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실에 새 당명 '국민의힘'이 내걸렸다.
▲ "국민의힘" 새 간판 아래 취임 100일 맞은 김종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실에 새 당명 "국민의힘"이 내걸렸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취임 100일을 맞이해서 '국민의힘'의 기자회견을 하는데 왜 안철수씨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한 지 100일이 된 3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면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출입 기자들이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질문에 나섰고, 기자회견 내용은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에 생중계됐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건 내년 4월 7일로 예정된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혹은 연대 가능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김종인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을 피하며 불만을 제기한 것.

그러나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김종인 위원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힌트'들도 있었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어... 답변하지 않겠다"
  
당사자인 안철수 대표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안 대표가 등판할 것이란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야 1 : 1 구도를 만들지 않고서는 선거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위시해 국민의힘 측에서는 범보수‧야권 후보로 안철수 대표를 등장시킬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선거 연대 차원을 넘어서 통합 가능성까지도 언급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완고하다. 지난 1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도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와 같은) 우둔한 짓은 통합당은 절대 안 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관련 기사: 김종인 "안철수와 연대, 우둔한 짓"... 주워담는 통합당)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안철수씨 개인으로 볼 것 같으면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저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라며 "언론에서 자꾸 국민의힘과 안철수의 관계를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안 대표와 관련된 물음이 계속 나오자, 급기야는 "자꾸 안철수 대표 언급해달라고 하는데,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 내 스스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못을 박았다.

김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 개인을 향해서만 '비토'를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당을 떠난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에 관한 답변도 비슷했다. "외부의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제가 전혀 알지를 못한다"라며 "그 사람에 대해 자꾸 질문하기 때문에 제가 구체적 답변을 할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라는 것.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인물, 당 내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화상으로 질문받는 김종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현재까지 야권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돼 온 건 안철수 대표와 홍정욱 전 의원이다.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발굴하지 못한 채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수혈하지 못하면, 차기 대권주자급 인물의 체급을 한 단계 낮춰서 내보내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관련 기사: 인스타 한줄에 확 뜬 홍정욱, 울지도 웃지도 못 하는 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은 그러나 다른 당과의 연대나 단일화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국민의힘 후보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그는 "지금 우리 국민의힘을 이끌어가는 게 내 책임"이라며 "어떻게든 인물을 발굴해서 서울시장 후보도 내놓을 것이고, 대통령 후보도 내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안에는 당 내 인사를 차기 보궐선거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우는 데 주저하는 기류가 있다. 코로나 정국이 내년 선거 때까지 계속된다면 적극적인 현장 선거운동 등이 어려워진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데 결국 후보 개인의 인지도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새로운 인물 발굴'로 정면 승부를 선언한 셈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어떤 사람이 후보가 되어야 하느냐 질문이 많다"라며 "서울시장 후보가 되실 분들은 서울시민이 과연 어떠한 시장을 갖기를 원하느냐, 여기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분이 최적"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김 위원장의 청사진이다. 그는 "가급적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적절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인물이 당 내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도 강조했다.

현재까지 당 내 인사 중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건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화제를 모았던 윤희숙 의원, 서울시 내 구청장 중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인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다. 두 사람 다 여성이고, 부동산 이슈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점,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이 서울시민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이슈가 될 것이란 점 등을 고려하면 일단 '세일즈 포인트'는 분명하다.

김종인, 2011년 같은 '극적인 야권의 승리' 꿈꾸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2011년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직을 걸었다가 내려온 이후, 당의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했다. 당시까지 정계가 아니라 시민사회계 인사였던 박원순 변호사를 위해 안철수 서울대학교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양보하고, 단일화를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는 등 극적인 요소가 많았다. 정치인이 아니었던 '새 인물'을 내세우며, 야당 민주당은 여당 한나라당을 누르고 선거에서 이겼다.

김종인 위원장은 또 한 번의 드라마틱한 '야권의 승리'를 상상하는 걸까?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은 분이 여러 사람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그러나 본인들의 의사만 갖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뗐다.

그는 "일단 우리는 제1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과연 국민의힘에 들어가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면 우리 당과 협조해서 입당을 하든지"라고 이야기했다. 당이 역량을 키우면, 범보수‧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 싶은 인사가 자연스레 당의 인력에 끌려올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하나의 대책 기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라며 "과연 서울시장 후보를 어떻게 선출해야만 야당의 승리 가져올 수 있을지, 그때 가서 여러 상황을 참작해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당 내 인사 중 새 얼굴을 발굴한다고 해도 그를 '띄우기' 위한 과정에서 외부의 수혈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책 기구를 만들고,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 있는 외부 인사가 참여해 경선 판을 키우고, 컨벤션 효과와 함께 경선에 승리한 인사를 본선에 승리할 수 있게끔 견인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2011년도 당시 박원순 변호사의 민주당 경선 승리가 극적이었던 것은, 단일화 과정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나 박영선 의원과 같은 인사들이 함께 나섰기 때문이다. 설사 외부 인사에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내어주더라도, 최소한 경선판의 흥행을 일으킬 만한 내부 인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김종인의 '인재 찾기'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그:#김종인, #안철수,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