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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나방의 일생
 매미나방의 일생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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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매일 참새소리에 아침을 맞고, 눈을 뜨면 초록을 보게 된다. 그렇게 자연과 가깝게 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의 풍경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곤충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집에 찾아오는 곤충을 자세히 보게 된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해마다 특정한 곤충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 그 조짐을 느끼게 된 것은 '매미나방'이었다.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유난히 많이 보여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그러며 한편으론 걱정했다. 올해 이렇게 애벌레들이 많으니 내년엔 또 얼마나 많아질까? 그런데 그 다음해엔 의외로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기도 했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어떤 해엔 새까만 검털파리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갑작스럽게 많아진 검털파리들이 징그럽기도 해 검색해보니 우리 동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이 출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해엔 미국선녀벌레가 극성을 부렸고, 작년엔 애기나방이 평소보다 많이 보였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으로 날씨와 기후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날씨와 기온이 특정 곤충의 서식 코드와 맞아떨어져 급속하게 번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겨울은 우리나라 관측상 가장 따듯했다고 한다. 그런 겨울을 만들어낸 것은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결과였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탓에 여기저기 균열이 일어나고 평형이 깨지고 있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실이 커다란 맥락 속에서 원인과 결과가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올해 다시 매미나방이 돌아왔다. 작년 겨울이 춥지 않았기에 알들이 거의 죽지 않고 애벌레로 깨어났다. 작년부터 많은 출현을 보였던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올해 3배 이상 급증해 우리 일상에 쳐들어왔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숲길이나 농촌지역뿐만 아니라 도심 주택가에도 수많은 애벌레들이 꾸물거리는 모습이 뉴스에서 자주 나오고 있다. 

식욕 넘치는 매미나방

매미나방은 매미가 나무위에 붙어있는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다. 또한 매미가 한창 울기 시작할 무렵 애벌레가 성충이 돼 나방 모습으로 여기저기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가진 것 같다. 

처음 매미나방에 대해 알게 됐을 때 선배 숲해설가들은 매미나방을 '모성애'의 상징으로 얘기했다. 매미나방 암컷이 알을 낳을 때 겨울을 나야 하는 알들을 위해 자기 몸의 털을 뽑아 솜이불 덮듯이 감싸줬다고 했다. 그렇게 자기 몸의 털을 다 뽑아 알들을 지키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에 거룩한 모성이라고 표현했다. 그 때만 해도 매미나방이 이렇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혐오를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아무튼 그렇게 어미 희생의 털 이불에 감싸인 300여 개의 알은 여름에 탄생해 가을 지나 긴 겨울을 난다. 이듬해 4월이 되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며 주변 잎들을 갉아먹으면서 몸집을 키운다.

애벌레 모습을 보면 색깔이나 무늬가 화려하다. 또한 몸 전체에 긴 털이 나 있는데, 이 털을 만지거나 스치게 되면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어찌나 많이 먹어대는지 마치 겨울나무마냥 나뭇가지만 덩그러니 남겨버려 어떤 나무인지 알 수조차 없게 만들어버린다. 말 그대로 나무들을 초토화시켜버린다. 

사과나무, 배나무 등 각종 과일나무와 상수리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목련 등 넓은 잎의 활엽수와 잎갈나무 등 침엽수의 입까지 먹어치운다. 한 나무의 잎을 다 먹고는 다른 나무로 옮겨간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열심히 기어가기도 하고, 몸에서 실을 뿜어내어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등산로 주변 난간에, 의자에, 도심에서도 발견된다. 그것도 대량으로 떼 지어서 말이다. 사람들이 혐오와 공포를 느낄 만큼 많아졌다.

그렇게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며 나뭇잎을 갉아먹다가 거의 손가락크기만큼 자라면 나뭇가지나 잎 사이에서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마저도 털이 나있다. 약 2주가 지나면 성충이 돼 나방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수컷은 갈색을, 암컷은 흰색 날개를 가졌다. 수컷이 좀 더 활동성이 커 활발하게 돌아다닌다 해서 '집시나방'이라고도 부른다. 성충이 돼서 수명은 약 일주일 남짓으로 짝짓기와 산란을 마치면 생을 마감한다. 몸의 일부를 자손들에게 떼어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 협동조합 숲과들 소속 신승희 생태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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