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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에 선 강경화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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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뉴질랜드한국대사관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자와 뉴질랜드 국민들에 사과하라는 여당 의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날 '사과 거부' 발언의 요지는 외교관의 면책특권은 국민의 주권임이므로 포기할 수 없고, 장관의 사과는 국격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강경화의 주장이 논리적인 듯 보이겠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사과 거부에 어떤 이면이 있는지 살펴보자. 

뉴질랜드 경찰의 '면책특권 포기' 요구는 기본적인 수사협조에 관한 것

여기서 말하는 외교관의 면책특권이란, 빈 협약에 따라 "외교관의 신분상의 안정을 위해 접수국의 민사 및 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사건 당시 뉴질랜드가 접수국인 외교관이었지만, 현재는 해당 신분이 아니므로 면책특권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뉴질랜드 측에서 요구한 '면책특권 포기'는 수사를 위한 핵심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정부가 수사에 불성실하게 응했기에 나온 요구이다.

실제로 주뉴질랜드한국대사관은 뉴질랜드 경찰의 CCTV 등에 대한 수사협조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가해자의 송환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언론 플레이만 한다?

2001년, 한국과 뉴질랜드 사이에 맺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뉴질랜드 경찰은 해당 사건 가해자의 송환 요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송환 요청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먼저, 한-뉴질랜드 범죄인 인도조약은 그 대상을 '양국 모두의 법에 의하여 1년 이상 자유형 또는 그보다 더 중한 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직장 내 기습 성추행으로 징역 1년 이상이 나온 판례는 없다시피 하다. 게다가 범죄인이 자국민이기만 하면, 인도요청 당사국은 임의로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한국 사법체계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이나, 그간 대사관이 뉴질랜드 경찰에 보여왔던 태도를 종합하면, 한국이 인도요청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렇게 뉴질랜드 경찰의 범죄인 인도요청이 거절되면, 뉴질랜드는 자국에서 사법 절차를 밟을 수 없게 된다. 뉴질랜드 총리가 직접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당 사건을 언급한 이유도 그에 따른 것이다.

장관은 왜 사과를 거부했나?

한국 외교부는 사건 고발 이후 두 달만에 가해자를 귀국시켰다. 그리고 직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고작 '1개월 감봉'이라는 경미한 징계만을 내리고는 곧바로 필리핀 총영사로 해외에 발령시켰다.

사건 발생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강경화 장관이 '사실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언급할 만큼 외교부는 말 그대로 이후 실질적인 처벌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합리적인 징계 처벌 등은커녕, 핵심 증거물 제출 등 기본적인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던 것다.

외교부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엄연한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한국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경화 장관의 이상한 '사과 거부' 사건으로 인해, 해당 사건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진정으로 국격을 위한다면, 그 '사과 거부'는 틀렸다

한국의 시민사회계에서는 "강경화의 사과 거부는 자국민 우선주의에 기반한 2차 가해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뉴질랜드한국대사관의 면책특권의 포기를 요구하며, "성폭력 사건에 사과하기를 거부하면서, 대한민국이 국격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는 외교부를 대상으로 사건 처분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한 데 이어, 한국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게시한 실정이다.

결국, 강경화 장관이 사실여부와 신빙성을 따지며 말했던 그 사과 거부는 틀렸다. 강경화 장관은 "3년동안이나 책임기구로서 맡은 바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뉴질랜드 국민들과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한국의 국격은 사법부가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인도를 거부했을 때, 이미 더는 떨어질 수 없을만큼 떨어졌다.

진정으로 국격을 다시 바로세우는 첫 걸음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임을 강경화 장관이 반드시 유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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