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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에 있는 공군사격장 환경피해협의회 사무실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에 있는 공군사격장 환경피해협의회 사무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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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공군 사격장 문제가 13년째 공회전을 하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주민과 공군 사이의 불신만 커지고 있다.

충남 보령시 갓배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8년 '공군사격장 이전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13년간 공군을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보령(전 대천) 공군사격장은 1977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국군이 인수해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공군이 방공 유도탄 사격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천 공군 사격장에서는 매년 10~11월 방공유도탄 사격대회가 열린다. 이외도 사격장에서는 연중 150일 정도 사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격장 주변에 살고 있는 갓배마을 주민들이 극심한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갓배마을은 대천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다. 사격장이 해수욕장 인근에 있지만 피서객들은 갓배마을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쉽게 눈치 채기 어렵다. 공군이 해수욕장 개장 시기인 여름철과 주말에는 사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령 공군 사격장 피해 문제는 SBS와 KBS 등 지상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그 사이 주민들은 질병과 소음 피해를 겪으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갓배마을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공군 사격장 소음과 사격장에서 흘러나오는 화학물질로 "마을 주민의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갓배마을 주민 70여 명 중 이미 25명은 간암, 폐암, 직장암, 위암, 혈액암 등 각으로 사망했다. 현재도 마을 주민 17명이 암으로 투병 중이다.

하지만 공군 측은 주민들의 주장이 "근거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군은 국방 의무를 수행하는 곳이지 민원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객관적인 실태 조사 필요" vs. "암발생과 공군사격장은 무관"
 
지난해 11월 집회 중인 문수환 회장
 지난해 11월 집회 중인 문수환 회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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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갓배마을을 찾았다. 문수환 공군사격장 환경피해협의회 회장은 공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문 회장의 30대 후반 아들도 현재 혈액암 투병 중이다.
  
문수환 회장은 "국내 한 대학에서 마을에 심은 마늘이나 배추를 뽑아 분석한 결과 카드뮴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며 "지하수에서도 테트라클로에틸렌이라는 휘발성 물질이 나왔다. 그래서 사람도 검사해 보았다. 인체에서도 카드뮴 성분이 검출됐다. 실탄이 떨어지는 탄착 지점에서 채취한 어패류의 안전성 유무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타이이타이(일본어로 '아프다 아프다'는 뜻)병을 유발하는 카드뮴은 일급 발암 물질이다. 테트라클로에틸렌 성분도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문수환 회장은 "공군 측이 조사한 내용은 신뢰하기 어렵다. 공군이 참여해 조사를 할 경우, 이상하게도 오염됐다는 사실이 나오지 않는다"며 "공군은 사격에 사용되는 실탄의 성분이나 사격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성분이 무엇인지 정확이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인과 관계를 찾고, 문제점을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격장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문 회장은 "사격을 하는 날에는 바다에 나갔다가 들어오고 싶어도 집에 들어 올 수가 없다"며 "집에 급한 일이 생겨도 서천 쪽으로 돌아서 와야 한다. 1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 넘게 돌아 와야 한다. 보이지 않는 피해도 크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또 "사격장 앞 바다 속에는 지금도 탄두가 많이 쌓여있다"며 "수거를 깨끗이 하고 관리하는 작업도 진행해야 하는데 공군에서는 그런 노력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가 안위를 위해서 사격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관광특구이다. 부대 시설물을 허가한 보령시가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관광 특구나 부대 둘 중 하나가 없어져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군 "사격장과 암발생 상관관계 없다" 반박  

물론 공군은 주민들의 이 같은 입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군 측은 "암환자 발생 연관성 조사 결과 상관관계가 없다"며 "사격대는 토양을 오염시킬 원인이 거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공군 유도탄 사령부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보령시에서 조사한 내용과 과거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사격장과 암 발생과는 연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보령 공군사격장 , #공군사격장 주민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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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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