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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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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업고등학교에 다녔어요. 성적도 그리 좋지 못했죠. 그래도 취업 걱정은 안 했어요. 1988년 고3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어요.

제일 먼저 현대그룹에서 왔어요. 반에서 1등부터 10등까지 성적순으로 뽑아 갔어요. 한 학년에 15개 반이 있었는데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친구들을 빼고는 모두 다 갔죠. 그다음에는 삼성그룹에서 왔어요. 이번에는 11등부터 20등까지 다 데리고 갔어요. 제가 거기 속해 있어서 제 첫 직장이 삼성이에요.

몇 주간 교육하면서 삼성그룹의 여러 회사를 데리고 다녔어요. 저는 그중 하나인 삼성반도체에 배치가 됐고 거기서 3년 가까이 일했어요. 고졸 막내에 신입이었으니 제일 밑바닥 일을 했어요. 단순 반복 작업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정규직이었어요. 당시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조차 몰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적으로도 여러 가지 일을 배울 수 있었죠. 

1991년에 낮에는 회사 다니고 저녁엔 야간전문대학을 다닐 때였는데, 학교에서 당시 시국과 관련한 '전단'을 만들다가 회사에 걸려서 퇴사를 종용받았어요. 한 일주일 버티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는 겨우 마쳤어요.

군대 다녀와서 취직한 곳은 모토로라코리아였어요. 휴대폰 잘 만들었던 다국적 회사. 그 회사가 반도체도 만들거든요. 여기는 독특하게도 기술직과 연구직 간 직급체계가 다르고 대우도 좀 달랐어요. 좋은 학교 나와서 스펙 제대로 쌓은 이들은 연구직, 저처럼 내세울 거라곤 기술밖에 없는 이들은 기술직. 연구직 하다가 팀장도 하고 이사도 하고 그러지만 기술직은 대부분 끝까지 현장 작업반장이었어요. 그래도 진급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 일하는 건 좋았어요. 여기도 모두 정규직이었죠.

다음으로 옮긴 회사가 동부전자였어요. 이 회사에서 비정규직을 처음 봤어요. 사실은 하청업체죠. 8년 전 제가 삼성에 처음 입사해서 했던 일들을 모두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사원들에게 맡겼더라고요. 전 그사이에 경력이 쌓여 정규직이었지만 만일 10년 늦게 일을 시작했다면 저 역시 비정규직이었을 거에요.

동부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그게 늘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노조가 생기고 없어지는 와중에 제가 집중한 것은 하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직원도 동부의 정규직 직원이 되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결국 그런 사례를 만들기는 했는데, 그 과정에 회사에 미운털이 박혀 저는 회사를 그만둬야 했죠.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잘못
     
그 후엔 싱가포르로 이민 와서 다국적 반도체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이 회사는 취업 규칙에 회사 관련된 이야기를 언론에 쓰려면 반드시 보고를 하게 되어 있어서 회사 이름은 그냥 A반도체라고 할게요.

A반도체에도 단순 반복 작업만 하는 특수직군이 있어요. 주로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맡아서 하고 있죠. 그래도 소속은 A반도체에요. 월급이 차이 나고 진급 체계가 다르기는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복지혜택도 똑같이 누리는 같은 회사 직원이에요. 물론 싱가포르에도 단순 반복 작업을 외주화해서 비정규직에게 맡기는 곳도 있어요.

돌아보면 전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아요. 지금은 비정규직 자리도 얻기 힘든 스펙이지만, 30년 전 당시에는 삼성그룹 공채로 들어가 평생 정규직으로 살았으니까요.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기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30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의 꿈은 대기업 혹은 공사 취직이 아니었어요. 과학자도 있고, 스포츠맨도 있고, 외교관이나 선생님, 군인도 있었죠. 막연히 어려운 사람 돕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유튜버를 제외하면 공사나 대기업 정규직이 유일한 꿈이 되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맞습니다. 비정규직의 존재 자체가 잘못인 겁니다. 기업하는 이들이 어떻게든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려고 만들어낸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젊은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거예요. 그 경쟁에서 자꾸 도태되니 다른 사람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배가 아파서 못 보는 겁니다. 자기가 지원해서 갈 자리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비정규직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삼성그룹 본사에서 일하는 이들이라면 소위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졸업한 시험 점수 높은 사원들뿐만 아니라, 식당의 영양사와 조리사, 건물을 보수하고 청소하는 이들까지 모두 정규직이라고 생각해 보자고요. 그럼 지금처럼 서로 싸우는 모양새는 아닐 거예요.

그게 가능하겠느냐고요? 예전에는 다 그랬어요.

분명 정상은 아닙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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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사무실 청소하고 비품 관리한 이들도 예전에는 총무팀 소속 정규직이었어요. 88 서울올림픽 이전에는 그게 상식이었고요. 재벌들이 쌓아 놓은 현금만 좀 풀어도, 쓸데없이 확보하고 있는 땅과 건물만 처분해도, 이재용이 최순실에게 돈만 안 갖다 바쳐도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런 건 요구 안 하고 비정규직으로 어렵게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을 두고 분노하는 건 자기가 마실 우물에 침 뱉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난 대학 나오고 스펙 잔뜩 쌓아 놓아도 백순데, 너흰 뭐 했다고 '보안요원 따위'가 정규직이냐는 발언이 인터넷에 횡행하고 있네요. 이러한 논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서로 축하해주는 게 기본이잖아요. 그런 좋은 일 더 많아져야 한다고, 소외되는 사람 없게 잘 챙기자고, 서로 의기투합해서 기업들에 정부에 요구하고 그러는 게 맞잖아요. 예전에는 다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끼리 싸우고 있어요. 보수 언론은 그걸 부추기고 있고요.

누구나 자기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 사회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너무 멀고 먼 이야기 같으니까요. 하지만 시험 한번 잘 친 걸로 평생 꽃길만 걷고, 어렵고 힘든 일하는 사람은 평생 그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사회는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때는 정규직이 기본이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정규직이 모두의 꿈이자 시기 질투의 대상인 사회가 되어 버렸네요. 분명 정상은 아닙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그들이 이번 일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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