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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진자 개인정보의 분석과 공개'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90.3%가 적절(매우 적절 37.5%, 대체로 적절 52.8%)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도 숨길게 없으면 공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애초에 이런 방식의 질문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확진자 동선공개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설문조사 결과와 같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예/아니오의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다. 동선을 공개하되 개인 식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했으나 과도한 개인정보의 노출로 많은 사람들이 혐오발언에 시달려야 했다. 오죽했으면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보다 동선이 공개되는 것이 더 무섭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집에서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나쁜 짓이기 때문은 아니다. 내가 내 정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수천가지가 될 수 있다. 숨길게 없으면 공개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낼 필요가 없으면 드러내지 않는 것이 맞다.

확진자 동선공개를 하는 목적은 (확진자 동선 분석을 통해서 파악하지 못한) 잠재적인 접촉자가 스스로 자가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 3월 14일 발표한 정보공개 기준에서, 확진자의 동선 분석을 통해 접촉자를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굳이 동선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확진자의 성별, 나이, 국적, 때로는 거주지와 직업, 종교까지 공개되고 있다. 사실 잠재적 접촉자의 방역을 위해서라면 확진자별 동선 공개도 필요 없다. 확진자별 동선이 아니라, 어떠한 확진자가 있었던 '특정 시점의 특정 장소의 목록'이면 충분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동선 공개에 대한 개선 방안이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이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종료되는 기준은?

사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한 시스템이다. 감염병 예방법 제76조의2는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감염병 환자와 의심자의 개인정보를 여러 기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비롯하여, 의료정보, 출입국관리기록 등이 여기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증상이 발생하기 2주 전부터의 확진자 행적을 조사하여 누구로부터 감염되었는지, 또 그로부터 감염될 위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파악하게 되는데, 역학조사관이 확진자의 진술도 받지만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내역, 교통카드 사용내역, CCTV 영상정보 등도 이용한다.

이러한 역학 조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지난 3월 26일 정부는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확진자 동선을 10분 내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10분 내에 나의 지난 2주간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다니, 어마어마한 감시 시스템이 아닌가!

다행히(?)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목적으로만 한시적으로 이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학조사관만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후에는 저장된 개인정보를 파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종료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미 오래된 동선 정보를 그때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있는 것일까. 이 시스템은 '스마트시티 데이터허브'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럼 이 시스템이 폐기된 후에도 다른 목적으로 유사한 시스템이 활용될 가능성은 없을까.

해외에서도 휴대전화 위치정보나 CCTV가 활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만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기에 더욱 심각하게 불거지는 인권침해

이태원 클럽에서의 확진자 발생 이후에 잠재적인 접촉자 파악을 위해 기지국 수사 방식이 동원되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용자들이 전화를 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주기적으로 휴대전화와 통신을 주고받고 기록을 남겨놓고 있는데, 이 정보가 활용된 것이다.

이동통신 3사가 클럽 주변의 기지국에 30분 이상 접속한 것으로 나타난 이용자들의 명단을 보건당국에 제출했는데 그 수가 1만905명에 달한다고 한다. 감염병 예방법에서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감염병 의심자로 본 것은 지나치게 확대 적용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물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좋은 목적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지 좋은 명분만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 그러한 남용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처럼 CCTV를 통해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는 시스템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목적이라면 도입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기지국 수사 방식이 예외적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더라도,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남용되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나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감독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정보인권을 비롯하여 기본권도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제한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제한은 기본권이 포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공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으로만 제한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일정하게 동선 공개를 함으로써 확진자의 기본권이 일부 제한되지만,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을 한 요인은 무엇보다 적극적인 방역 조치에 있으며, 이는 지난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를 반성하고 개선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마지막 감염병이 아니라면 감염병 위기상황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다. 위기에 더욱 심각하게 불거지는 인권침해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가 썼으며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 인권> 275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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