌봄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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