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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주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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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청년을 위한 공공 분양 장단기 임대도 최대한 인용되도록 고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초기 자금이 부족한 생애최초구입자나 청년, 신혼부부에게 (지분적립형 주택이) 도움이 될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청년 주택 정책을 설계한 입안자들의 말이다. 청년을 타깃으로 한 주거 정책이니, 젊은 층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그러나 문제의식을 느꼈다. '청년' 주거를 다루는데, 1960년대생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에 대한 청년의 생각을 엿보고 싶었다. 당사자의 문제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 문제도 1960년대생이 아닌 청년이 직접 나설 때 제대로 풀리지 않겠는가. 김용헌, 이자현 두 청년은 취재팀을 꾸렸다. 청년이 직접 나서 집에 대한 청년의 생각을 짚어보자는 목적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전체 청년에게 주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1000만 명이 넘는 청년을 모두 인터뷰하는 건 불가능했다. 차선책으로 신뢰할 만한 통계로 주거에 대한 청년의 생각을 톺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그 통계로 국토교통부의 2019년 주거실태조사를 택했다. 이 조사는 작년 6~12월 표본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청년 가구 데이터를 따로 보여준다. 청년 주거를 다루는 우리 목적에 가장 부합한 조사라고 판단했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는 총 194개의 통계자료가 나온다. 청년 가구에 영향을 주는 지표, 청년 가구 데이터가 따로 존재하는 자료들은 분석에 포함했다. 이렇게 들여다본 통계가 115개다. 이 통계들로 청년 주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 청년 가구는 집을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것들을 갖춘 집을 원할까? 

1. 청년, 주택 소작인의 삶

청년들은 지금 사는 집에서 무슨 감정을 느낄까. 우리의 첫 번째 질문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청년들이 사는 곳에서 쫓겨날까 불안한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임차인으로 살아도 좋다"며 "쫓겨날 걱정 없이"라고 말했다.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4년까지 보장하는 '임대차 3법'도 이런 맥락에서 제정됐다.

문제는 청년들 사이에서 '쫓겨날까 봐' 불안한 감정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15.1%의 청년 가구가 '계약기간 중 집주인이 나가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 대한 불안감'에, 15.3%의 청년 가구가 '계약 기간 만료 후 집주인의 재계약 거부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물론 적은 수치는 아니라 무시하긴 힘들다.

그러나 청년 입장에서 더 찝찝한 건 비싼 임차료다. '주택 임차료 및 대출금 상환 부담 정도'에 76.2%의 청년 가구가 부담을 느꼈다. 그 형태가 월세든, 전세 자금 대출이든, 매월 빠져나가는 한 뭉텅이의 자금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청년은 사는 집에서 쫓겨날까 봐 불안한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임차료 부담에 짓눌려 있다.

임차료가 부담되는 지금의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꾼다. 청년 가구 72.5%가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다른 계층과는 다르다. '자산 증식을 위해'라고 대답한 청년 가구는 8.5%뿐이다. 89.5%는 '주거 안정 차원에서'라고 답했다.

여기서 '주거 안정'은 '부담 가능성'의 최소화를 의미한다. 국회 예산처가 2015년 발간한 '주거 안정 정책 관련 실태조사'는 주거 안정의 첫 번째 요소로 부담 가능성을 꼽는다. 부담 가능성은 가구가 주거비를 지급 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매달 일정하게 빠져나가는 월세 비중이 크면 부담 가능성도 커진다. 최근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청년을 '월세 소작농'이라 비유했는데, 청년들은 소작비와 다를 게 없는 부담 가능성을 상쇄하고자 내 집 마련을 바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우리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청년들은 지금 사는 집에서 무슨 감정을 느낄까. 매달 나가는 월세가 부담되고, 전세 대출 상환을 걱정한다. 이 부담 가능성을 최소화하려고 내 집 마련이란 구체적 계획을 짜기도 한다. 즉, 청년들은 월마다 빠져나가는 '큰돈'을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2. 청년, 어떤 집을 원하는가
 
 청년, 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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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게 아니라면, 청년 가구는 왜 집을 옮길까. 우리의 두 번째 질문이다. 취재팀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19년 주거실태조사'의 '이사한 이유-복수 응답'을 중심으로 뜯어봤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건 쫓겨나서 이사한 청년 가구가 전혀 없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계약 만기로 인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사는 곳을 옮긴 청년 가구는 총 26%다. 그러나 청년층은 그보다 다른 이유로 집을 옮겼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찬찬히 따라가 보자.

우선 '직주근접·직장변동 때문에' 이사한 청년 가구가 가장 많다. 52.8%다.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하루의 많은 시간을 출퇴근에 쏟고 싶지 않은 건 인지상정이다. 특히 자신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청년에겐, 직주근접으로 많은 자유 시간을 보장받는 건 중요한 일이다.

집을 옮기는 두 번째 이유는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가기 위해'다. 38%가 택했다. 청년 대다수가 임차인이기에, 순위권에 포함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시설·설비 불량은 소음, 채광, 환기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가령 '주택 외부 소음'엔 25.5%, '주택 내부 소음'엔 32.2%의 청년 가구가 불량하다고 답했다. 불량한 시설 설비는 생명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재난·재해 안정성', '화재로부터 안정성', '치안 및 방범 상태'에서 약 10% 내외의 청년 가구가 불량 판정을 내렸다. 상황이 이러니 더 좋은 환경으로, 더 안전한 곳으로 이사 가려 하는 청년의 욕망은 당연할지 모른다.

이사하는 세 번째 이유는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문화시설, 공원 및 녹지 등이 좋은 지역으로 가기 위해'다. 29.9%다. 청년에게 '저녁 있는 삶'은 중요하다. 즐거운 저녁이 되려면 거주지 주변에 문화·복지·편의 집적 시설이 있어야 한다. 내 시간에 문화를 즐기고, 공원을 걷고, 편의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청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청년 가구는 왜 집을 옮길까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며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싶고 ▲시설 설비가 양호해 삶의 질과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 받으려 하며 ▲집 근처에서 문화·복지·편의를 누리고 싶어 한다. 이는 청년 가구가 어떤 집을 원하는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주거 공간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3. 청년, 가로막힌 입주의 꿈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청년이 원하는 좋은 집이란 ①부담 가능성(월세 등)이 작고 ②위치가 좋으며 ③탄탄한 시설을 갖춘 ④문화 집적이 최대화된 장소다. 사실 민간에선 이 네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집 위치가 좋으면 월세가 높고, 반대로 월세가 낮으면 주거지 주변에 문화 시설이 부족한 게 민간에선 당연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이 내재한 딜레마를 공공임대로 풀어 보려고 한다. 예컨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5년이면 우리나라 전체 임차 가구의 약 25%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공공이 ①적은 임차료로, ②위치 좋은 곳에 임대주택을 보급하려는 것이다. 위치 좋은 곳에선 ④문화 집적도 쉽게 이루어지니, 이게 가능하다면 청년이 원하는 주거 형태를 쉽게 이룰 수 있다. 취재팀은 이 시도를 긍정적으로 봤다. ①적은 임차료의 주거지를 ②위치 좋은 곳에서 공급할 수 있는 건 공공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 대상 주거 정책은 늘 예상 가능한 반발을 맞닥뜨린다. 예컨대, 행복주택(청년을 주 타깃으로 한 공공 임대)이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으려 하면, 동네 주민들은 반대한다. '적은 월세'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동네 물 흐린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서울 목동의 행복주택 거부부터, 최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마포 임대주택 반대'까지 늘 이어져 온 시비다.

입안자 측이 자초한 면도 있다. ③시설 설비 부문은 공공임대가 내재한 약점으로 지적된다. 민간 주택보다 자재 품질이 떨어져 시설 면에서 비교되는 것이다. 이는 '원주민' 입장에선 '가난한 자'들을 자신의 동네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생각하게 했다. 반대로 살 곳을 찾는 젊은이조차 부실한 시설 설비 때문에 ①싼 가격을 보장해도 공공 임대를 기피하기도 한다.

이제 청년 주거 정책, 어떻게 설계돼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할 시간이다. 우선 지금 정부 측에서 놓치고 있는 건 ③탄탄한 시설이다. 이왕 행복주택을 지을 거라면, 민간 주택 못지않은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예산의 과감한 투입 및 집행이 필요한 부분이다.

①적은 임차료, ②위치 좋은 곳, ④문화·편의시설 집적은 사실 정책 설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구멍'이 생기길 마련이다. 공공 임대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은 월세로, 최적의 위치에, 튼튼한, 문화 시설이 풍부한 행복주택을 공급할지언정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4. 청년, 함께하는 삶으로
 
 서울, 주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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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취재팀은 청년으로서 청년에게 제의해보려 한다. 우리 세대부터 공공임대주택에서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청년은 '자산 증식을 위해(8.5%)'가 아니라 '주거 안정 차원에서(89.5%)'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세대다. 청년들은 괜찮은 조건의 공공 임대 주택이라면 눌러앉아 살 의향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공공 임대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청년이 나중에 자가를 보유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감정을 기억하며 '함께 걷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희망도 엿봤다. 취재팀의 한 기자는 역세권 청년 주택에 거주 중이다. 민간, 임대가 뒤섞인 소셜믹스 형태다. 이 주택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단체 오픈 채팅방이 있다. 여기선 그동안 닉네임에 '민간', '공공'을 표기해 서로를 구분했다. 그러나 8월 15일에 이 구분을 폐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함께 살아가는 데 민간, 공공 구분이 뭐가 중요하냐는 의미에서다.

구분하지 않는 청년 세대를 봤으면 좋겠다. 경제생활을 하고, 자가가 생겨도 우리 마을에 들어오는 공공임대주택을 환영할 수 있는, 그런 세대가 됐으면 한다. 청년에게 답을 들었던 우리는, 이제 청년에게 제안해보려 한다. 공공, 민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볼까요?

덧붙이는 글 | 부동산 때문에 생긴 일 공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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