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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명절이나 결혼식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잘 입지 않는 한복. 서양의 양복과 양장이 들어오고 쇠태하면서 현재는 한복이란 옷이 오히려 낯설어졌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의복에 비해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그 옛날 추석 등 명절을 앞두면 젊은 부부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아이 손잡고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곤 했다. 이젠 그런 모습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만약에 입는다면 열명 중 한 두명이 나올 정도다. 한복은 사극 배우들, 민속 공연하는 문화예술인, 무속인 등 특정인이 입는 옷 정도로 여겨지거나, 기피 대상이 됐다.

한복은 한국인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표상이자 전 세계에서 빛나는 매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역사와 내막을 들여다 보면 세련미와 더불어 기품과 멋, 우리의 흥과 숨결이 듬뿍 담겨 있는데도 말이다. 고급 원단에 선을 강조해 꼼꼼하게 바느질하고 아름답게 수놓은 자수는 어디에 내놓아도 비길 바가 못된다. 여기에 풍류를 나타내는 악세서리까지 더해 세심하게 표현한 전통 가치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한복 얘기 나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로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1965년 하와이에서 이승만 박사와 사별한 뒤 망명생활 10년을 청산하고 1970년에 귀국, 줄곧 이화장(梨花莊)에 머물며 평범한 한국 여인으로 여생을 보냈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프란체스카 여사는 평소에도 한복을 즐겨 입었으며 '다시 태어나면 한국인으로 태어나겠다'고 얘기할 정도로 역대 대통령 부인 중 가장 많이 한복을 아꼈다.

하물며 외국인도 오래 전부터 인정하는데, 안에서는 제대로 인정 안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통과 동떨어진 퓨전 한복의 유행도 아쉽다. 어느새 한복은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거나, 결혼식 때 혼수용으로 비싸게 제작해 엄마나 이모가 평생 한 두번 입을까 한 의복으로 전락했다. 귀하고 아름다운 한복이긴 하나 평소 입기에는 너무 고가로 부담스럽다는 것도 외면당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인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의복이지만 더 이상 대중화 되지 못하고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것이다.

이번 명절에는 코로나로 고향의 부모님을 뵙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한다. 그러니 명절에라도 입는 한복을 올해는 더 보기가 힘들 것 같다. 얼마전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누군가 입은 한복이 그렇게 아름답고 기품 있어 보일 수 없었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나 이 옷이 가장 잘 어울린다. 많은 사람이 평소에도 자주 애용할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이 당장 나올 순 없겠지만, 그렇게 되길 바라본다. 

태그:#한복, #명절, #추석, #전통한복,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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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제 전문 프리랜서로 글과 사진으로 소통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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