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부터, 지금부터, 자신감을 갖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태고종 종정 지허스님. 지난 8월 12일 스님이 살고 있는 순천 금둔사에서 만났다.
 나부터, 지금부터, 자신감을 갖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태고종 종정 지허스님. 지난 8월 12일 스님이 살고 있는 순천 금둔사에서 만났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대자대비라고 하는 것은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입니다. 모든 생명은 다 불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성 앞에 높고 낮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지허스님(순천 금둔사 주지)의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수락 법어 가운데 한 구절이다. 모든 중생은 다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과 자질을 지니고 있으며, 깨달음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사해탈(生死解脫)에 있습니다. 불교가 불교다워지려면 생사해탈을 한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생사해탈을 하려면 마음을 내야 됩니다."

지허스님은 죽음을 담담하게 맞을 수 있는 마음, 곧 생사해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님은 대신심(大信心)과 대분심(大憤心), 대의심(大疑心)을 꼽았다. 나도 부처님같이, 가섭존자처럼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지금부터, 자신감을 갖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허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 금둔사 풍경. 지난 8월 12일 오후다.
 지허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 금둔사 풍경. 지난 8월 12일 오후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허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 금둔사 풍경.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돌다리를 건너면 금둔사 대웅전에 이른다.
 지허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 금둔사 풍경.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돌다리를 건너면 금둔사 대웅전에 이른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최근 열린 태고종 원로회의에서 20세 종정(宗政)으로 추대된 지허스님은 태고종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임기는 5년이다. 태고종(太古宗)은 대처승들이 중심이 된 불교 종파다. 고려 말의 고승 태고화상의 종풍을 선양하고 있다. 태고총림 선암사를 비롯 봉원사, 향림사, 금둔사 등 전국 2000여 개의 절집이 여기에 속해 있다.

지허스님은 1955년 15살 때 선암사 만우스님을 은사로 출가를 했다. 선암사 지우스님에게 사미계(沙彌戒)를 받으며 본격적인 수행생활을 시작했다. 전주 관음선원에서 묵담스님으로부터 구족계(具足戒)를 받으며 수행자로서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

지허스님은 태고종에서 손에 꼽히는 선지식으로 통한다. 당대의 큰스님들을 만나 불법을 깨치고, 한평생 수행에 정진해 왔다. 선암사 주지를 11년 동안 맡았다. 중앙종회의원, 태고중앙선원장, 원로의원 등도 지냈다.
  
 차와 함께 한 지허스님. 스님은 백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스님이 돼서 수행을 하며 차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차와 함께 한 지허스님. 스님은 백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스님이 돼서 수행을 하며 차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순천 금둔사 풍경. 지난 40여 년 동안 지허스님이 손수 단장했다.
 순천 금둔사 풍경. 지난 40여 년 동안 지허스님이 손수 단장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제대로 된 스님이 줄고 있습니다. 성직자만 늘고 있어요. 문제입니다. 중노릇 편안하게 하려고 하면 안 돼요. 고생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행을 해야죠. 염불의 핵심은 참선(參禪)입니다. 종정 임기 동안 수행승을 양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선원과 선방을 짓고, 활성화시키려고 합니다."

지허스님이 밝힌 종단 개혁의 첫 번째 목표다. 사람이 본디 지니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스님은 스님다워야 하고, 불교는 불교다워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종단 차원에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스님들은 가난해야 해요. 물질이 많으면 게을러집니다. 인지상정입니다.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고, 수행하는 기회로 만들어야죠. 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그래야 합니다."

스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다. 말도 다소 빨라진다. 산방에서 스님과 마주앉아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의 일부분이다.
  
 금둔사 경내를 걷고 있는 지허스님. 까만 대나무로 직접 만들었다는 지팡이가 눈길을 끈다.
 금둔사 경내를 걷고 있는 지허스님. 까만 대나무로 직접 만들었다는 지팡이가 눈길을 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금둔사의 석탑과 석불. 금둔사가 보유하고 있는 귀한 문화재다.
 금둔사의 석탑과 석불. 금둔사가 보유하고 있는 귀한 문화재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허스님은 대중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다. 해마다 가장 먼저 매화를 피우는 '납월매'로 알려진 순천 금둔사를 중창한 당사자다. 한국 전통의 야생차와 차문화도 되살려 보급하면서 차인들과도 꾸준히, 폭넓게 교류를 해오고 있다.

"금둔사 주변의 차밭을 활용해서 주민 휴식공간을 꾸미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차도 마시는 장소로 만들고 싶어요. 민간정원 형태도 괜찮을 것 같고요. 차를 가까이하는 생활은 우리의 전통을 살리는 길과도 일맥상통하거든요."

지허스님이 제시하는 차밭 활용방안이다. 차나무를 살리고, 차밭을 선암사, 낙안민속마을과 연계시키면 차를 일상으로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지역과 나라의 격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지허스님은 금둔사에서 참선과 농사를 함께 하는 반농반선을 실천하고 있다. 차나무를 재배하며, 자생차도 만들고 있다. 우리 자생차의 명맥을 이으며 '자생차 지킴이'로 살고 있다. 
 
 순천 금둔사가 품고 있는 자생 차밭. 금둔사와 선암사 일대 차밭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순천 금둔사가 품고 있는 자생 차밭. 금둔사와 선암사 일대 차밭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금둔사 주변의 차밭에서 만난 지허스님. 지난 2016년 모습이다.
 금둔사 주변의 차밭에서 만난 지허스님. 지난 2016년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행자 생활을 하면서 밥을 짓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밥하는 걸 힘들어하는 저를 본 주지스님이 선방에서 차 내는 일을 시켰어요. 그때 차를 배웠으니까, 60여 년 됐지요. 지금도 차밭 고랑을 정리하고, 가지를 내려주는 일이 행복합니다. 차밭에서 일하다 보면 끼니를 잊는 게 다반사에요."

지허스님의 차나무 예찬이다. 스님이 살고 있는 금둔사 주변에는 차밭 6600㎡가 있다. 차나무가 자란 지 수백 년 됐다. 절집에서 조금 떨어진 산자락에도 차밭 3만3000㎡가 있다. 20여 년 전부터 스님이 가꿔온 차밭이다.

"우리 조상들은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차가 소통의 매개였지요. 불교에서도 차가 생활입니다. 수행이기도 하고요. 차를 마시며 사는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저는 백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스님이 될 겁니다. 참선을 하면서, 차를 만들고 마시면서 살고 싶거든요."

지허스님이 차를 따라주며 한 말이다. 오고가는 대화도 그만큼 부드럽다. 차 한 잔에 마음속까지 편해진다. 차 한 잔의 마력이고, 스님의 매력이다.
  
 직접 만든 차를 마시는 지허스님. 스님은 참선을 하며 차나무를 재배하고 가꾸는 반선반농을 실천하고 있다.
 직접 만든 차를 마시는 지허스님. 스님은 참선을 하며 차나무를 재배하고 가꾸는 반선반농을 실천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