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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편집자말]
오늘은 구의역 참사로 김군을 보낸 뒤 4년이 되는 날이다. 아무 일 없듯 오늘 하루,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참여민주주의와 정의와 연대라는 우리 자신의 축적된 시민의식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부딪히기도 한다. 2019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모두 2020명이었다. 이 중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55명이었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165명이었다. 사고 사망의 경우 건설업(50.1%)이 절반 이상이었으며 50인 미만 사업장(42%)에서 주로 발생하였다. 이유가 무엇이건, 우리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한 해 2000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비정상
 

모든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지만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한 것은 하청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다. 용역, 하청, 일일노동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최근 사망 사고의 대부분이 하청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유독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이유에 대해 하청으로 하는 일이 위험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것보다는 고용구조를 따져보아야 한다. 원청회사와 하청회사 누구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중요하게 고려하면서 일을 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원청회사는 자신의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비정규직의 안전을 외면하며 하청회사는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하는 압박감에 노동자의 안전을 돌보지 않는다.

그 결과, 2019년 누군가의 부모였던, 형제자매였던, 그리고 배우자였던 6명이 매일 같이 생을 달리했다.
   
2020년 노동절.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2020년 노동절.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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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6명 
 

4년 전 오늘도 그랬다. 구의역에선 홀로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젊은 하청노동자가 세상을 떠났고 많은 사람이 그를 추모했다. 다행히 스크린도어 하청업체 직원들의 정규직화로 이어져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교통공사에 국한되었고 다른 지하철의 상황은 달랐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치적으로 꼽히는 경전철의 경우 많은 위험을 안고 운행하고 있어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함께 대안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경전철은 모두 8개로 이중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도시철도 3호선, 부산도시철도 4호선 등 3개를 제외하면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 김포도시철도 등 4개 노선은 민간위탁방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4년 전 오늘의 비극이 민간위탁 경전철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 경전철 운영 현황 4년 전 오늘의 비극이 민간위탁 경전철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 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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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개 주요 경전철에서 근무하는 545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는 경전철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육체적으로 지쳐있거나(53.4%), 정신적으로 지쳐있다고 응답(57.6%)하였다. 한 달 동안 밤 근무가 평균 9.4일이 되고 있어 만성적인 수면장애와 피로를 가지고 있었다. 일

터에서 당하는 갑질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었는데, 응답자의 16.2%는 언어폭력을, 17.6%는 모욕적인 행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하였고 가해자는 대부분이 고객(83.5%, 79.8%)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율은 근로환경조사(표본 수 5000명)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인데, 근로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과 모욕적인 행동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4.8%, 3.3%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위탁 운영 그리고 갑질
 

경전철의 경우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민간에 위탁되어 있는 경전철 운영회사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도시철도에서 퇴직한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으며 안전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사고나 고장이 발생할 경우 매뉴얼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응답자의 66.3%가 '현재의 인력으로 매뉴얼대로 처리하기 어렵다'고 답하였다. 민간위탁의 경우 무려 74.5%가 동의하였다.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요인 1순위는 인력부족(85%)이었으며 민간위탁의 경우 93.3%가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력부족을 꼽았다. 즉, 동일한 경전철에서도 운영회사가 지방공기업인지, 아니면 민간위탁인지에 따라 시민안전에 대한 차이가 컸다. 

민간위탁 경전철이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시민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인력을 축소하여 운영하는 이유는 비용절감 때문인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민세금 절약과는 관계가 적다. 운영 중에 있는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회사가 투자한 원금에 대한 이자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전철을 운영하는 민간회사의 입장에서는 승객 수에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로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 원금보전은 물론 투자금액에 대한 이자를 받고 있어 손해가 전혀 없다.

참고로 용인경전철의 경우 2019년 승객 수입금은 91.7억 원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은 3배가 넘는 297.9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 민간위탁 회사에 운영비를 줄이려고 하고 그 결과, 민간위탁 경전철의 노동자 처우와 시민안전은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다. 

비용은 줄이고 안전은 경시
 

경전철은 도시의 주요한 교통수단이 되었으며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친환경이면서 노동인력의 이동이 원활해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안전이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민간위탁과 아웃소싱으로 인해 예산은 절감하지도 못하면서 운영은 민간에 넘겨주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현재 건설 중에 있는 경전철은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재의 민간위탁도 민간회사의 투자원금을 돌려주고 재공영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국민세금을 줄이면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공영화
 

최근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정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투명한 사회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적 노력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인류 재앙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가 좋은 예이다. 대한민국의 저력이 정치, 경제에서만이 아니라 일터에서도 생명을 지키는 일에 발휘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입니다.


태그:#구의역4주기, #9호선, #경전철, #궤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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