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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전남 담양군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가 주변 군 사격장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탄두에 맞아 다쳤다. 사진은 24일 사고 현장에서 군 사격장을 방향을 바라본 장면. 2002.4.24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3일 오후 전남 담양군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가 주변 군 사격장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탄두에 맞아 다쳤다. 사진은 24일 사고 현장에서 군 사격장을 방향을 바라본 장면. 2002.4.24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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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저 능선 너머에 산속에 군 사격장이 있습니다. 골프공에 맞았다고 생각했지, 누가 저 멀리서 총탄이 여기까지 날아왔으리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지난 23일 오후 4시 30분께 바람은 거세게 불었지만, 비교적 화창한 봄날.

전남 담양군의 한 골프장 16번 홀에서 20대 여성 캐디 A씨는 골프 카트 옆에서 세컨드 샷을 준비하는 고객에게 골프채를 꺼내 건넸다.

그 순간 A씨의 정수리에는 '쿵'하는 충격과 함께 무언가 내리꽂혔다.

A씨의 입에서는 '억'하고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쓰러지진 않았지만, A씨의 머리에서는 약간의 피가 흘렀고 'A씨가 골프공에 맞았다' 내용의 무전이 골프장 곳곳에 전파됐다.

골프장에서 날아올 것이 골프공밖에 없어, 다들 골프공에 맞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골프장 측은 A씨를 다른 곳으로 옮겨 상처를 살피고, 응급처치한 뒤 광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머리를 다쳐 혹시 몰라 찍은 CT 검사 화면에는 2cm 남짓되는 '숏티(골프공을 올려놓는 도구)' 크기의 뭔지 모를 물체가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이 찍혀 있었다.

골프장 측은 '골프공에 맞았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고 전했다.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다시 옮겨가 머릿속에 박힌 미상의 물체를 제거하는 응급 수술을 받았다.

어렵사리 A씨의 머릿속에서 빼낸 것은 다름 아닌 5.56㎜ 실탄의 탄두였다.

우리 군의 개인화기에 쓰이는 실탄으로 K2 기준 유효사거리는 460~600m, 최대사거리는 2653~3300m이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그제야 골프장 주변 1.7㎞ 떨어진 곳에 있는 군 사격장을 떠올렸다.

이곳에서는 평소에도 '타 다당 타당 당'하는 사격 훈련 총성이 골프장까지 울려 퍼졌다.

다음날 새벽 1시께 수술을 마친 A씨 측은 총에 맞은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민간인이 총탄에 맞았다는 신고에 경찰과 군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긴급하게 군경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A씨가 총탄을 맞은 당시 주변 군 사격장에서는 개인화기 사격 훈련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누군가 직접 조준해 A씨를 쏜 것은 아니지만, 사격 훈련 과정에서 장애물에 맞아 튀었거나 목표물을 벗어난 총알이 멀리까지 날아와 A씨의 머리에 꽂힌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의 머리에서 빼낸 탄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해 탄두가 멀리까지 날아온 경위를 수사해 사건을 군 수사당국으로 이첩할 계획이다.

육군도 민간인 피탄 사고에 비상이 걸렸다.

군은 사고가 난 담양군 모 부대의 사격장을 폐쇄함과 동시에 전국 전 부대의 개인화기 사격훈련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경찰 조사와 별도로 해당 부대의 사격훈련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격장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A씨는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이 대학병원에서는 퇴원했으며,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민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를 마치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사격 훈련, #골프장 피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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