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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마틴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3주기 추모문화제를 연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마틴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3주기 추모문화제를 연다.
ⓒ 마창거제산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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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삶은 사람 사는 게 아니네요. 죄인도 아닌데, 분명 내가 잘못 한 게 아닌 걸 아는 데도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기 일쑤고. 깨어있는 시간조차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생활해 나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2017년 5월 1일 세계 노동절 날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크레인 충돌사고를 목격한 피해 노동자가 최근에 쓴 편지의 일부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참사 3주기'를 맞아 피해노동자의 편지를 공개했다.

크레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째지만 고통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 노동자는 "조선소에 발 디디게 된 걸 후회한다"고 했다.

"… 조선소에 발 디디게 된 걸 수도 없이 후회하고 또 하고. 그 안에서 몸 담고 있던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후회되고. 사고를 낸 놈들도 책임을 지지 않는 놈들도. 모두 다 가만 두지 않고 싶은 심정이. 이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시간들이 계속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스스로 어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쯤이면 이 고통들이 다 끝이 날까요?"

삼성중공업 크레인참사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 <나, 조선소 노동자>(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 2019년 간)의 제작에 참여했던 박희정 인권기록활동가는 "사고 목격자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삼성중공업에 있다. 삼성중공업이 유죄다. 삼성중공업이 하루 빨리 피해자들한테 제대로 된 사죄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시민단체는 삼성중공업 크레인참사 3주기를 맞아 '빛이 된 당신을 기억합니다'는 제목으로 다양한 '추모‧투쟁'을 벌인다. 노동‧시민단체들은 4월 27일부터 사고 당일인 5월 1일까지를 3주기 추모와 투쟁주간으로 정했다.

'거제지역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3주기 추모모임'은 오는 28일 오후 5시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삼성 크레인사고 3주기 추모집회'를 연다.

'마틴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29일 오후 6시 30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5월(날짜 미정)에는 '김용균의 빛, 나, 조선소 노동자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3주기 추모와 투쟁주간 준비모임'(아래 준비모임)은 오는 27일 거제에서 '추모투쟁'을 선포한다.

준비모임은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되었다"며 "삼성중공업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 6명의 가족과 신체적 부상을 당한 25명 노동자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수백 명 노동자의 시간은 여전히 2017년 5월 1일에 멈춰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노동 안전의 시간 역시 2017년 5월 1일에 멈춰있다"고 했다.

준비모임은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를 계기로 '조선업 중대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 조사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권고한 내용은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준비모임은 '추모투쟁 주간' 동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정문 앞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준비모임은 이날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희생자 등 산재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고 삼성중공업의 사죄를 촉구"하기로 했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의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의 고통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피해와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깊이가 더 해질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노동자의 죽음은 잔인하게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 노동자의 죽음이 당연히 여겨지지 않는 세상을 향해, 잊지 않고 기억하고 행동하기 위해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는 2017년 5월 1일, 골리앗 크레인과 지브형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발생했고, 지브형 크레인의 메인 지브와 와이어로프가 추락해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이날은 세계노동절로 하청노동자들만 출근해 작업하고 있었고, 사고로 인해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삼성중공업과 하청업체의 임직원, 사업주인 삼성중공업을 포한해 모두 1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항소심인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2020년 2월 21일, 하청업체 대표와 삼성중공업 부장에 대해 금고 10월(집행유예 6월)을 선고했다. 기소된 관계자들 거의 대부분이 1심과 항소심에서 금고형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유아람 판사와 항소심인 창원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구민경·전보경·박성규 판사)는 모두 삼성중공업 법인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마틴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3주기 추모문화제를 연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마틴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3주기 추모문화제를 연다.
ⓒ 마창거제산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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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트라우마, #나, 조선소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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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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