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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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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벌금 물고 과태료 무는 게 사고 예방 투자보다 훨씬 돈이 덜들잖아요."

함경식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연구원장은 지난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소식을 듣고, 그날 밤 현장으로 달려갔다.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이날 화재로 노동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화재는 29일 낮 1시 32분 발생해 오후 6시 42분경에야 진화됐다.

그는 "화재 현장을 둘러보니 지난 2008년 1월 이천 냉동 창고 화재 사고와 판박이였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창고 화재 사고 역시 사망자 40명, 부상자 9명이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함 원장은 사고 원인으로 "우레탄 작업을 하면서 가스가 나오는데 공기 중에 가스가 있으면, 용접 등 불꽃 작업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선 그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이번 사고 역시 해서는 안 될 두 종류의 작업을 동시에 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경기 이천소방서 역시 30일 브리핑에서 "내부 우레탄 작업으로 체류된 증기가 착화돼서 발생한 사고로 추정된다"며 함 원장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함 원장은 "건설 자재도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자재가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대부분 업체가 가연성 자재를 쓴다"며 "사고 예방을 감시하는 제도도 허술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문제는 건설사들이 사고 예방을 위한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 사고 발생 후 보상금을 주는 게 훨씬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사고예방 투자에 인색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물류창고 공사업체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검토한 산업안전공단 측이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서류심사에서 2차례, 현장 확인 4차례 등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30일 오전 함경식 원장과 전화인터뷰한 내용이다.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인명 수색 및 현장 정리를 하고 있다.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인명 수색 및 현장 정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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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이천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고 하는데, 현장 상황은 어땠나?
"현장에 밤 9시 30분쯤 도착했다. 불에 탄 외형이나 이런 것들을 보니 지난 2008년 1월 이천 화재 사고가 떠오르더라. (현장 노동자) 가족들이 속속 도착하고, 막바지 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수증기도 올라오고 있었다."

- 2008년 이천 화재사고가 떠올랐던 이유는?
"대규모 폭발 사고라는 공통점이 있고, 사고 원인도 비슷해 보인다. 우레탄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하는데, 동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 우레탄 작업은 가스가 나오는 가연성 작업이다. 그러면 근처에서 용접 등 불꽃 튀는 작업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선 두 작업들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고도 그런 형태로 작업을 하다 난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실 지난 2008년 이천 화재 사고 이후 화재 예방을 위한 법령이 정비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형태의 사고가 반복됐다. 이유는 뭔가?
"2008년 화재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냉동 창고 건설에도 유해위험방지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계획서는 착공 전에 제출하는데, 실효성이 없다. 우선 계획서를 하청을 줘서 만드는 경우가 많아 형식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심사 통과되면 계획서는 공사 과정에서 한번도 펼쳐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확인 점검도 형식적이다."

- 사고 현장을 담당하는 건설사는 중소건설업체더라.
"큰 회사가 아니다. 물류창고 공사를 여기 말고 두 군데 공사하는 것 같더라. 조그만 회사라면, 아무래도 (대형건설사에 비해) 안전관리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 내 안전 시설과 안전 규칙 등이 경험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 샌드위치 패널이라고 하는 가연성 자재가 사고를 더 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건설 자재도 기술이 발달돼서, 불연성 자재가 나온다. 샌드위치 패널에 들어가는 스티로폼도 불연성 자재가 있다. 그런데 가연성 자재를 쓴다. 왜? 싸니까. 그런 가연성 자재는 불에도 잘 타지만 유해 가스까지 나온다. 그러니까 한 번 불이 나면 진화도 어렵다. 우레탄과 스티로폼 패널은 불을 만나면 불쏘시개다."

- 안전 조치 미흡에 따른 후진적인 화재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안전 관련 공부를 하다보면, 재해 코스트라는 게 있다. 안전을 위해 투자하는 돈보다, 사고 시 보험금 내고 합의를 보는 게 훨씬 저렴하게 먹힌다. 사고 예방을 위해 투자하는 돈이 100억이라면, 사고 후 보상에 들어가는 돈은 40~50억 정도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벌금 물고 과태료 무는 게 사고 예방 투자보다 훨씬 싸게 먹히니까 건설사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태그:#이천 물류창고 화재, #이천, #이천 화재, #물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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