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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나서자 한 남성이 신발을 집어던진 후 돌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7.16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나서자 정창옥씨가 신발을 던진 후 돌발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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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로 부르며 신발을 던진 정창옥씨가 보수·극우의 환호를 받고 있다. 그는 그들로부터 '신발 열사'라는 우러름을 받고 있다.

황장엽·리을설·최룡해·최선희 등이 가발을 쓰거나 변장을 하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폭동'을 선동했다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정창옥을 애국지사로 극찬했다. 16일 밤에 홈페이지 '지만원의 시스템 클럽'에 남긴 '국민 가슴 뚫어준 신발 열사 정창옥'이라는 글에서 지만원은 "문재인 쪽을 향해 정창옥 단장으로 널리 알려진 애국지사가 신발 하나를 벗어 던졌다"고 한 뒤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은 정창옥 단장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정창옥을 형사 처벌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사안의 근본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문 대통령, 국민들에게 욕 먹을 일 아주 많이 하지 않았는가?"라며 "욕 먹는 대통령에게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김진TV'에서 한층 더 들뜬 반응을 보였다. 17일 유튜브 방송 '김두한 오물 투척 못지않은 역사적 국민 분노 대변'에서 그는 "비록 실정법 위반이지만, 저 분노의 신발, 저 정의의 신발, 저 자유의 신발"(러닝타임 6분)이라며 극도의 미사여구를 쏟아냈다. 다음날인 18일 방송 '신발사건 볼 때, 퇴임 후 국민 앞에 나올 수 있을까'에서도 그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흥분을 식히지 못했다.

그는 17일 방송에서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이 1966년 김두한의 오물 투척 사건을 능가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코로나로 인해 방청이 제한되지 않아 정창옥이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신발을 던졌다면 '장군의 아들'이 일으킨 것보다 더한 사건이 됐을 거라는 이야기다.

김진은 18일 방송에서는 신발 투척이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며 그 심장과 마음을 자극했다면서, 퇴임 뒤의 문재인이 처하게 될 운명을 예고하는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노무현은 퇴임 뒤 봉하마을 집에서 방문객들에게 연설을 하곤 했지만, 문재인이 퇴임 뒤 양산 집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만원·하태경·김진의 들뜬 반응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진TV' 17일 방송 "김두한 오물투척 못지않은 역사적 국민분노 대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진TV" 17일 방송 "김두한 오물투척 못지않은 역사적 국민분노 대변"
ⓒ 김진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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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보수·극우가 들뜬 반응을 보이며 정창옥 미화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성공적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자신이 구시대의 낡은 가치관을 소유한 인물이라는 점을 정창옥이 스스로 명확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이 그의 행동에 대해 공감을 표시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김진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일반 국민이 벌인 일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공적 혹은 정치적 배경을 갖지 않은 일반 국민이 순수한 마음에서 벌인 일이라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하지만 정창옥이 일반 국민과 괴리된 극우 성향의 낡은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점은, 극우 정당인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대표가 19일 그를 면회한 뒤 "우리공화당은 정창옥 대표를 적극 지지하고 국민들과 함께 저항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 이외에 다른 것에서도 선명하게 표출된다.

정창옥이 극우적 가치관의 소유자라는 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비정한 행보를 보여준 데서도 드러난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납골당을 안산 화랑유원지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었다.

2018년 4월 2일 자 <일간경기> 기사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반대 시민연대 기자회견'은 "안산화랑시민연대 정창옥 공동대표 외 15인과 회원 및 시민 50여 명은 2일 오후 안산시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희생자 납골당 설치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정창옥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또 유튜브 채널인 BJ톨의 16일 자 동영상 '일명 신발 열사로 화제가 된 정창옥 대표 안산 활동 영상'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의 비정한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영상에 등장한 정창옥은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는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이런 발언들을 토해냈다.

"이 아름다운 도시 안산에 세월호 납골당이 웬 말입니까?"
"지난 4년 동안 세월호 만장기가 도심 한가운데 펄럭이며 지역 경제가 붕괴되고 골목 경제가 망해가도 우리 안산 시민들은 참고 견뎌냈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안산시민들입니다. 이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안산시민들의 가슴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4·16연대와 그들이 지지하는 야비한 정치꾼들은 우리 시민들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런 몰인정한 행적에 대해 극우 논객 지만원은 후한 점수를 매겼다. 위의 글에서 지만원은 정창옥을 두고 "그는 세월호 인간들과 싸우는 독보적인 투사다"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정씨의 극우적 세월호 인식
 
 31일 오전 보수 단체들이 포스트타워 앞에서 확성기를 통해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세월호 참사를 비방하고 있다.
 2019년 12월 31일 보수 단체들이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확성기를 통해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세월호 참사를 비방하고 있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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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인과관계를 갖는 사건이다. 이 참사는 국민과 국가 관계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할 기회를 한국 사회에 제공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 정권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세월호 참사를 한낱 교통사고로 치부하며 유가족들에게 비정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국민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전근대적·봉건적 시각을 여과 없이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들이 그들에게 혐오감을 갖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위의 발언들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정창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 없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그가 보수·극우의 입장에 있으며 그의 가치관이 일반 국민들의 정의 관념과 괴리돼 있음을 보여준다.

정의는 상대적인 관념이므로 한 시대의 정의 관념을 정립할 때는 가장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그룹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의 정의 관념을 이끌어온 쪽은 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해 박근혜 하야 및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눈에 정창옥의 세월호 발언이 퇴행적이고 수구적으로 비치리라는 점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정창옥의 발언이 인류의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으며 시대적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신발 투척 사건은 그런 인물이 벌인 한낱 범죄 행위에 불과하다.

김진은 정창옥이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다면 1966년 김두한을 뛰어넘었을 거라고 말하지만, 김두한 사건은 신발 투척이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상당한 의의를 띠었다. 김두한 사건은 재벌과 정권의 부조리에 대한 당시 국민들의 시대적 공분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었다.

보수·극우의 무기력한 처지를 드러낼 뿐
 
 국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검거된 정모(57)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2020.7.19
 국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져 검거된 정창옥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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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과 박정희 정권이 합작한 사카린 밀수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오늘날의 재벌개혁 요구만큼이나 뜨거웠다. 1966년 9월 중순부터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문제로 격분했다. 그해 10월 13일 연세대에서는 2000여 명이 '규탄하자 밀수 재벌'이라고 적힌 노란 리본을 달고 성토대회에 참여했다. 또 14일 대구에서 열린 시민 규탄대회에는 2만 명이 참여했고, 15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대회에는 3만5000명이 참석했으며, 같은 날 부산에서 벌어진 대회에는 2만5000명이 참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해 9월 22일 벌어진 것이 김두환의 오물 투척이다. 이 날짜 <경향신문> 기사 '각료석에 오물 세례'에 따르면, 김두한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부정과 불의를 합법화하는 이 국회를 용서할 수 없고 관계 장관들은 부정부패를 합리화한 피고로서 사카린 맛을 보아야 한다"며 총리와 장관들에게 분뇨를 뿌렸다.

국민적 분노가 배경이 되기는 했지만, 김두한의 행동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삼성은 이승만 정권의 후원을 받아 국내 1위 재벌로 성장했고, 4·19 혁명 뒤의 재벌개혁 열풍 속에도 무사히 살아남았다. 또 5·16 직후의 위기도 넘기며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었다.

1966년의 삼성은 오늘날의 삼성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지금의 삼성을 능가하는 법률적 방어력을 갖고 있었다. 촛불혁명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적 처벌 가능성에 노출된 것과 달리, 당시 이병철 회장은 4·19와 5·16의 파고에도 끄덕 않고 기업을 지켜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삼성보다 훨씬 막강했던 1966년의 삼성을 비판하면서 벌인 일이 김두한의 오물 투척이다. 그래서 이 행동은 상당한 용기가 수반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김두한의 행동이 시대적 정의에 부응하는 것인 반면, 정창옥의 행동은 그렇게 평가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의 극우적 태도는 그가 그날 어떤 마음으로 국회의사당에 갔을지를 추론케 하는 단서라고 할 수 있다.

김진은 정창옥이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다면 김두한을 뛰어넘었으리라고 말했지만, 만약 그런 일이 실제 벌어졌다면 정창옥은 명확한 극우 테러의 주인공으로 두고두고 회자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신발 투척은 보수·극우가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를 보여주는 증표가 됐을 수도 있다. 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시대적 흐름을 거역할 수 없어 신발 투척 같은 방법을 안출해내는 보수·극우의 무기력한 처지를 보여주는 징표가 됐을 수도 있다.

정창옥 미화에 분주한 데서도 느낄 수 있듯이, 보수·극우는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데 앞장설 '영웅'을 찾는 데 분주하다. 그들은 영웅이 나타나면 열광할 준비가 이미 돼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게 있다. 진정한 영웅을 가려낼 안목과 진정한 영웅을 만들어낼 능력이 그들에게 부족하다. 그래서 엉뚱한 인물의 돌발 출현에 저처럼 환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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