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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사고 사망 '권대희 사건' 친형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http://omn.kr/1obys
② 사람 죽었는데 '14년 무사고' 광고하는 병원 고발했더니 http://omn.kr/1odwq
 
 동생의 사망사고 후에도 병원 홈페이지에는 14년 무사고라는 말이 버젓이 걸려있다.
 동생의 사망사고 후에도 병원 홈페이지에는 14년 무사고라는 말이 버젓이 걸려있다.
ⓒ 온라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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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료법 제56조 제2항은 거짓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수술 받은 환자가 죽었는데도 '14년 무사고'라고 광고한 병원이 있었습니다. 이 병원은 그 광고로 한 차례 처벌을 받고도 같은 광고를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거짓 의료광고를 본 환자들은 계속 이 병원에 드나들었습니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제 동생 대희가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건 2016년 9월 8일이었습니다. 수술 중 대량 출혈로 맥박과 혈압이 정상이 아닌 대희에게 한 차례 수혈도 없이 의사들은 모두 퇴근했고, 대희는 49일 후인 10월 2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이 병원이 '14년 무사고' 광고를 다시 걸기까진 고작 45일이 걸렸습니다. 2016년 12월 10일이었습니다. 이 병원 홈페이지엔 대희가 이 병원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로 그 광고가 완전히 똑같은 문구와 함께 내걸려 있었죠. 당시 겨울방학 시즌이었고, 성형외과의 대목이라고 불리는 시기였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과 대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수술을 받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이 광고가 걸린 것입니다.

허위 광고, 벌금은 단 100만 원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내 동생이 죽었는데 45일 만에 같은 광고를 걸다니요. 내 동생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었단 말인가요. 우리가 직접 광고를 일일이 캡처해 신고한 뒤에야 처벌이 있었습니다. 검찰의 처분은 2017년 7월 6일에야 이뤄졌으니 반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검찰이 내린 처분은 해당 병원 원장에게 벌금 100만 원을 부과하는 것이었습니다.

'14년 무사고' 광고 외에도 부작용 누락, 소비자 현혹 우려 광고, 실제로는 없는 의료기기를 있는 것처럼 꾸민 광고, 비교 광고 등 의료법 위반 사실을 모두 증거 제출했음에도 고작 벌금 100만 원이었습니다. 의료법 제89조에는 이런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적혀있었는데도 고작 100만 원이었죠.

하지만 돌아보면 이조차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요. 이 병원은 2019년 1월 10일부터 다시 홈페이지에 '14년 무사고'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역시 겨울방학 시즌이었습니다. 사람이 죽고, 한 차례 처벌을 받아 내리기까지 했던 광고를 어떻게 다시 걸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저희 유족은 다시 이 병원 광고를 정리해 신고했고, 서초구 보건소가 이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가까이 흐른 2019년 11월에야 결정을 내립니다. 첫 처분보다 수사 기간이 넉 달 더 걸려 내린 결정이었죠.

더욱 충격적인 건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 날아든 건 처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처벌할 수 없다는 불기소 이유통지서였습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14년 무사고 광고를 내건 범죄사실은 인정되지만 고의가 없으니 처벌할 수 없다.' 불기소 이유통지서에서 검찰이 처벌할 수 없는 이유로 내건 건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몰랐다.' 홈페이지 담당 직원이 지시를 받고 성형 광고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는데, 원장이 홈페이지를 직접 관리하지는 않았다. 증거는 그 직원의 진술과 원장의 몰랐다는 말이 일치한다.

둘째, 한 번 처벌받은 사람이 또 '고의로' 범죄를 저지를 리가 없다. 이미 거짓 광고로 처벌받았는데 다시 동일한 광고를 했다는 게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셋째, 속이려고 했다면 그 광고도 나이가 먹었으니까 '16년 무사고'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14년 무사고'라고 광고해서 처벌 받은 지 2년이 흘렀는데, 또 '14년 무사고'라고 광고했으니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를 보면서 저는 검찰이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관대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광고와 달리 수술 중 유령 의사와 교대했으며, 정상이 아닌 환자를 두고 퇴근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원장이었습니다. 대희가 죽고도 '14년 무사고' 광고를 하다가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고, 처벌받았던 그 광고를 다시 올린 원장이었습니다. 그런데 1년 가까이 수사해 내놓은 결과가 고작 '고의가 없으니 괜찮다'라는 거라니요. 이 사건 불기소 처분 검사 역시 제 동생 사건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를 불기소한 바로 그 검사였습니다.

검찰이 이래서는 안 됩니다
 
 검사장회의, 수도권 지검장 회의, 전국지방청 검사장 회의가 열릴 예정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깃발이 날리는 모습.
 지난 7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깃발이 날리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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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홈페이지에는 '검찰은 사회의 불법과 부정을 발본색원하고, 거악을 척결하여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부패를 척결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검찰은 정말 이래서는 안 됩니다.

더 놀라운 건 검찰이 벌금처분만이 아니라 서초구보건소에 처분의뢰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의료법은 동법 제56조를 위반하여 허위과장 광고를 한 의료기관에 대해 최대 1년까지 의료업을 정지시키고 개설허가를 취소하거나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의료법 제64조 제1항).

이 조항에 따라, 이 병원이 2017년 허위과장 광고로 받은 벌금 100만 원 처분을 근거로 당시 보건소는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했고, 이 병원은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지요. 물론 이 병원은 영업정지를 과징금 4050만 원으로 대신하고 계속 영업을 했습니다.

저는 대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성형외과 사람들만큼이나,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이 검사와 검찰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며, 사회의 불법과 부정을 발본색원하고, 범죄로 인한 사회적 약자의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회복한다는 집단. 승복하는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이 집단이 지난 몇 년간 저희에게 저지른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거라면 홈페이지에는 왜 그런 지키지 못할 말들을 적어놓은 것인지요.

저희 가족은 검찰에게 이 검사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탄원서를 빼곡한 증거와 함께 여러 차례 전달했습니다. 그 자료를 찾고 만들기 위해 가족들의 삶을 완전히 쏟아부어야 했죠. 하지만 의미가 없었습니다.

석연치 않은 불기소를 한 그 검사는 이후 검찰 내부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블루벨트(공인전문검사 2급)'로 선정됐고, 저희 사건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항고는 검찰에서 기각했으며, 굴하지 않고 재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을 넣었으나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이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지금, 저는 가만히 펜을 듭니다. 적어도 양심이란 게 있다면 그들도 느끼는 게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에선 재정 신청 재판부에 드리는 편지로 찾아뵙겠습니다.

대희 형 태훈 드림.
 
 사회의 불법을 발본색원하고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공개하고 있다
 사회의 불법을 발본색원하고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공개하고 있다
ⓒ 검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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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권태훈 시민기자는 의료 사고로 사망한 '권대희 사건' 고 권대희씨의 친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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