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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동물 보호소에 있던 구출 시츄들의 모습. 살아있던 당시 영상 촬영한 모습이다.
▲ "구조한 시츄들 집단 폐사 논란" 부산 해운대구 동물 보호소에 있던 구출 시츄들의 모습. 살아있던 당시 영상 촬영한 모습이다.
ⓒ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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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시추' 강아지 사진이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2일. 이날 7마리에 이어 이틀 뒤인 14일 3마리, 16일 3마리, 18일 2마리, 22일 3마리, 24일 4마리 등 잇달아 시추 사진과 글이 게시됐다.

이상한 점은 이들 시추가 서로 닮았다는 것. 약 24일 동안 계속된 비슷한 모습의 시추 공고는 지난 4일 추가된 1마리를 끝으로 더는 올라오지 않았다.

동물권 단체가 해운대구청을 고발하는 이유?

부산 해운대구에서 한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 동물을 수집·사육하는 데 집착하는 사람, 동물학대의 한 유형)로부터 구출한 시추 수십 마리가 집단 폐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권 단체는 동물 보호관리의 책임을 물어 해운대구청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로 했다.

지난달 해운대구에 사는 70대 A씨가 애니멀 호딩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구청에 접수됐다. 출동한 구청 측이 확인해보니 A씨의 집에는 무려 시추 34마리가 있었다. 집 안에서 번식이 이루어져 시추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은 심각했다.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한 강아지들의 털은 마구 엉켰고, 예방접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냄새와 소음도 심각했다. 동물 학대가 의심되자 구청은 주인인 A씨로부터 시추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유기동물 보호소에 넘겼다. 설득 끝에 A씨도 포기서에 동의했다.

하지만,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부산-해운대-2020-xxxxx' 공고번호로 게시된 시추들은 자신을 보호해줄 입양자를 찾지 못하고 하나둘 죽어갔다. 거의 동일한 시추가 연속적으로 올라오자 사태 파악에 나선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보호소를 찾았으나 벌써 16마리가 죽고 없었다. 다른 유기동물 센터로 간 3마리 중 2마리도 숨졌다.

보호소에서 흠뻑 젖은 상태로 가쁜 숨을 쉬는 남은 강아지들을 확인한 활동가들은 분개했다. 구조에 함께한 한 동물 활동가 B씨는 <오마이뉴스>에 "온몸이 물에 젖어 있는데 상황이 열악했다. 보호소에 절차를 밟아 살아있는 시추들을 병원과 다른 보호처로 옮겼다. 설사병인 파브 장염, 일부는 홍역까지 걸려 있더라"며 "고개도 제대로 못 가누고, 게시물과 모습이 너무 달랐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동물 보호소에 있던 강아지 시츄들의 모습.
▲ "구조한 시츄들 집단 폐사 논란" 부산 해운대구 동물 보호소에 있던 강아지 시츄들의 모습.
ⓒ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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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은 시급히 절차를 밟아 강아지들을 긴급히 다른 병원과 보호처로 옮겼다. 이런 노력에도 나머지 15마리 강아지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지난 10일을 끝으로 모두 폐사했다. 애니멀호더로부터 떼어 내 더 안전한 보호자를 찾기 위한 구출 작업이 강아지들에게 또 다른 악몽이었던 셈이다.

이번 '시추 집단 폐사'와 관련해 동물 활동가와 단체는 "구청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B씨는 "처음부터 사건을 공개해 최대한 살려보려 했다면 생명이 저렇게 안타깝게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는 "말로는 선진국이라고 하면서 동물 쪽에선 정말 후진국과 다름없다"고 탄식했다.

"입양기회 박탈" vs. "절차따라, 보호소 책임" 

동물권 단체 케어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김경은 케어 대표는 "구출한 시츄들을 한 번에 공지하지 않아 입양의 기회를 박탈했고, 동물단체와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심각한 만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어와 부산길고양이보호연대, 구조에 참여했던 활동가 등은 오는 16일 구청을 찾아 이런 입장을 발표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런 논란에도 해운대구청은 규정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구청의 동물정책팀 관계자는 "A씨의 포기로 강아지들을 보호소로 데려갔다"며 절차를 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책임을 보호소에 전가하는 해명도 이어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전문가도 아니고 어떻게 할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보호소에서 인계해서 다 관리했다. 책임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의 위탁을 받은 유기동물 보호소는 "갑작스럽게 강아지들을 맡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나빠졌다"고 해명했다. 보호소의 관계자는 "처음부터 상태가 안 좋아 입양이 진행되기 어려웠다. 우리도 안타깝다"며 공고를 여러 번 나눠 한 점에 대해서도 "임시보호 형태이기 때문에 여름철 (많은 동물이 들어오면) 과부하가 걸린다. 상태를 봐가며 주인을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태그:#애니멀호더, #시츄, #집단폐사, #해운대구청, #동물권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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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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