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대에는 욕망의 지배를 받고, 30대에는 이해타산, 40대에는 분별력, 그리고 그 나이를 지나면, 지혜로운 경험에 지배를 받는다.
- 그라시안

코로나19로 인한 초등학교 원격 수업의 고충을 털어놓는 조카와 함께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를 시청하고 있을 때였다.

"고모 때는 이효리가 엄청 유명했다면서요?"
"응~! 그때 저스트 텐미닛 이효리 언니는 대단했지. 핑클이란 그룹명으로도 활동했었어."


10대 조카가 말하는 '고모 때 이효리'라는 표현에 피식- 웃음이 났다. 역사서에나 나오는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천하의 이효리를 모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언젠가 88올림픽 호돌이와 굴렁쇠 소년을 교과서로만 봤다는 동료의 말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나는 학교 수업 시간에 TV를 켜놓고 반 아이들과 함께 발을 동동거리며 시청했는데, 후배는 그런 내 경험이 더 신기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10대 조카에게 이효리라는 이름 또한 88올림픽 호돌이 같은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싹쓰리의 린다G를 지나 환불원정대의 천옥이란 부캐 덕분에, 조카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효리가 됐다.

그래서 그녀의 부캐가 더욱더 반갑고 재미있었다. 이효리 역시 방송에서 부캐 린다G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고백했으니, 일상에서의 부캐는 구원자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캐는 일상 속 구원자 같은 존재
 
tvN 인사이트 '미리 보는 2020 트렌드 발표회' 30명의 브런치 작가를 선정하는 자리에 초대 된 '이 작가' 부캐 brunch.co.kr/@yoconisoma
▲ tvN 인사이트 "미리 보는 2020 트렌드 발표회" 30명의 브런치 작가를 선정하는 자리에 초대 된 "이 작가" 부캐 brunch.co.kr/@yoconisoma
ⓒ 이은영

관련사진보기

 
지난 2019년 10월 tvN 인사이트 '미리 보는 2020 트렌드 발표회'에 30명의 브런치 작가를 선정하는 자리에 초대됐다. 낮에는 '이 과장'으로 활동하고, 밤에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 작가'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트렌드 PICK 방송 촬영을 했다. 그 당시 2020년 소비 트렌드 10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제시했는데 그것과 동일한 개념이 바로 '부캐'다. 네이버 지식 백과에 따르면 '부캐'란,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 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란, '다중적 자아'라는 뜻으로,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용어의 쓰임이 일상생활로 확대되면서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요즘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부캐 열풍이다. 예컨대, 나처럼 낮에는 직장인이 본캐였던 이 과장이 퇴근 후에는 작가로 변신하여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 전업주부가 본캐였던 두 아이의 엄마가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는 화가로 변신하여 그림을 그리는 일, 이혼 전문 변호사가 본캐였던 사람이 주말에는 웹툰 작가로 변신하여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일 등이다.

아직 부캐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는 '그것까지 하면 피곤하지 않냐?'라는 말을 듣기 일쑤지만, 우리는 부캐 덕분에 일상의 피곤함을 달래고 있다.

당신의 부캐는 무엇인가요?
 
오마이뉴스 탑 보드 메인 "이 의자에는 앉으면 안 돼요."라는 기사로 1면 오름 등급을 받고 행복해하던 '이기자' 부캐
▲ 오마이뉴스 탑 보드 메인 "이 의자에는 앉으면 안 돼요."라는 기사로 1면 오름 등급을 받고 행복해하던 "이기자" 부캐
ⓒ 이은영

관련사진보기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이 작가라는 부캐를 얻었다면, 요즘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은영 기자의 줄임말 '이 기자'라는 부캐를 얻어 활동 중이다. 인생 현자들이 말하기를 인생은 말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했던가. 파이팅 넘치는 '이 기자' 부캐 덕분에 며칠 전 기절할 뻔한 일이 있었다.

9월 5일 토요일에 "이 의자에는 앉으면 안 돼요"라는 제목의 사회 기사로 오마이뉴스 탑 보드 메인과 네이버 뉴스 스탠드 TOP 1면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글로 먹고사는 글쟁이들에게나 생기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라는 말을 듣던 내가 쓴 글이 뉴스 1면이라니. 하마터면 거리에서 앗싸~! 호랑나비 춤을 출 뻔했다.

해당 기사는 4년 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체험한 내용으로,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바랐던 글이었다. 그래서 첫 송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언론사를 선택했다. 덕분에 '이 기자'라는 부캐까지 얻고 오래전 간직해 오던 작은 소망도 이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의 본캐는 대부분 먹고사는 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부캐는 오롯이 내가 좋아하고, 즐기며, 하고 싶다는 것이 본질이다. 어쩌면 부캐의 탄생은 취미 생활 또는, 오랜 세월 마음속에 간직해 오던 꿈일지도 모른다. 그런 부캐가 사회적 성공과 함께 돈까지 벌어다 주면 금상첨화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는 그 자체로 삶의 숨통을 틔워주기 때문이다.  

집에서 코로나 우울 백신 개발 중
 
집에서 코로나 우울 백신 개발 중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질병분류코드를 적용하기 위해 ‘코로나 블루’에서 '코로나 우울'로 용어를 바꿨다.
▲ 집에서 코로나 우울 백신 개발 중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질병분류코드를 적용하기 위해 ‘코로나 블루’에서 "코로나 우울"로 용어를 바꿨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계의 어려움은 물론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 과장이었던 본캐를 잃고 부캐가 본캐가 된 상황에서 집콕 중이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과 공포, 우울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트라우마 전문가에 의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희생양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그에 따라 혐오와 비난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특정 국가, 인종, 지역, 집단, 노인, 종교와 직업 군으로 번지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은, 혐오와 비난으로 병들어가는 우리의 영혼은 아닌지 염려된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려운 요즘이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기보다, 부캐 창조로 이 난관을 함께 극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부캐의 딴짓을 통해 일상에서 크든 작든 감사와 재미를 찾아 누리고 사는 것이 인생에서 진짜 남는 장사가 아닐까. 그렇게 하루 이틀 살다 보면 또 다른 돌파구가 생기고, 사는 동안 그래도 행복했다고 이 시간을 추억하며 눈 감을 수 있지 않겠는가.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질병분류코드를 적용하기 위해 '코로나 블루'에서 '코로나 우울'로 용어를 바꿨다. 우울증 치료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 기법이 있다. 단기적인 접근법으로 강력한 치료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효과뿐만 아니라 사용하기 쉽고, 간편해서 경제적인 방법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 트라우마 사업부 이정현 과장에 의하면 행동 활성화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자기 자신을 위한 즐거운 활동 ▲생활 습관 등 자기 관리와 관련된 활동 ▲성취와 목표가 있는 활동 ▲신체 활동 등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이 작가' '이 기자' 부캐로 코로나 우울을 이기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9월 13일까지 연장 시행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을 '추석 연휴 특별 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전국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윤태호 중앙사고 수습본부 방역 총괄 반장은 "이번 추석에는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하길 강력히 권고한다"라고 발표했다. 

덕분에 이번 추석은 합법적(?)으로 친지들에게 성적, 취업, 결혼, 출산의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하고 생각해 본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잠시라도 웃자고 하는 소리다.

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와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우리가 서로를 알기 전보다 알고 난 후, 더 좋은 삶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씁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